배터리데이에 숨은 의미

“테슬라의 배터리데이(Battery day)는 ‘팝콘각’이다.” ‘팝콘각’이란 뭔가 대단한 일이 터지거나 혹은 영화를 관람하듯 구경할 만한 거리가 예상될 때를 일컫는 신조어다. 배터리데이에서 어떤 발표가 나오느냐에 따라 관련 업계(자동차ㆍ소재ㆍ배터리 등)에 미칠 여파가 그만큼 클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9월 22일, 테슬라는 과연 어떤 배터리 신기술을 예고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상용화를 얘기할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머스크는 시장을 만들어냈다.[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상용화를 얘기할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머스크는 시장을 만들어냈다.[사진=연합뉴스]

거듭 연기되던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가 드디어 열린다. 9월 22일이다. 당초 4월에 열릴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기가 시들해질 법도 한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 이 행사는 여전히 전기차 업계를 달구는 핫이슈다. 

그럴 만도 하다. ‘터무니없다’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한다’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계획은 번번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차저(급속 충전시스템) 보급 계획이 그랬고,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자율주행시스템의 상용화도 그랬다. 지난 2월엔 로켓부품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입에서 나온 얘기들이 밑도 끝도 없는 ‘환상’이 아니라 ‘예고’였던 셈이다. 

그런 머스크가 지난 4월 “배터리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행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더 저렴한 전기차 가격(배터리 가격)의 청사진을 제시할 거란 공언도 했다. 구체적 내용은 과연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머스크와 관계자들 외엔 아무도 모른다. 배터리 관련 이슈일 거라는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자 시장에선 무수한 추측들이 떠돈다. 크게 두가지다. 

■ 어떤 기술일까 = 하나는 배터리 신기술이 거론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관건은 배터리 기술의 종류다. [※참고 : 여기선 사전 설명이 좀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모두 리튬계열 배터리다. 여기서 어떤 양극재를 쓰느냐에 따라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삼원계(NCM) 배터리다. 니켈ㆍ코발트ㆍ망간(혹은 알루미늄)이 양극재로 쓰인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가 만드는 배터리도 이런 종류다. 다른 하나는 CATL이 만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인산철이 양극재로 쓰인다.]

일부에선 테슬라가 중국 CATL과 손잡고 새로운 LFP 배터리를 선보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관련 기사도 있다. 지난 6월 로이터는 “테슬라와 중국 CATL이 100만 마일(160만㎞ㆍ수명 기준)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LFP 배터리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비싼 코발트를 쓰지 않으면 NCM 계열 배터리보다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폭발 위험성이 적고, 충전 속도가 빠른 데다, 재활용도 쉽다. 테슬라가 LFP 배터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어렵고, 에너지밀도가 낮다. 당연히 NCM 배터리와 같은 성능을 내려면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런 단점을 얼마나 개선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쉽게 공개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LFP 배터리 특유의 단점을 극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CATL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LFP 배터리가 새롭게 조명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내세운 논리적 근거는 이렇다. “LFP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1㎏당 170Wh다. 200~240Wh인 NCM보다 훨씬 낮다. CTP(Cell to Packㆍ셀을 모듈로 만들지 않고 곧바로 팩으로 만드는 것) 기술을 적용해도 200Wh를 겨우 넘긴다. 따라서 밀도를 높였다고 해도 테슬라가 원하는 수준의 정도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한편에선 NCM 계열도, LFP 계열도 아닌 완전히 색다른 배터리가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배터리데이를 통해 나노와이어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그런 관측 중 하나다.

나노와이어 기술이란 단면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극미세선을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배터리 분야에 적용하면 에너지밀도, 충전속도, 배터리 수명 등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진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안내 홈페이지 배경화면에도 나노와이어 구조와 비슷한 패턴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에 나름 힘이 실리고 있다. 맹점은 이 기술이 2030년쯤에야 현실화할 것이라는 게 정설이란 점이다. 아직 양산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거다. 

■ 자체 생산할까 = 둘째는 테슬라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 의지는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이슈다. ‘로드러너 프로젝트’란 자체 배터리 생산플랜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엔 배터리 양산인력을 뽑겠다는 채용공고도 냈다. 이 때문인지 ‘배터리 양산 준비를 이미 끝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어떤 기술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어떤 기술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지난 7월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에 있는 ‘기가팩토리4’에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적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가팩토리4는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주, 미국 뉴욕주, 중국 상하이에 이어 네번째로 지은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기지다. 미국 텍사스주에 역대 최대 규모인 다섯번째 기가팩토리를 지을 예정이다.

물론 ‘자체 생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장 판도를 뒤흔들 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술과 양산은 별개의 문제라서다.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60만대, 2021년 105만대, 2022년 172만대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인데, 자체 생산만으론 배터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외부공급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다만 테슬라의 배터리 자체 생산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게 변수다. 

이런 두가지 추측을 종합해보면 한가지가 분명해진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시장에 충격파를 줄 만한 특별한 기술을 예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를 둘러싼 추측들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이긴 하지만, 테슬라는 늘 앞서 왔기 때문에 새삼스럽지 않다”면서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팝콘각’ 배터리데이의 뚜껑은 곧 열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