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재정 확대 불가피하나 건전성도 살펴야
[양재찬의 프리즘] 재정 확대 불가피하나 건전성도 살펴야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405
  • 승인 2020.09.07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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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적자ㆍ초슈퍼 예산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사상 최대, 역대 최고 등 최상급 표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확정해 국회에 심의를 요청한 내년 예산안은 555조8000억원 규모.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8.5% 많다.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크게 불어난 올해 총지출과 견줘도 8조9000억원 많다.

예산 증가율은 2019년(9.5%)과 올해(9.1%)보다 조금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올해 역성장으로 내년 세수가 거의 늘어나지 않을 현실에서 정부 지출을 떠받치려면 89조7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올해 발행해야 하는 적자국채(60조3000억원)보다 29조4000억원 많다.

적자예산을 계속 편성해대니 국가채무가 급증한다. 국가채무는 내년 말 945조원으로 올해보다 105조6000억원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7%로 올해보다 3.2%포인트 높아진다. 총지출과 적자국채 발행액, 국가채무는 사상 최대이고 국가채무 비율은 역대 최고다. 달갑지 않은 재정 부문 최상급 양산은 재정 건전성 악화로 직결된다.

정부가 사상 최대 적자예산안을 편성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규모 적자가 나도 재정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판단해서다. 전대미문의 보건ㆍ경제 복합위기에 대응해 민생을 구제하고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여태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상황에서 힘들게 일해 납부한 세금과 미래세대 부담으로 돌아갈 적자국채를 발행해 확보한 재정은 허투루 쓰이지 않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예산안 심의를 맡은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 내년도 예산사업은 8000개를 넘는다. 국회는 현미경 심사를 통해 정부 예산안을 조목조목 깊이 들여다보고 불요불급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야 할 것이다. 

내년에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 예산 200조원 시대가 열린다. 정부는 공공 일자리 103만개 등 일자리 200만개를 유지 또한 창출할 계획이다. 그런데 공공 일자리에는 시간만 때우는 알바성 일자리가 적지 않다. 고용 빙하기에 노인 공공 알바 등 임시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고용의 질을 높이는 치열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디지털ㆍ그린ㆍ안전망 강화를 표방하지만 기존 사업을 짜깁기했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21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곳에도 ‘뉴딜(신정책)’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공공 분야 데이터 라벨링이란 것이 있다. 인공지능(AI)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이 데이터를 정리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이다. 이런 단순 작업이 과연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와 뉴딜에 부합하는가.   

정부는 내후년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은 3.5%, 총지출 증가율은 5.7%로 예상한다. 수입보다 지출 증가율이 높으니 적자는 더 불어난다. 2022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 비율은 50%선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말 37.1%였던 것이 50.9%로 3년 새 13.8%포인트 급상승한다. 국가채무 비율은 2024년에는 60%에 육박하게 된다. 

우리나라 재정 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복지 예산은 계속 늘어나는데 경제활동인구는 줄어 세수가 감소한다. 경제성장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선진국보다 낮아 괜찮다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에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재정 건전성의 급격한 악화는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까지 46%로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멍 난 재정을 적자국채 등 빚으로 마냥 때울 수는 없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이를 조절하기 위한 증세가 수반되는 것이 순리다. 증세 없는 복지 지속은 환상이다. 보편적 증세 등 세수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어느 정도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정부는 2008년부터 5년 단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발표하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재정여건이 변화하면 유야무야돼 왔다. 국가재정법은 ‘정부는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너무 막연하다.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 등 재정지표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도록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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