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약탈 국가」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 대사기극’

부동산 대책이 23차례나 발표됐지만 부동산 가격은 되레 폭등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대책이 23차례나 발표됐지만 부동산 가격은 되레 폭등했다.[사진=뉴시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2001년 한 아파트 광고의 슬로건이다. 아파트 브랜드가 삶의 품격을 가늠하듯 당당하게 던지는 한마디에 사람들은 크게 반응했다. 당시엔 신선했던 광고가 지금은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파트라고 해서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다’란 걸 강조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됐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어디 살고 있어요?”란 질문에 “○○동 삼성이요” “○○동 현대요”라고 대답한다. 부의 척도인 양 동네와 브랜드를 말하고 그 속에서 위계를 판단하는 사회. 아파트, 집, 부동산이 삶의 목표이자 전부처럼 평가받는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부동산 문제로 연일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23차례나 발표됐지만 부동산 가격은 되레 폭등했다. 최근의 ‘8·4 대책’은 물론 이후 그 어떤 고강도 대책이 나온다고 한들 집값을 잡기는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정책을 펼칠 때마다 외치는 ‘정의’ ‘공정’ ‘평등’ 같은 미사여구는 그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정치ㆍ사회ㆍ언론ㆍ역사ㆍ문화 등 다방면에서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했던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엔 ‘부동산 대박’에 미친 한국 사회를 파헤친다. 신간 「부동산 약탈 국가」는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합법적 약탈 체제’를 만들어 왔는지 들여다본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예외가 아니라 주요 사회적 흐름으로 구조화돼 있다면 그것은 ‘약탈’이다. ‘합법적 약탈’은 시스템의 문제다.” 저자는 그 시스템의 관리 책임자인 정부를 처벌할 수 있는 상한선이 그저 ‘무능하다’는 비판뿐임을 안타까워한다. 내집 하나 마련해보자며 죽도록 일해 저축한 사람들이나 전·월세 가격이 올라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합법적 약탈’은 폭력으로 빼앗아가는 약탈보다 더 나쁜 약탈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무주택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달라진 게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고통은 더욱 커졌다”고 비판한다. 서민들의 억울함과 고통은 민주화가 된 지금의 세상에서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저자는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진보는 ‘수구 세력’ 노릇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약탈 체제의 수혜자나 적어도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진정한 진보의 가치에 충실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 약탈 체제를 끝장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사기극’에 당하고만 살 순 없다고 강조한다. “약탈의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약탈을 중단하는 법은 없다. 그래서 부동산 약탈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분노해야 할 악惡인지도 모른다. 이제 반세기 넘게 한국을 지배해온 부동산 약탈 체제를 끝장낼 수 있도록 분노와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세 가지 스토리 

「사업을 키운다는 것」
스기하라 유이치로 지음|비즈니스북스 


405엔(약 5000원)짜리 도시락 하나로 연 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도시락 가게가 있다. 도쿄의 도시락 배달 전문점 ‘다마고야’다. 이 책의 저자는 다마고야의 성공 비결로 자기효율성, 고객 중심 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꼽는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성공신화를 거둔 다마고야를 소개하고, 작은 기업의 ‘이기는 경영 전략’을 모색한다.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문학동네 펴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자 스스로를 ‘로드 스쿨러(road schooler)’라 부르는 이길보라. 그는 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 ‘코다(CODA)’다. 농인 세계와 청인 세계의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봐온 그는 부모의 영향으로 일단 해보고, 가보고, 만져보고, 느끼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두고 살았다. 이후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지 않는 네덜란드로 떠났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과 모험을 이야기한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장혜영 지음|지콜론북 펴냄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오래된 곳은 사라져 간다. 이 책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가게들에서 의미를 찾는다. 저자는 2011년부터 10여년간 필름카메라로 오래된 가게의 간판을 찍어왔다. 동네 특성을 담은 간판부터, 시대의 유행을 보여주는 간판, 주인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간판까지…. 그는 “간판들이 하나둘 모여 동네의 특성을 만들고, 도시를 구성했다”고 말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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