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후속대책에 숨은 함의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업체와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그 대상을 대·중견업체까지 확대하더니 이번엔 임대료 감면 방식을 바꿨다. 고정임대료 기준이던 방식을 매출연동제로 변경한 거다. 이번 추가 지원 방안으로 숨통이 좀 트였다는 의견이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싹 정비하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면세점 후속대책에 숨겨진 함의를 취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업계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추가 지원방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업계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추가 지원방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공항 면세점 임대료 납부 방식이 매출연동제로 바뀌었다. ‘2021년 12월까지 매출이 2019년 동월 대비 80% 이하일 경우’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그동안 면세업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매출연동제’가 드디어 받아들여졌다. 매출연동제는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재입찰 조건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가 내세웠던 임대료 방식이다. 매출이 나온 만큼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그동안 고정된 임대료를 내던 면세점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항 이용객이 급격하게 줄자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며 계약 조건 변경을 공항공사 측에 요구했고, 이번 지원 방안에 적용됐다. 엄밀히 따지면 매출연동제는 그동안 면세업계가 요구해온 조건이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 수익에 의존해온 공항공사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로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흥행을 이어오던 면세점 사업자 입찰이 유찰되고, 급기야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면세점(SM면세점)까지 등장하는 등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공항공사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나온 50% 감면 지원책으로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월 167억원, 143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면서 “적지 않은 지원 규모였지만 여전히 공항 면세점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이번 대책으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료 구조도 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이 가장 원했던 매출연동제로 바뀌고 지원기간도 최대 내년 12월까지 연장됐다. 면세점 산업의 정상화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대책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존 임대료 구조로는 할인율 50%를 적용해도 신세계의 경우 연간 1900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면서 “매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영업적자로 이어질 상황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임대료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업체가 납부해야 할 임대료 수준은 매출액의 26%가량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면세업계도 한층 강화된 지원책을 반겼다. 한 면세업계 종사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이 90% 가까이 줄었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지원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매출연동제를 도입한 건 의미 있는 발걸음이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참에 근본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거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선진국에선 이미 매출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계기로 사회 전반에 정착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혜택만 나눠 가질 게 아니라 리스크도 공유해야 상생할 수 있다”는 안 교수는 “어느 한쪽만 희생을 강요당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임대료 방식 매출연동제로 변경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처럼 매출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 재난에 가까운 이유로 ‘계약불이행’이 될 경우를 대비한 관련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임대료를 내기로 했는데 못 냈다? 계약을 했는데 취소가 안 된다? 그동안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분쟁을 지켜봐 왔나.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계약불이행’ 지침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코로나19 사태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 관련 지침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몇차례 지원책을 내놨다. 2월 28일엔 중소·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8월 6개월간 임대료를 25% 인하하겠다고 발표했고, 3월 18일엔 운항이 중단된 공항에 입점한 중소·소상공인의 임대료를 100% 면제해주기로 했다.

4월 1일엔 그 폭과 대상을 넓혔다. 중소·소상공인의 임대료 감면율을 25%에서 50%로 상향했고, 대·중견업체의 임대료도 20% 감면(3~8월)하기로 했다. 6월 1일에도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골자는 중소·소상공인(50%→75%)과 대·중견업체(50%)의 임대료 감면율 인상, 임대료 납부유예기간 연장(8월까지)이었다.

하지만 617만9014명이던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 여객이 1년 만에 21만8913명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선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여객이 회복되지 않으니 임대료를 감면해준다 한들 업체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놓은 게 이번 추가 감면 지원책이다. 정부는 8월 27일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고용·경영 안정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산업 지원방안’을 상정해 발표했다.

이번 지원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말했듯 임대료 방식을 고정임대료에서 매출연동제로 바꿨다는 데 있다. 중소·소상공인, 대·중견업체, 기존 사업자, 신규 사업자 등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도 눈이 띄는 변화다. 감면 기간도 연장됐다. 앞선 지원책에서 감면 기간이 올해 8월까지였다면 이번엔 내년 6월까지로 연장됐다. 

감면 혜택 중단 기준도 바뀌었다. 이전까진 지난해 공항 이용 여객수 대비 60% 회복되는 시점에서 감면 혜택을 중단한다고 정했지만 이번 지원책에선 80%로 상향 조정됐다. 공항 내 상업시설(면세점·은행·기내식 등)의 7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73.6% 감소하고, 휴업·단축을 하는 매장(56.4%)도 절반을 넘어선 데 따른 특단의 조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거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예고 없이 들이닥쳤듯 언제 또 무엇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흔들지 모른다는 데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면세업계 관계자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임대료 비싼 것 알면서도 사업자로 들어오지 않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이번 대책을 계기로 높은 임대료와 특허수수료 등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한번쯤은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몇개월짜리 한시적인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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