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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호재와 리스크

LG화학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연초 31만4000원이던 LG화학 주가는 76만8000원(9월 3일)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 주가가 100만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증권업계의 ‘매수(Buy)’ 의견은 일상이고, 터무니없는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경우도 숱하다. 이번엔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G화학의 호재와 리스크를 짚어봤다.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는 건 LG화학에 호재가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는 건 LG화학에 호재가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그동안 증권업계에선 LG화학의 전지(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이 평가절하돼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일부에선 “LG화학의 주가는 중국의 CATL보다 평균 40% 이상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LG화학의 핵심은 석유화학 사업 부문이다. 석유화학 매출 비중은 회사 전체의 49.3%(2분기 기준)를 차지한다. 영업이익 비중은 87.1%에 달한다. [※참고 : 2019년 기준으로는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158.1%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1.6%, 90.4%였다.] 석유화학 사업을 캐시카우로 잡아 놓고, 아직은 투자가 더 필요한 전지 사업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LG화학의 미래가치나 성장성 측면에서 보면 석유화학 사업은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했다. 우선 석유화학 업종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추세인 ‘친환경’과 거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악재를 깔고 가는 업종이라는 거다. 

더구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와 나프타분해시설(NCC) 업황의 마진 축소 등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았을 때는 LG화학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LG화학이 전지 사업 부문을 분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종합하면 LG화학에서 석유화학 부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때때로 주가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얘기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LG화학 주가가 1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재 LG화학 주가는 주당 76만8000원(9월 3일 종가 기준)이다. 향후 30%는 더 오르지 않겠냐는 거다. 전지 부문의 미래도 밝은데, 전지 부문을 받치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현재) 역시 호황을 맞고 있어서다. 

우선 LG화학의 전지 부문부터 보자. 현재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이는 없다. 관건은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하느냐다.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건 중국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기준 지역별 전기차 판매 비중을 보면 중국(52.0%), 유럽(26.0%), 미국(15.0%), 기타(7.0%) 순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업체를 보호했다. 그 바람에 국내 업체들은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석유화학 “호황기 수준”

이제는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 업계는 올해부터 유럽(45.0%)이 중국(39.0%)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은 올해부터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1년 말까지 전기차 보조금도 약 3배 이상(일정 금액 이하 전기차에 한정) 늘린다. 중국이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런 상황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이 세계 1위(올해 기준 100GW)인 LG화학에 호재일 수밖에 없다. 생산능력이 높다는 건 그만큼 규모의 경제로 승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LG화학은 중국에서 고전하는 와중에 유럽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 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2%대에 불과한 LG화학의 전지 부문 영업이익률이 최대 1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참고 : 2015년부터 지난 5년간 전지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0.6%다. 전지 사업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는 거다.]

그럼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어떨까.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기반으로 하는데, 올해 초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료비가 확 줄었다. 덕분에 에탄분해설비(ECC)를 기반으로 한 경쟁사들보다 가격경쟁력이 생겼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탄탄하다. 식당 이용에 제약이 생기고, 포장과 배달이 늘면서 포장용 원료(폴리올레핀ㆍ폴리에틸렌 등)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와 함께 가정용 전자기기 판매량이 늘자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ABS(아크릴로나이트릴ㆍ뷰타다이엔ㆍ스타이렌) 수요도 탄탄하다.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특수고무도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건설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자재의 원료로 많이 쓰이는 폴리염화비닐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 전반이 호조세”라면서 “이런 상황이 향후 실적 개선과 더불어 주가를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코로나19로 공장들이 반복적으로 가동 중단되거나 일부는 정기보수에 들어가기도 해서 석유화학 제품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의 호재는 또 있다.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점이다. 양사의 소송전은 조금 복잡하지만 단순화하면 크게 3가지다. 하나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우리 직원들을 데려가 배터리 부문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낸 소송(2019년 4월)이다. 

다른 하나는 특허침해소송인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과 LG화학의 맞소송(2019년 9월)이다. 끝으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2014년 서로 문제 삼지 않기로 한 합의를 깨고,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냈다’면서 국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 취하를 구한 소송(2019년 10월)이 있다. 

소송전은 꽃놀이패

첫번째 소송은 지난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게 이유다. 세번째 소송은 지난 8월 27일 원고(SK이노베이션) 패소 판결이 나왔고, SK이노베이션은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현재로썬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협상을 구해야 할 처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전지, 소송 3박자가 LG화학에 골고루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증권업계가 100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상황이 유지되고, 큰 돌발 변수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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