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상승폭 줄면 오른 게 아니란 건가
전세값 상승폭 줄면 오른 게 아니란 건가
  • 최아름 기자
  • 호수 405
  • 승인 2020.09.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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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상한 전세시장 분석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전세시장이 불안하다는 분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을 피하려는 행위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며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8월 들어 전세가격지수 상승폭이 줄어들었다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전세시장의 현주소를 분석해 봤다. 

정부와 민간이 예상하는 전세시장 안정 시점은 서로 다르다.[사진=뉴시스]
정부와 민간이 예상하는 전세시장 안정 시점은 서로 다르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경제 대부분이 멈춰 섰지만 주택 부동산 시장만은 예외다. 가장 심한 분야는 전세시장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4억4643만원에서 8월 4억6876만원으로 상승했다. 변동률로 따지면 5%인데, 최근 2년간 같은 기간의 변동률의 4배 이상이다.

정부는 ‘전셋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8월 19일 “전국 845만 임차가구의 상당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의 혜택을 받지만 새집을 구하는 분들은 최근 전셋값 상승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고: ‘임대차 3법’은 7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31일 시행됐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8월 둘째주에는 전셋값 상승폭이 축소되는 등 조정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어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 부총리의 말대로 전세시장은 결국 누그러질까. 더스쿠프(The SCO OP)는 전세가 상승의 흐름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전세 수요와 공급이 얼마만큼 차이가 났는지, 그래서 그것이 결국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짚어봤다. 기간은 최근 이슈만 반영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8월까지로 한정했다. 

전세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알아볼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부터 확인해보자. 기준선은 100이다. 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20년 1월 수급지수는 154.4였다. 2020년 5월까지 전세 수급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150선에서 조금씩 변동하던 수급지수는 6월이 되면서 급변했다. 6월 173.5를 기록해 폭등세를 띠더니 8월엔 185.4로 치솟았다. 수요는 넘치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었던 건데, 그러다 보니 전셋값은 오르는 게 당연했다. 

넘치는 수요 때문인지 전세 중위가격의 상승폭도 컸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1월 4억4643만원에서 8월 4억6876만원으로 5.0% 상승했다. 전세가격지수도 같은 기간 101.0에서 103.6으로 2.6포인트 올랐다. 비교적 보수적인 통계가 나오는 한국감정원의 전세가격지수 역시 2020년 1월 평균 99.5에서 2020년 8월 평균 101.4로 1.9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 줄었다고 가격 떨어질까 

그럼 홍 부총리가 “전셋값이 잡힐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8월 둘째주 이후의 전세가격지수를 주 단위로 확인해 보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 추이는 8월 첫째주 0.17 (101.01→101.18), 둘째주 0.14(101.18→101. 33), 셋째주 0.12(101.33→101.45), 넷째주 0.11(101.45→101.55)을 기록하며 홍 부총리의 말처럼 둘째주 이후 상승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는 조금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전세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0.22(첫째주 103.00→103.22), 0.42(둘째주 103.22 →103.64), 0.39(셋째주 103.64→104.03), 0.42(넷째주 104.03→104.45) 순으로 움직이며 상승폭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됐다. 정부의 바람과 다르게 전셋값이 한동안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승폭이 줄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전세가격지수가 오른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럼 전세가격은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거다. 

혹시 새집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같은 기간 서울에서 준공된 주택량을 확인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서울에서 준공된 주택은 5843호, 2월에는 1만637호를 기록했다. 이후 6778호(3월), 7128호(4월), 5634호(5월), 6292호(6월), 6980호(7월)가 준공됐다. 전세 수급지수가 급등한 것은 6월부터인데 다른 달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새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존 주택이 전세 공급에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문제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홍 부총리는 전세시장 불안요인을 ‘투기’로 꼽았다. 홍 부총리는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수요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 전세가 상승은 임대차 3법 이전에 미리 가격을 올리는 거래 위주로 상승한 것”으로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10월 전월세전환율 조정 등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 전월세시장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정보업체의 전망은 이번에도 다르다. 매매가격 상승세는 수그러들 수 있지만 전셋값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B부동산 리브온 측은 “서울 매매가 상승폭은 줄었지만 전세수급지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전세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며 전셋값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전세 시장 전망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었지만 전세 매물이 부족해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해소되지 않은 내집 마련 수요층이 있어 전셋값이 하락세를 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계절적 요인으로 가을 이사철에 진입해 매물 부족으로 전세난이 더 가중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아직 2020년은 4개월이 남았다. 오는 10월 시작되는 정부의 전월세전환율 조정이 영향력을 발휘해 정말 단기적 상승세를 막아낼지, 아니면 민간의 예상대로 전세 매물이 더 잠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책이 발표된 후 시장이 반응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 속도가 예전과는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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