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대출은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언제까지 갚느냐’는 것도 관건이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은행이 정한 주기대로 갚는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한 액수의 이자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대출 상환 플랜을 짜 봤다.

대출금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빨리 갚는 게 이득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출금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빨리 갚는 게 이득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외벌이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소득에서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초혼 맞벌이 부부의 평균소득(7364만원)은 외벌이 부부(4238만원)의 1.7배에 달한다(통계청·2018년 기준). 대출잔액은 외벌이 부부(9136만원·중앙값 기준)가 맞벌이 부부(1억1645만원)보다 적지만 혼자서 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벌이 부부가 느낄 부담감은 훨씬 크다.

두 자녀를 키우는 한명훈(가명·35)씨와 아내 차수현(가명·36)씨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남편 한씨가 혼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다가오면서 차씨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연봉이 삭감될지 모른다는 소문도 돈다. 다행히 한씨는 첫번째 상담 이후 며칠 전 상사로부터 연봉 삭감이 되지 않을 거란 얘기를 들었지만, 코로나19의 악재가 계속되는 탓에 부부는 불안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모아둔 돈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부부에게 리스크다. 지난 상담에서 가계부를 살펴본 결과, 부부는 별다른 재테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부가 월 80만원씩 대출금(총 1억3000만원)을 갚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출금 잔액(약 1억800만원)이 많이 남은 상황이어서 한동안은 꼼짝없이 80만원이 고정비용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문제는 부부가 별다른 과소비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월 54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항목에서 지출을 조금씩 줄여 종잣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 노력 끝에 부부는 소비성 지출 120만원을 줄여 66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당장 대출상환금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여유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하진 못했다.

다행히도 이번 3차 상담에서 차씨가 자택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의 아르바이트 면접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로써 부부는 차씨의 아르바이트 소득 68만원을 더해 총 134만원의 여유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부부는 지난 상담에서 대출 상환→목돈 만들기→자녀 교육비 마련 순으로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자녀 교육비로는 최소한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하겠다는 게 부부의 생각이다. 그러려면 가급적 빨리 대출금을 상환해 여유자금을 더 늘릴 필요가 있었다. 대출금 이자율(2.9%)도 무시하기 어렵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대출을 갚는 데 집중해 이자를 내는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부부는 매월 50만원을 적금에 붓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단순 계산으로 9년 안에는 대출금을 전부 상환할 수 있다. 부부는 약간의 우대금리를 더 지원해 주는 조합원 은행을 선택해 적금을 만들었다. 농어촌 특별세(1.4%)를 내면 1인당 예금액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점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주택청약저축에도 2만원 납입하기로 했다. 부부가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테크에 있어 청약저축 가입은 기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청약저축이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는 최소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단 2만원씩 불입한 후 향후 비상금을 통해 저축액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자녀들 앞으로 나오는 아동수당 20만원은 고스란히 자녀들 이름의 적금에 각각 넣기로 했다. 시중 은행을 선택해 특별한 이점은 없지만, 이는 재테크 목적보단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교육하겠다는 취지에 내린 결정이다. 부부는 나중에 아이들이 대학 생활을 할 때 생활비로 나눠줄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비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CMA통장에도 6만원씩 납입한다. 이 통장은 금리는 낮지만 하루 단위로 이자가 쌓이고, 언제든지 입금·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비상금 용도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지난 상담에서 활용하고 남은 보험 해지 환급금(375만원)도 CMA통장에 넣어 함께 관리할 예정이다. 다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CMA통장이 더러 있고 투자상품인 만큼 원금손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은 참고를 해야 한다.

개인연금(10만원)에도 가입했다. 부부는 아직 30대 중반으로 젊은 편에 속하지만, 필자는 노후준비를 빨리 시작할수록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납입액을 적게 설정해 부담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사업비가 낮고 비과세인 저사업비 변액연금상품으로 준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펀드보다 높은 환급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목돈을 만들기 위해 매월 20만원씩 달러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인근 은행에 가서 달러를 사면 된다. 달러 같은 실물경제를 직접 접해보면 부부가 경기 흐름이나 금리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미 정부가 재정을 풀면서 달러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용도로 적립식 펀드에 15만원, 카카오뱅크에 11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재테크 경험이 전무한 부부를 위해 적립식 펀드는 채권형 펀드와 미국 우량주 펀드에 분산 투자하도록 했다. 채권형 펀드도 국공채 펀드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펀드에 고루 분산해 안전성을 높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뱅크의 장점은 이용법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특히 배우자와 계좌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부부간의 의견교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여유자금 134만원은 조합원 대출금 상환(50만원), 주택청약저축(2만원)·자녀 적금(20만원)·비상금(6만원)·노후 준비(10만원)·목돈 마련(20만원)·자녀 교육비(26만원)를 위해 고루 쓰였다.

한씨 부부는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앞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는 다짐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부디 부부가 그 결심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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