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展

➊Blind Eye 4, 2019 ➋Primordial, 1, 2020 ➌Daisy Chain Twist, tall, 2004
➊Blind Eye 4, 2019 ➋Primordial, 1, 2020 ➌Daisy Chain Twist, tall, 2004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는 3D 애니메이션 분야의 개척자로 불린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은 물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본태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색·질감·움직임 등을 오로지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한다. 움직이는 유기체 혹은 추상적인 형태가 그의 손에서 최신기술을 입으면 전형적인 경험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온다. 매일 마주하는 자연환경은 드러내지 않았던 복잡성을 보여주고, 시공간은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갤러리 리만머핀 서울이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개인전 ‘Souls’를 통해 그의 영상설치 작업 3점을 소개한다. ‘Blind Eye 4(2019년)’는 2018년 그의 주요 개인전이 열렸던 미국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에 위치한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트 주변의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 영상이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노라면, 나무는 때때로 거칠게 흔들리고, 잎사귀들은 부드럽게 흩날린다. 흰 나무껍질 곳곳에 박혀 있는 까만 점들은 공허하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같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런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계절의 변화를 암시할 수 있지만 그 순간만은 시간에서 벗어난다. ‘Daisy Chain Twist, tall(2004년)’은 데이지꽃으로 만든 장막(가랜드)이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간들거리는 꽃의 움직임은 생명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한다. 

이번 전시회에선 작가의 신작도 소개된다. ‘Primordial, 1(2020년)’은 수중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이다. 작디작은 생물과 식물들은 유영하듯 아래로 내려오고 산소 방울은 위로 상승한다. 번뜩이는 섬광은 마치 삶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념하는 듯 이들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충돌하는 생명체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 생동감을 얻는다. “생태계의 시작은 어땠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우리는 자연을 크고, 넓게 바라본다. 현미경으로 보듯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익숙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이클로 자연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는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Souls’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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