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더블사이클의 프리사이클링

지난 5월 무단투기된 쓰레기가 쌓인 부천시 소사동 골목에선 낯선 이름의 캠페인이 유행했다.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폐기물 관리시스템을 당장 뜯어고칠 순 없으니 ‘덜 쓰기’부터 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주도한 건 두명의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주민들을 모집해 프리사이클링을 실천할 서포터즈를 조직했고, 동네 카페에서 파는 커피엔 쌀 빨대를 꽂았다.

더블사이클팀은 동네 카페를 상대로 쌀 빨대 사용 업무 협약을 맺었다.[사진=더블사이클 제공]
더블사이클팀은 동네 카페를 상대로 쌀 빨대 사용 업무 협약을 맺었다.[사진=더블사이클 제공]

2018년 4월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쓰레기 대란’이 터졌다. 수거ㆍ선별ㆍ재활용 업계가 재활용품의 수거를 꺼렸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국내 재활용 쓰레기가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해 5월 정부가 해법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 카드를 꺼낸 이유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도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코로나19 탓에 택배와 배달 주문이 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부쩍 증가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마스터플랜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건데, 이유가 뭘까. 

이 질문에 두명의 대학생이 명쾌한 답을 냈다. “돈이 되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곳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 참고: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 ‘분리배출한 모든 폐기물이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폐기물 중 돈이 되는 건 외국에 수출한다. 국내에선 상태가 멀쩡한 폐기물만 재활용한다. 그 나머지는 땅에 묻거나 소각한다. 두 학생이 지적한 게 이 부분이다.] 

가톨릭대는 지난 3월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이란 교과목을 개설했다. 학생들이 강의실 대신 골목을 누비며 생생한 사회문제를 마주하고, 직접 해결책을 모색하는 흥미로운 수업이었다. 

부천시ㆍ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ㆍ부천문화재단 등이 조력하는 민관학 협업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 수업에서 ‘더블사이클’이란 이름으로 팀을 이룬 김동한ㆍ조소연 학생이 파고든 사회문제는 바로 재활용 폐기물 이슈였다. 

둘은 가장 먼저 현장을 훑었다. 인근에 대학이 있어 원룸이 밀집해 있는 소사동 골목 곳곳에선 방치된 분리수거 폐기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동한 학생이 말했다. “1인가구 비중이 높은 대학가 인근 지역의 특성상 정부ㆍ지자체가 꼼꼼한 대책을 세워도 관리의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낯선 단어였다.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더블사이클의 설문조사에서도 1020세대 147명 중 단 2명만이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개념은 간단했다. ‘미리’를 뜻하는 ‘Pre’와 재활용을 의미하는 ‘Recycling’을 합쳤다. 폐기물이 될 만한 제품을 아예 만들거나 소비하지 말자는 운동이다. 국내에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덜 쓰자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다. 

문제를 진단했고 해법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 건 실천이었다. 두 학생은 다시 골목에 섰다. 숱한 커피전문점이 눈에 띄었고, 플라스틱 빨대가 떠올랐다. 더블사이클의 첫 프로젝트로 ‘동네 카페 친환경 빨대 도입’을 선정한 이유다. 5월 25일, 두 학생은 소사동 카페 3곳과 캠페인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더블사이클은 마을카페에 친환경 빨대 700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마을카페는 친환경 빨대 사용 안내와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협조한다” “더블사이클은 마을카페 홍보를 위한 각종 노력을 통해 캠페인 참여 혜택을 제공한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커피 한잔으로 환경까지 신경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쌀 빨대라 신기했고, 먹을 수 있어서 더 신기했다” 등 고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정부 마스터플랜에 던진 물음표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협약을 맺은 카페 중 쌀 빨대를 계속 쓰겠다는 곳은 없었다. 쌀 빨대는 가늘면서도 적당한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빨대의 특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값도 플라스틱 빨대가 훨씬 저렴했다. 조소연 학생은 말했다. 

“카페 사장님 입장에선 쌀 빨대를 계속 들여놓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예요. 경제성ㆍ편의성을 따지면 플라스틱 빨대가 훨씬 좋거든요. 각종 리서치를 통해 알아본 결과, 친환경 활동이 대개 이런 과정으로 엎어지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펴기로 했습니다.” 

더블사이클이 선택한 지속성 유지전략은 ‘든든한 지지자’였다. 두 학생은 5월 25일 SNS를 통해 소사동 주민 7명을 서포터즈로 선발했다. 서포터즈에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등의 일일 미션을 부여했다. 2주간의 서포터즈 활동이 끝난 뒤엔 수료증과 친환경 제품을 증정했다. 

이 전략은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냈다. “서포터즈 종료 후에도 환경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서 하겠는가”라고 물었더니, 서포터즈 전원이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김동한 학생은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면서 “텀블러 챙기기 같은 친환경 활동은 비록 사소해 보일 순 있지만 계속 유지해나가면 프리사이클링과 같은 낯선 캠페인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연 학생은 말을 받으면서 주장을 이어갔다. “그래서 관官의 역할이 중요해요. 환경 관련 캠페인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는 것도, 친환경 제품을 보급하는 것도 관이 주도하면 훨씬 수월해지거든요.” 

그래서 더블사이클은 부천시에 각종 정책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친환경 제품 활성화 정책’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자체가 친환경 제품 연구ㆍ개발(R&D) 비용 지원 → R&D 제품 지역 매장에 저렴하게 공급 → 친환경 제품 활용 매장엔 지자체가 세제 혜택 제공 → 친환경 커뮤니티 활동 통해 제품 및 매장 홍보 → 더 많은 친환경 제품 개발과 적용 매장 유도.”

골목에서 얻어낸 솔루션을 정책으로 연결한 두 학생의 제안을 부천시는 받아들일까. 이제껏 청년이 뛰었으니 이젠 ‘관’이 답할 차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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