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인터뷰 | 더블사이클 김동한ㆍ조소연 학생

아파트 주민들은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재활용품을 들고 나와 분리배출을 한다. 이렇게 분리된 폐기물이 재활용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분리수거 생태계에선 ‘돈이 될 만한 폐기물’만 재활용 절차를 밟는다. 이처럼 ‘쩐錢의 논리’가 지배하는 폐기물 시장의 해법을 찾는 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의 ‘더블사이클팀(김동한ㆍ조소연 학생)’의 과제였다. 두 청년은 어떤 솔루션을 모색했을까. 

더블사이클팀의 김동한ㆍ조소연 학생은 프리사이클링 캠페인을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쏟았다.[사진=천막사진관]
더블사이클팀의 김동한ㆍ조소연 학생은 프리사이클링 캠페인을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쏟았다.[사진=천막사진관]

✚ 왜 재활용 문제를 들여다보게 됐나요. 
조소연 학생(이하 조소연) : “자취를 하다 보니 먹고 사고 쓴 것의 흔적이 그대로 남더군요.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려 해도 선별 작업이 어려웠어요. 페트병 몸체에 라벨 접착제만 있어도 재활용을 하지 않고 매립하거나 태운다고 들었어요. 분리수거만으로 안심할 일이 아니란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김동한 학생(이하 김동한) : “원룸 빌라가 집결된 골목은 최소한의 분리배출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우리 활동의 출발점이었죠. 일단 정책부터 들여다봤습니다.”

✚ 정부 마스터플랜인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2018년)’ 말인가요.
김동한 : “살펴보니 좋은 정책이었습니다. 정부가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 배출과 수거, 그리고 재활용까지 전 단계에 직접 개입했죠. 하지만 그 효과가 현장까지 닿았는지는 의문입니다.” 

조소연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입니다. 1인당 버리는 쓰레기양도 4번째로 적죠. 하지만 우리 골목의 현실은 딴판이었습니다.”

✚ 골목 상황이 어땠나요.
조소연 : “부천 소사동의 골목에선 버려진 쓰레기가 악취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불신하더라도 상습투기 장소에 CCTV를 달아놓는 게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였죠. 그래서 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 그게 뭔가요.
김동한 : “당장 시스템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덜 쓰기’부터 하자는 겁니다. 이런 취지의 캠페인인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을 확산시키기로 했습니다.”

✚ 프리사이클링? 낯선 단어입니다. 
조소연 :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한 슈퍼마켓을 예로 들어볼까요. 식료품과 생필품을 파는데도 포장지나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와 제품이 담긴 통에서 레버를 잡아당겨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프리사이클링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친환경 빨대 도입을 검토했습니다.”

✚ 친환경 빨대를 떠올린 이유는 뭔가요.
김동한 : “콧구멍에 이물질이 끼어 호흡곤란을 겪는 바다거북 관련 영상을 봤습니다. 이물질의 정체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죠. 빨대를 뽑는 내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조소연 : “빨대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인 동시에, 당장 쓰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는 제품이란 점도 주효했습니다.”

✚ 도입 효과가 궁금합니다.
조소연 : “동네 카페 3곳과 협약을 맺고 2000여개의 ‘쌀 빨대’를 공급했습니다. 카페 사장님과 고객의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었습니다. 커피를 사고팔면서 친환경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만족스러워했죠.”

소사동 골목에 분 프리사이클링 바람 

✚ 협약이 끝난 뒤에도 ‘쌀 빨대’가 계속 유지됐나요.

김동한 :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문제였죠. 플라스틱 빨대보다 경제성이 앞서는 제품을 못 찾았습니다.”

조소연 : “오래 담가두면 변형이 발생하는 사용감도 문제였습니다. 다만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사장님들은 ‘개량된 친환경 빨대가 나온다면 도입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서포터즈도 모집했는데요. 
김동한 : “소사동 주민 7명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일일 미션을 줬죠. ‘텀블러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하기’ ‘샤워시간 3분 줄이기’ 등 입니다.”

✚ 일일 미션 완료율은 어땠나요. 
김동한 : “생각보다 높은 평균 74.1%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죠.” 

조소연 : “일일 미션을 정하면서 의외의 환경보호 활동도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스팸메일을 정리하는 것이었죠.”

✚ 스팸메일 정리와 친환경이 무슨 관계가 있나요.
조소연 : “스팸메일을 보관하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기를 쓰고 있는데, 여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합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선 스팸메일 때문에 하루 1만6000톤(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 활동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아 보입니다. 
조소연 : “활동을 통해 만난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는 각자의 고민이 엇갈린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 엇갈리는 이유가 뭘까요.
조소연 : “프리사이클링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 논리였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것도, 비닐봉투를 쓰는 것도 결국 저렴하고 편리해서였습니다. 이를 산업 전체로 확대하면 ‘경제 논리 우위’는 더 뚜렷해질 겁니다. 공장과 발전소 굴뚝에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일에는 비용이 필요하니 미루는 식이죠. 하지만 우리의 시각에선 이들 기업이 경제 논리만 앞세우는 건 모순처럼 보였습니다.”

✚ 왜 모순이죠.
김동한 : “지난 8월 폭우가 한창일 때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란 문구가 SNS를 달궜죠. 이미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는 현실이고,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어마어마합니다. 환경이 없으면 경제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이 경제논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누구나 친환경을 주장하지만…

✚ 어떤 방안인가요.

조소연 : “‘기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만 주장해선 변화를 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과 사람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해요. 우리는 부천시에 친환경 빨대를 만들거나 활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자고 제언했습니다.”

✚ 활동은 끝났습니다. 지금도 프리사이클링 캠페인을 확산시키고 있나요.
조소연 : “한명이 움직이면 그 뒤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폐기물을 만드는 사소하고 나쁜 습관부터 고치는 중입니다.”

김동한 : “대단한 환경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인 만큼, 항상 경각심을 갖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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