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르의 인기 비결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데이팅 앱도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개중엔 토종 앱도 있는데, 다름 아닌 ‘아자르’다. 이 앱을 출시한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는 창업한 지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서비스 초기부터 철저히 ‘선택과 집중’을 한 게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자르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아자르’ 이용자의 99%는 해외 이용자다.[사진=하이퍼커넥트 제공]
‘아자르’ 이용자의 99%는 해외 이용자다.[사진=하이퍼커넥트 제공]

온라인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이른바 ‘데이팅 앱’이 인기몰이 중이다. 터치 몇번이면 손쉽게 대화상대를 만날 수 있어 젊은 이용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국내 앱 매출 순위에 ‘아자르(6위)’ ‘위피(7위)’ ‘심쿵(10위)’ 등 데이팅 앱 3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앱애니).

국내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 소비자들이 데이팅 앱에 지출한 금액은 22억 달러(2조6180억원·앱애니)에 달한다. 덩달아 데이터 앱의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1위인 데이팅 앱 ‘틴더’는 지난해 11억5200만 달러(1조3708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8억5200만 달러) 대비 43.1%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데이팅 앱의 인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정착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데이팅 앱에 소비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해외 데이팅 앱 틈바구니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산 앱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아자르’다. 현재 230개국에서 1억여명의 이용자가 사용 중인데,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의 기세도 뜨겁다. 2014년 창업한 지 4년 만에 매출 1045억원을 달성했다. 비非게임 앱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국내 스타트업은 하이퍼커넥트가 처음이다. 올 상반기 매출도 1235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도 계속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실행하고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치면 곧바로 상대방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들면 영상 대화를 시작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사진을 옆으로 밀어 다른 대화상대를 찾는다. 이 앱의 특징은 다른 데이팅 앱과 달리 영상 대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텍스트와 음성 대화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아자르의 타깃이 처음부터 영상 대화에 친숙한 해외 소비자들에게 맞춰져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자르의 해외 이용자 비중이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아자르는 론칭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일본·터키·인도·독일 등 8개 국가에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세우고 현지화 마케팅을 펼쳤다. 2016년 9월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말을 특정 국가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 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빠른 현지화 전략 통해

특히 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게 알찬 결실로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권 특성상 평소 얼굴을 노출하지 못하는 중동 여성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아자르는 ‘중동의 카카오톡’이라고 불릴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2017년엔 터키 전체 앱 수익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온라인 서비스이지만 오프라인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 인도 시장이 대표적이다. 인도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 전통의상 ‘사리’ 입는 법을 광고로 만드는 등 인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아자르는 지난해 인도 앱 매출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앱애니·게임 제외).

아자르는 발 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사진=하이퍼커넥트 제공]
아자르는 발 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사진=하이퍼커넥트 제공]

최근엔 대규모 투자유치도 진행 중이다. 하이퍼커넥트는 최근 외국 증권가를 대상으로 3000억~4000억원 수준의 프리 IPO (상장 전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하이퍼커넥트가 자금력이 부족해 투자를 유치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인수·합병(M& A)이나 신규사업 투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자르는 세계 시장에서 ‘톱’을 노려볼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긴 아직 어렵다. 업계 1위인 틴더가 흥미로운 마케팅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어서다. 9월 12일 전세계에 론칭하는 신규 콘텐트 ‘스와이프 나이트’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주인공의 시점으로 세계를 구한다는 설정의 영상으로, 선택에 따라 다른 내용이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즐긴 내용을 토대로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대화 시 이야깃거리를 늘려줌으로써 이용자들이 틴더 서비스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콘텐트를 즐기는 데 익숙한 Z세대(18~24세의 소비자층)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독특한 콘텐트 선보이는 1위 업체

틴더의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틴더는 아자르와 마찬가지로 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영상 대화 기능을 시범적으로 앱에 추가했다. 이는 아자르의 성장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일한 영상 대화 기능이 있다면 아자르 이용자가 업계 1위인 틴더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을 매칭해주는 데이팅 앱 특성상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면서 “이용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유입할 만한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게 아자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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