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딜 부메랑, 애먼 직원을 향했다
아시아나항공 노딜 부메랑, 애먼 직원을 향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406
  • 승인 2020.09.14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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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줄다리기 끝에 좌초
치열한 책임공방 속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는 …

2조원이 넘는 대형 거래가 10개월의 줄다리기 끝에 ‘노딜(No deal)’로 끝났다. 앞으론 치열한 책임공방이 이어질 텐데, 그 누구도 웃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애먼 직원들이 노딜 부메랑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시아나항공의 노딜 후유증을 취재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물거품이 되면서 후유증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물거품이 되면서 후유증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HDC현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10개월여 지루한 공방을 거듭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HDC현산, 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후유증에 시달릴까. 먼저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낮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다 회복 시점을 점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끌어안고 경쟁력을 키운 뒤 ‘재매각’을 노리는 거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30.79%)을 제치고 36.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대규모 자금수혈을 받아 경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거란 점이다. 2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기안기금 수혈은 항공 리스사나 금융회사 등을 달래는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조6000억원과 1조7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쏟아부었지만, 체질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 기준 부채비율이 2291.0%에 이를 만큼 재무상황이 심각하다. 화물실적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수년째 투자가 중단돼 미래 전망을 밝게 점치기도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구주(지분율 30.79%) 매각대금을 통해 재건을 모색하던 금호그룹도 상황이 좋지 않다. 매각대금 3228억원도 못 받고 회사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겨야 하는 데다, 훗날 새 주인을 찾더라도 구주 지분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커서다. 

그때까지 금호산업이 구주 지분을 온전히 보유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은 ‘부분 자본잠식(자본잠식률 56.3%)’ 상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론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는 ‘감축자본(감자)’이 거론된다. 주식수와 자본금을 낮추면 자본잠식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차등감자는 국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때 종종 활용돼온 방법이라는 점에서 금호그룹이 구주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 참고: STX조선해양(2013년), 동부제철(2014년) 등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100대 1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발을 빼면서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인수계약금 2500억원 반환 이슈가 남아있어서다. HDC현산은 서둘러 반환소송에 돌입할 전망이다. 채권단이 거듭 거부 의사를 표했던 ‘재실사 카드’를 끝까지 고집한 이유 역시 소송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공산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부실해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금호그룹의 책임을 부각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과의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거래 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면서 “HDC현산이 반환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2조원이 넘는 대형거래를 무산시킨 책임이 적지 않은데다 소송까지 강행하면,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HDC현산의 실적이 괜찮은 것도 아니다. ‘모빌리티 그룹’의 단꿈에 젖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하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매출 9542억원, 영업이익 14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1%, 25.1% 감소한 수치다. 건설 업황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아울러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국내 분양사업과 신규 수주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물거품 된 HDC현산의 비전

이 때문인지 시장의 눈도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6월 4만6750원까지 갔던 HDC현산의 주가가 1년 만에 2만4000원(9월 9일 종가 기준)으로 반토막 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시아나항공 M&A를 진행할 때부터, HDC현산 일부 주주로부터 ‘건설업황도 안 좋은 데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 사실상 ‘없던 일’로 끝나면서 지루한 싸움도 막을 내렸지만, 모두가 패자인 불행한 거래”라면서 “HDC그룹과 금호, 채권단 등 이 거래에 참여한 모든 관계자들은 기업가치 하락과 신뢰도 면에서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꼬집었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무산, 문제는 애먼 직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작업에 돌입한 지난해 4월 이후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두번이나 실시했다. 올해 4월부터 실시한 전직원 15일 이상 무급휴직은 기약 없이 연장 중이다. 누가 이들을 벼랑에 몰았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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