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공시지원금 두번 인상, 벨벳의 실패 흔적들
4개월 만에 공시지원금 두번 인상, 벨벳의 실패 흔적들
  • 고준영 기자
  • 호수 406
  • 승인 2020.09.16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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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LG전자 구원투수 됐나

여기 출시 4개월 만에 두번이나 공시지원금이 인상된 스마트폰이 있다. LG전자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벨벳’이다. 이통사 입장에서 스마트폰의 공시지원금을 올린다는 건 이익이 줄어든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판매실적이 좋다면 굳이 공시지원금을 인상할 이유가 없다. 벨벳,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G벨벳에 새겨진 실패의 흔적들을 취재했다. 

출시 4개월여 만에 벨벳의 공시지원금이 두차례 인상됐다.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방증이다.[사진=뉴시스]
출시 4개월여 만에 벨벳의 공시지원금이 두차례 인상됐다.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방증이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말, LG 야심작 ‘벨벳’의 공시지원금이 올랐다. 출시된 지 한달여 만이었다. 인상폭도 컸다. SK텔레콤은 17만원에서 42만원(이하 최대 기준), KT는 24만원에서 48만원, LG유플러스는 21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공시지원금은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원해주는 돈이다.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비용인 셈이다.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의 재고를 소진하거나 인기가 없는 제품의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인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호평 일색인 벨벳의 때이른 공시지원금 인상 소식은 의외였다. 공시지원금을 인상한다는 건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이통3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을 벨벳의 공시지원금을 인상한 이유로 꼽았다. 반대로 풀어보면, 공시지원금을 늘려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면 벨벳의 판매량이 늘어날 거란 얘기였다.

미디어 쪽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공시지원금의 상향조정과 무관하게 해외 시장에서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기사가 연일 보도됐고, 벨벳을 둘러싼 불안감은 기우에 불과할 거란 비평도 이어졌다. 다음은 벨벳의 공시지원금 인상 이후 보도된 기사의 일부다.

“LG전자가 독일에서 공개한 스마트폰 LG 벨벳에 대한 외신들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LG 벨벳은 최근의 스마트폰 출시 트렌드인 스펙 지향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9일 기사]

“통상 2~3개월가량을 골든타임으로 보는 스마트폰 판매 사이클상 전월보다 다음달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통사들의 공격적인 보조금 상향에 더해 LG 벨벳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체험기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7월 14일 기사]

 

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움직였다. 벨벳의 공시지원금은 9월초 한번 더 인상됐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벨벳 구매고객에게 지급하던 공시지원금을 최대 42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특히 이번엔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도 기존 28만5000원에서 42만3000원으로 크게 높였다.

뒤이어 KT도 11일 벨벳의 공시지원금을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높였다. 공시지원금이 60만원까지 치솟은 경우는 드물다.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10시리즈와 갤럭시S20시리즈의 공시지원금도 60만원으로 높였지만 벨벳 이전에 출시된 모델들이다.

이번에도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탓일까.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2월, 8월 각각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과 ‘갤럭시노트20’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벨벳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5월) 애플 ‘아이폰SE2’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의 경우엔 수백만원의 웃돈을 주고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숱하다. 팔릴 제품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잘 팔렸다는 얘기다. 

벨벳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사진=뉴시스]
벨벳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사진=뉴시스]

그럼 벨벳의 문제는 무엇일까. 시장 사람들은 ‘가성비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9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도 사양은 어정쩡하다.

매스 프리미엄급 모델인 벨벳의 가격이 비슷한 사양을 갖춘 삼성전자(갤럭시A51ㆍ57만2000원)ㆍ애플(아이폰SE2ㆍ60만5000원)의 보급형 제품보다 20만~30만원 비싸다는 걸 이해할 만한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이통사들이 벨벳의 공시지원금을 두차례나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참고 : 매스 프리미엄 모델은 최상위 라인인 플래그십 모델에서 성능과 가격을 하향조정해 진입 장벽을 낮춘 준프리미엄 모델을 뜻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LG전자의 다음 행보다. ‘나쁜 가성비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LG전자는 8월 26일 보급형 스마트폰 ‘Q92’를 출시했다. 벨벳과 유사한 디자인에 성능이 제법 괜찮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을 벨벳의 절반에 불과한 49만94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시장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준수한 성능’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는 벨벳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사양에 가격까지 저렴한 Q92를 놔두고 가성비가 나쁜 벨벳을 구입할 소비자는 더 줄어들 게 분명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일 SK텔레콤이 벨벳의 공시지원금을 한번 더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면서 “실제로 인상된 공시지원금을 적용했을 때 Q92와 벨벳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물론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는 게 판매부진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둔 제조사와 이통사는 이전 모델의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갤럭시Z 폴드2’ ‘갤럭시Z 플립 5G’의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Z 플립의 출고가를 낮춘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실제로 LG전자 역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경우는 삼성전자와 다르다. 윙과 벨벳은 세그먼트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설사 벨벳과 윙의 포지션이 겹친다고 해도 벨벳의 판매실적이 좋다면 굳이 공시지원금을 높이거나, 차기작 출시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난 5월, LG의 야심작 벨벳이 부진의 늪에 빠진 스마트폰 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벨벳은 스스로의 역할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시지원금을 상향조정한 이통사들 역시 벨벳의 미래에 의문을 품었을지 모른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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