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성공할까

정부가 한국형 뉴딜정책을 붐업하기 위해 정책금융상품인 뉴딜펀드를 띄운다. 투자 규모가 20조원에 이르는 대형 펀드다. 하지만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가 세금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실패할 게 뻔한 관제펀드를 왜 선보이는가란 지적도 숱하다. 뉴딜펀드, 과연 좋은 성적표를 남길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뉴딜펀드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정부가 총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조성에 나섰다.[사진=뉴시스] 

뉴딜펀드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우려와 논란도 숱하다. 뉴딜펀드가 언급되기 시작한 건 7월 중순이다. 170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정책(K-뉴딜)의 과실을 국민과 함께 나눌 방안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초저금리를 타고 증시에 유입된 3000조원대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5일 열린 정책간담회를 통해 ‘연 3% 이상의 수익’ ‘원금보장’ 등을 뉴딜펀드의 밑그림으로 제시했다. 투자상품인 펀드에 ‘원금보장’이란 전제가 붙으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수준’으로 바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뉴딜펀드의 형태는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크게 세가지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하고 민간금융·연기금·민간자금으로 13조원을 조달해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실상 원금보장이 가능하다. 정부가 후순위 출자해 투자 위험을 우선 부담해주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위험부담 수준은 기본 10%다. 펀드 투자로 10%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책임져 원금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자대상은 그린 스마트 스쿨을 비롯한 민자사업, 수소·전기차 개발과 같은 뉴딜 관련 프로젝트, 뉴딜 인프라 사업, 뉴딜 관련 기업 등이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수소충전소·태양광 발전 등 그린뉴딜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뉴딜 인프라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하는 공모 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투자금액 2억원 이내의 배당소득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지막인 민간 뉴딜펀드는 금융회사에서 만드는 K-뉴딜과 관련한 금융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언뜻 괜찮아 보이는 상품이지만 시장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혈세가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후순위 출자가 펀드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측은 성명을 통해 “국가가 손실을 분담하니 투자가 안전하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의 부담이 곧 국민의 혈세를 말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결국 위험을 부담하는 주체와 위험을 회피해 이익을 얻는 주체가 ‘국민’으로 동일해지는 결과”라며 “국민이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국민이 안전해진다는 순환논리의 허구”라고 비판했다.

혈세로 손실 메우려나

투자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정부가 밝힌 정책형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은 뉴딜 프로젝트와 뉴딜 관련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대출 등으로 매우 넓다. 기대 수익도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정부가 제시한 국고채 이자+α의 수익률을 보고 베팅할지는 의문이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0.91%, 1.51%(9월 10일 기준) 수준이다.

펀드의 수익률이 더불어민주당이 밝혔던 ‘연 3% 이상의 수익’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퇴직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매력을 느낄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투자기간이 길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인프라펀드는 투자기간이 10년 이상인 초장기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10년 이상 돈이 묶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5~7년 정도로 투자기간을 단축한 인프라펀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짧은 기간이 아니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뉴딜 인프라펀드는 흥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 돈이 5~7년이나 묶여 있어야 하는 펀드의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유 자금이 풍부한 60~70대 이상의 중산층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투자자에겐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정책금융상품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출시한 관제펀드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MB(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 펀드가 대표적이다. 2008년 MB정부가 내놓은 녹색성장펀드는 2009년 39개까지 늘어났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6개뿐이다.

당시 녹색성장은 영원한 테마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정권의 힘이 기울면서 펀드도 시들해졌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으로 붐이 일었던 통일펀드도 시장에서 잊힌 지 오래다. 정부는 관제펀드 논란에 “과거 녹색펀드·통일펀드 등은 사업의 실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은 디지털·그린경제이기 때문에 뉴딜펀드는 출발부터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권 끝나면 인기 ‘시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뼈대만 만들어진 뉴딜펀드가 실제로 시장에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아무리 빨리 일을 진행해도 2021년에야 출시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내년이 문재인 정부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걸 감안하면 시장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취임 1~2년 차에 나온 정책금융상품의 약발도 2년을 넘기지 못했다”며 “정권 말미에 나온 뉴딜펀드의 인기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정책이라도 어떻게 불리느냐, 언제 추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숱하다”며 “상품이 나와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금융업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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