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주택에 쏠리는 눈
중산층 들어가는 임대주택 성공할까  

경기도가 7월 ‘기본주택’이라는 새로운 임대주택을 들고 나왔다. 최소 30년은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집이 없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태까지의 임대주택에는 중산층이 입주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주거방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비슷한 콘셉트였던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는 사실상 좌초했다. 경기도의 기본주택은 성공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경기도 기본주택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해 봤다. 

경기도는 저소득층이 아닌 무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개념을 제안했다.[사진=뉴시스]
경기도는 저소득층이 아닌 무주택자도 입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개념을 제안했다.[사진=뉴시스]

“내집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받으면 10명 중 8명은 ‘그렇다’고 답한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그만큼 바란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발표한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내집 마련’의 가장 큰 이유는 ‘주거 안정(87%)’이었다. 

그럴 법도 하다. 내집이 없는 사람들은 임차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전세계약이라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한다. 
운 좋게 재계약이 가능하더라도 임대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른다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법 테두리’ 안에서 생긴다는 거였다. 법이 보장하는 2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주거 불안의 가장 큰 문제였던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1년 새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돼 같은 집에서 2년씩 최대 4년간 거주하는 게 가능해졌다. 더불어 임대료 상승폭 5%라는 제한 규정도 생겼다. 

경기도는 여기에서 한발짝 더 나갔다. 주거 안정을 위해 공격적인 공급 해법을 제시한 거다. ‘기본주택’이다. 지금까지 주거 안정책은 두가지였다. 공공분양을 통해 처음부터 ‘내집 마련’을 도와주거나 분양을 받을 만큼 자산이 많지 않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려주는’ 거였다. 공공분양으로 민간분양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매하면 주거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곧바로 달성된다. 집을 사지 못하고 공공임대를 한다고 해도 장기간 낮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면 ‘주거 안정’이 가능해진다. 

이중 두번째 방식(공공임대)을 택한 경기도 기본주택의 ‘주거 안정 기간’은 최소 30년이다. 언뜻 최장 50년씩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경기도가 구상하는 기본주택에는 단 하나의 기준만 있다. 무주택자다. 소득 기준은 없다. 영구임대주택을 비롯해 여태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나 자산이 있는 가구는 입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소득 1~2분위가 공공임대의 주요 입주층이었고, 그 결과 ‘임대주택은 시설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로또 임대’라는 지적에도 공공 임대의 문턱을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욱 GH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은 7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분양주택만으로는 근본적 주거 안정이 어렵다”며 “입주자격 제한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무주택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경기도 가구 중 44.0%가 무주택인데도 실제 공공임대에 입주한 가구는 8.0%에 머물러 있다. 결국 경기도는 나머지 36.0%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가 요구하는 것은 크게 4가지다. ▲30년 이상 임대가 가능한 ‘기본주택’을 장기임대주택이란 새로운 틀로 분류하고 ▲공공기관들이 ‘장기임대 비축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만들어 관리하자는 거다. 여기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을 1.0%로 낮추고 ▲통상 300% 이하인 아파트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자는 것이다. [※참고 : 올해 초 준공된 서울의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이 용적률 464%를 적용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임대료 역시 상한선을 두겠다고 밝혔다. 저렴한 임대료 부담을 정부가 떠안은 탓에 적자를 면치 못한 기존 임대주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월 임대료의 상한선은 중위 소득 20%다. 가령, 2019년 기준 1인 가구의 월 중위 소득은 175만7194원이고 이중 20%는 35만1438원이다. 

범위를 3인 가구로 넓히면, 월 중위 소득은 387만원, 월 임대료 상한선은 77만4000원이 된다. 월 70만원 이상의 임대료는 완전히 저가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정도의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정기적인 소득이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 경기도가 제시한 ‘기본주택’에 중산층도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중산층도 만족할 수 있도록 저렴한 이미지였던 임대 아파트의 단지 설계를 변경하고 자재 수준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제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가 추진됐다. 2년 전 경기도 일대와 서울 도심 밖에서 공급된 뉴스테이는 당시 일반 분양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지 구성과 설계로 수요자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에서 입주자를 모집했던 A뉴스테이는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보증금 2억5000만원, 월 임대료 최대 54만7000원에 공급했다. 
 

하지만 계약자가 이탈해 생긴 미계약분이 추첨을 통해 유주택자에게도 돌아가면서 ‘무주택자 중산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계약자가 이탈한 원인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임대기간 8년이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계약자들은 8년 이후의 불확실한 선택보다 보증금으로 쓸 수 있는 목돈을 가지고 집을 ‘매매’하기를 원한다. ‘뉴스테이가 매매를 원하는 무주택자의 심리에 좌초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도 기본주택은 뉴스테이와 조금 다르다. 

최소 30년 임대를 내세워 ‘주거 안정’을 보장한다. 30살에 입주를 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60세까지는 거주가 가능하다. 중위소득의 20%로 임대료도 고정된다. 그러나 가구의 수입은 시간이 갈수록 변하고 집값의 변화는 장담할 수 없다. ‘기본주택’이 성공한다면 무주택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안정’ 해법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지만,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는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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