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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과 책임임차

포스코건설은 2020년 7월 여의도 최고층 빌딩 파크원을 준공했다.[사진=뉴시스]<br>
포스코건설은 2020년 7월 여의도 최고층 빌딩 파크원을 준공했다.[사진=뉴시스]

2016년 포스코건설은 1400억원대 파크원 수주에 승부를 걸었다. 시공사가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책임임차’ 조건까지 수용할 정도로 통 크게 베팅했고, 수주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4년, 파크원은 완공됐고, 임차인을 구해야 할 숙제는 남았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경기는 가라앉았다. 여의도에 쏟아질 오피스 물량도 숱하다. 포스코건설의 선택은 옳았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333m. 여의도에 새로 생긴 마천루의 높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섯번째, 여의도에선 가장 높다. 포스코건설이 2017년 공사를 시작해 3년 만에 마무리한 ‘파크원(Parc.1)’이다. 파크원 프로젝트는 2007년에 시작됐지만 시공사가 바뀌는 등 진통을 겪은 끝에 오피스 2개동, 호텔 1개동, 백화점으로 구성된 복합건물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끝낸 시공사는 더 할 일이 없게 마련이지만 포스코건설은 그렇지 않다. 임대 물량을 해소해야 한다. 2016년 파크원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선정될 때 ‘책임임차’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포스코건설은 당시 “69층에 이르는 파크원 A동 일부를 3.3㎡당 월 임대료 8만원에 책임임차하겠다”는 계약을 맺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책임임차기간은 3년이다.

책임임차는 소유주인 임대인에게 유리한 운영 방식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인의 손해가 되지만 책임임차 방식을 활용하면 다르다. 임대인은 임대운영업체에 관리를 맡기고 임대료 수익을 보장받는다. 임대운영업체로선 임차인을 찾아 입주를 시켜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 공실 부담을 임대운영업체가 감당한다는 얘기인데, 이게 바로 포스코건설이 처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의도에 오피스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여의도 우체국을 재건축한 포스트타워(33층)가 준공된다. KB금융타운(25층)까지 완공되면 여의도의 다른 빌딩에 있던 KB금융그룹의 일부 사업부가 자리를 옮기게 돼 공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가 지나도 오피스 공급은 충분할 전망이다. 사학연금회관(42층)과 여의도 옛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49층) 내 업무시설도 2023년이면 여의도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피스 물량이 넘친다는 건 포스코건설에 예민한 변수다. 포스코건설은 파크원 A동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17만㎡(약 5만평)에 해당하는 연 480억원의 임대료를 떠안아야 한다. 3년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440억원이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책임임차’를 조건으로 내걸고 빌딩을 건설한 업체들의 결말이 씁쓸했다는 점도 포스코건설엔 부담이다. 2016년 써밋타워 시공권을 따내면서 책임임차 조건(기간 10년)을 수용했던 대우건설은 끝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채 2019년 써밋타워로 사옥을 옮겼다. 대우건설은 송도 IBS타워(2011년)를 준공할 때도 10년 책임임차 조건을 걸었다가 낭패를 겪은 바 있다. 

광화문 D타워를 시공한 대림산업 역시 2014년 준공 이후 플랜트사업부를 입주시켰다. 준공 이후 약 3년 안에 매각을 하거나 임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송도신도시 사옥에 있는 포스코건설 일부 사업부가 여의도로 이전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돈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의도에는 2023년까지 신축 오피스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br>
여의도에는 2023년까지 신축 오피스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어쨌거나 최근 파크원 A동 일부는 새로운 임차인을 받기 위한 준비로 바쁘다. 10월 말 여의도의 다른 건물에 있던 중견급 회사가 파크원 A동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파크원 A동에 남아있는 공실을 채우기 위해 여러 기업과 협의 중이다”면서 “공실을 해소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가라앉았지만 올 2분기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9.6%ㆍ한국감정원)은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피스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포스코건설의 책임임차는 성공한 베팅이 될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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