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의 위험수위 ‘빚투’ 열풍

젊은 세대가 ‘영끌’ ‘빚투’ ‘컵라면 대출’ ‘대출 사재기’ 등에 빠져 한탕을 노린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젊은 세대가 ‘영끌’ ‘빚투’ ‘컵라면 대출’ ‘대출 사재기’ 등에 빠져 한탕을 노린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컵라면 대출(대출신청부터 실행까지 3분 만에 완료)’ ‘대출 사재기(한도가 줄기 전에 신용대출 받아놓기)’ 등 금융거래 및 투자 관련 신조어가 난무한다. 투자는 여윳돈으로 신중하게 판단해 행하는 게 정석인데, 신조어에서 보듯 한몫 잡으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뛰어든다.

‘빚투’ 열풍의 위험수위는 통계로 입증된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액은 16일 기준 17조7589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말의 두배에 육박한다. 

5대 시중은행의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 8월 말에 비해 불과 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 불어났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2030세대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공모주 청약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우리 기업 주식을 사서 경제를 지켜내자는 ‘동학개미운동’이 전개됐다. 동학개미의 주축은 2030세대 젊은이들. 주가가 오르며 재미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 속 비대면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자 은행들이 ‘컵라면 대출’로 불리는 모바일 대출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신용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 은행들이 경쟁하며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급증세를 경고하자 영끌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용대출 한도가 줄기 전에, 받을 수 있을 때 받아놓자는 ‘대출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빚투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속속 중단했다. 신용공여 한도가 거의 소진된 데다 증권사 스스로 지나치다고 판단해서다. 은행들도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주식투자가 개인들 재테크 수단으로 확산된 결정적 계기는 초저금리다. 은행 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가운데 세금 중과와 담보대출 규제로 부동산 투자가 여의치 않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세계 경제도, 한국 경제도 역성장이 예고되는 등 어렵다. 실물경제 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쁘다.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됐는데도 주요국 증시는 활황세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고 이자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 ‘동학개미’와 미국 ‘로빈후드’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영끌 빚투’하는 덕분이다.

실물경기가 떠받치지 않는 자본시장의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1930년대 대공황,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등 역사가 증명한다. 몇몇 기술주와 비대면 수혜주에 대한 지나친 쏠림이 언제 크게 조정을 받거나 와해될지 모른다. 지난 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하루 새 5% 급락하자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경고가 제기됐다.

이는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거품경계론이자 금융 불안정 가설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갖고 있던 다른 자산까지 내다 팔면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일컫는다.

빚투 광풍을 방치하다 주가가 급락하면 후유증이 개인과 가계를 넘어 금융회사를 삼키고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빚투 리스크는 선제적으로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상장되지 않은 우량 중소기업에 투자하면 소득공제 혜택(증자 소득공제)을 주는 등 투자를 다른 데로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돈의 흐름에는 이유가 있다. 과열된 자금 쏠림에는 경제ㆍ사회적 요인도 작용한다. 젊은 세대가 ‘영끌’ ‘빚투’ ‘컵라면 대출’ ‘대출 사재기’하지 않고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소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과 정부가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소비ㆍ저축하고 여유자금으로 자기 책임아래 투자하도록. 

‘빚투’는 나라살림에서도 빚어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지만, 올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과 내년 초슈퍼 예산안 편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예산안을 깐깐하게 심의해야 할 국회는 대정부질문 일정 나흘을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의혹 공방으로 지새웠다. 정치권과 정부는 부디 ‘영끌’ 정책과 민생 살피기로 ‘빚투를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라.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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