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종신보험을 연금처럼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다. 납입기간 중엔 사고에 대비하고, 만기 이후엔 환급금을 연금 형태로 받아 노후에 대비하겠다는 계산에서다. 이런 심리를 잘 아는 보험설계자들도 “환급지급률이 100%가 넘는다”며 고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고객에게만 유리한 보험이 존재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종신보험의 함정을 살펴봤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한국만큼 교육환경에 민감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입시제도를 바꾸고, 교육시스템을 개편해도 학부모들 사이에선 “문제가 많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매년 증가하는 사교육비도 문제다. 2016년 25만6000원이었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32만1000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30만원선을 돌파했다(교육부).

이런 암울한 현실은 김한명(가명·48)씨와 민희정(가명·44)씨 부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자녀 중 첫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육비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어난 지출을 감당할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10년 전 모아둔 돈(1억2000만원)을 내집(매매가 2억2000만원) 마련하는 데 쓴 부부는 그 이후 돈을 모으지 못했다. 당연히 노후 준비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 2년 후면 남편이 50대가 되니 부부가 조바심을 낼 만도 하다.

경제적 압박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 계속되자 부부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게 됐다. 최근에는 아내 민씨가 마트에서 구입한 두루마리 휴지를 놓고 며칠을 다퉜다. 남편 김씨는 “이미 집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또 사는 이유가 뭐냐”고 다그쳤고, 아내는 “세일할 때 사둬야 절약할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이대로는 답이 없겠다고 판단한 부부는 재무설계를 받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결정했다.

지난 1차 상담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부부의 재무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외벌이인 부부는 남편 김씨가 420만원을 버는데, 부부는 소비성 지출 426만원, 비정기 지출 21만원, 금융성 상품 5만원 등 총 452만원을 쓰고 32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상여금(650만원)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아무런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해야 할 판이었다. 과소비를 하는 버릇이 없는 건 다행이었지만 이 때문에 줄여야 할 지출 항목이 별로 없다는 점은 갑갑한 문제였다. 

일단 1차 상담에서 지출을 조금 줄였다. 식비(15만원), 통신비(5만원) 등 총 20만원을 절감해 적자 규모를 32만원에서 12만원까지 줄였다. 하지만 지출을 추가로 줄이는 건 쉽지 않았다. 아내도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상담에선 어떤 항목을 더 줄일 수 있는지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보험료(67만원)를 살펴봤는데, 가장 먼저 부부가 중복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밖에 나오지 않아서 부부는 최근 보험설계사를 통해 다양한 질병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에 추가 가입했다. 사망보험금도 그렇지만 7년이 지나면 해약환급률이 100%가 넘어간다는 게 부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부부는 이 보험을 연금형태로 환급받아 노후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20년이나 되는 납입기간이다. 7년째부터 해약환급률이 100%를 초과한다는데, 곧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이 상품은 납입기간이 종료한 후에야 환급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중간에 납입을 포기하면 평범한 보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망보험을 연금형태로 전환하는 시점도 김씨 부부에게 유리하지 않다. 이 보험은 20년간은 꼼짝없이 납입하고 그 이후에 개인연금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부가 실제 받는 연금수령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는 몇년에 한번씩 발표하는 ‘경험생명표’를 기반으로 보험상품을 설계하는데, 이 표가 납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수령액이 감소하는 특징을 띠고 있어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란 게 보험사의 설명이지만, 어쨌거나 부부에게 불리하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새로 가입한 종신보험(20만원)을 해지했다. 실손보험은 그대로 유지하되, 100세 만기가 보장되는 비갱신 건강보험료로 변경했다. 만약에 있을 사고를 대비함과 동시에 보험료가 갱신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보험료는 67만원에서 47만원으로 20만원 절감했다. 1년에 135만원씩 내는 자동차보험도 손봤다. 부부는 9월을 끝으로 만기가 갱신되는데, 좀 더 저렴한 온라인 보험(110만원)에 새로 가입했다(월 보험료 1만원 절감). 

부부 용돈(총 30만원)도 25만원으로 조금 줄였다. 둘은 용돈을 반반씩 나눠 쓰는 편인데, 김씨가 자기 용돈을 5만원 줄이기로 했다. 5만원씩 내던 시댁회비는 지출항목에서 삭제했다. 형제가 많은 김씨는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드릴 목적으로 친지들과 십시일반 회비를 모으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비를 늦게 내는 경우가 잦아서다. 5만원이 크진 않았지만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없애기로 했다. 2차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지금까지 식비(20만원), 통신비(5만원), 보험료(21만원·종신보험 20만원+자동차보험 1만원), 용돈(5만원), 시댁 회비(5만원) 등 56만원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32만원 적자도 24만원 흑자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추가 솔루션을 짜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금액으론 적금 하나 들기도 벅차 보이는데, 3차 상담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아쉽게도 민씨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전화도 받지 못했다. 과연 부부는 제대로 솔루션을 완성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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