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종민 민회계사무소 회계사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 미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사용된 스타트업의 사전적 정의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스타트업은 모든 걸 갖추기 힘들다. 창업자가 북 치고 장구 쳐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개중엔 회계도 있다. 문제는 회계를 처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이다. 이종민 민회계사무소 회계사는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전표와 장부를 작성해 보고, 증빙서류도 정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종민 회계사에게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필요한 회계꿀팁을 물어봤다. 

이종민 회계사는 “회계지식을 쌓으려면 손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종민 회계사는 “회계지식을 쌓으려면 손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사진=천막사진관]

✚ 회계 처리 때문에 골치를 앓는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다. 
“기업규모가 작고, 재무에 밝은 인재를 채용하기 어렵다 보니 여러 회계 부실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회계는 기업의 살림살이다. 가정의 재산과 빚이 얼마인진 알면서,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계산법이 복잡해 보이고, 어려운 단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건 사칙연산 수준이다. 숫자에 밝은 것보단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회사 경영은 곧 구성원의 활동이다. 그 과정과 결과를 글이나 숫자로 드러낸 게 회계자료다. 여기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고도의 수학능력보다 직원들의 성격을 알아두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다. 가령 질책과 훈계를 두려워하는 직원의 경우, 재무적 리스크를 실제보다 축소해서 보고할 수 있다. 경영진이 이를 간과하고 지나치면 회사가 큰 위험에 빠진다.”

✚ 인공지능(AI)이 회계ㆍ세무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곧 도래한다. 그때쯤이면 회계 처리가 간단해지지 않을까. 
“실제로 몇몇 회사에선 첨단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대신하는 중이다. 나 역시 빨리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론 스타트업의 판단력이 필요하다.”

✚ 이유가 뭔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직원들이 업무상 법인카드로 긁는 돈은 ‘복리후생비’다. 그런데 비즈니스 파트너를 데리고 그 식당에 갔다면 어떻게 될까. ‘판관비’에 넣을 숫자인데도 AI라면 복리후생비에 기입할 공산이 크다. 재무제표에 무지한 경영자가 AI에만 회계를 맡기면 이런 사소한 오류들이 쌓일 수 있다.”

✚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적어도 자산과 부채, 자본과 수익, 비용 등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초를 소홀히 한 채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

✚ 언제 특히 문제가 되는가. 
“외부에서 투자유치를 받을 때가 그렇다.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데도 재무제표를 부실하게 관리해 외면받거나 좋은 조건의 투자를 못 받는 스타트업이 숱하다.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의 재무제표로 미래 사업성과를 아무리 좋게 설명한들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숫자로 어필해야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AI가 회계를 대신한들…

✚ 또 어떤 문제가 있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요인 중 하나가 초기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다. 자금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운전자본이 묶여 흑자도산에 빠질 수 있다. 매출기준이 틀려 불필요한 세금을 수년간 내는 기업도 있고, 회사자금을 개인 돈처럼 쓰다가 횡령 혐의에 연루되기도 한다. 기업 규모가 작다고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다.”

✚ 회계ㆍ세무 업무를 대행하는 서비스가 부쩍 늘었다. 이들에게 맡겨놓고 경영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도 많은데.
“대행 회사는 숫자를 잘 다룬다. 그렇다고 회사 이해도가 높은 건 아니다. 스타트업이 이들에게 적절한 근거와 맥락을 잘못 전달하면, 전문가라고 해도 회계처리 과정에서 오류를 낼 수 있다. 오히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관리해야 할 때도 있다.”

✚ 어떤 요소인가.
“자산 혹은 비용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항목들이 있다. 이런 갈림길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건 스타트업이다. 경영까지 외부 서비스에 맡길 순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스타트업은 변화와 성장속도가 빠르다. 스스로 직접 재무상황, 현금흐름 등을 파악해 사업계획이나 목표를 수정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 그렇다면 당장 재무 전문가를 채용하는 게 좋겠다.
“사내에서 업무 커버가 가능한 직원이 있다면 꼭 전문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고도의 회계 전문성이 없더라도 재무와 경영 플랜을 수립할 수 있는 경영자나 팀원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 그렇다면 언제쯤 재무 전문가를 채용하는 게 좋을까.
“언급했듯 시장엔 대행 서비스가 많다. 사업 초기에는 비용 측면에서 이들에 의뢰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 어떤 점인가.
“많은 스타트업들이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대행 서비스를 활용하라는 건 맡겨놓고 신경을 끄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외부에 의존해야 하는 일은 잘 구분해야 한다. 가령 복잡한 계산이나 증빙정리는 외부에 맡기는 식으로 말이다.”

✚ 회사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은 뭔가.
“회사에 적합한 계정과목을 선택하고, 자금계획은 스스로 짜야 한다. 재무제표와 현금흐름도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회사의 몸집이 불어날 때쯤 전문적인 재무임원의 필요성도 느끼게 될 거다. 성장할수록 거래는 복잡해지고 회사의 숫자들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회계 알아야 경영도 쉽다”

✚ 어쨌거나 스타트업 CEO에겐 회계지식이 꼭 필요해 보인다.

“옛날 재무담당자는 영업에서 벌어온 돈을 그저 지켜주기만 하는 관리 담당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CFO가 CEO로 승진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략을 다루고 있어서다. 성장하고픈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회계지식을 갖춰야 한다.”

✚ 회계지식을 기를 좋은 팁이 있다면.
“힘들겠지만 재무제표 작성을 해보길 권한다. 전문가나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손으로 써보는 거다. 증빙서류 정리, 전표 작성, 장부 작성, 시산표(총계정원장의 각 계정과 금액을 모아 비교하는 표) 작성까지 직접 해내면 자금흐름이 뚜렷하게 보일 거다. 경영 의사결정에 필요한 회계자료를 보는 분석력도 향상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