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문화도시가 본 문화도시의 문제

유네스코 지정 창의도시(문학·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도시(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해마다 개최되는 곳. 부천시의 면모다. 아마도 사람들은 기대할 거다. ‘이 도시엔 개성 가득한 프로그램이 넘칠 거다’ ‘홍보마케팅은 톡톡 튀고 흥미로울 거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홍보는 심심했고, 젊은층은 호응하지 않았다. 

문화도시는 20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문화도시는 20대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BS 최초의 연습생 펭수가 ‘펭하’하고 인사할 때마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펭수 덕에 EBS는 뽀로로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충쥬르~.” 충주시 소속 공무원 ‘충주씨’는 스물 한살의 수컷 수달이다. 펭수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그가 충주 사과를 알리기 위해 등장한 ‘사과하십쇼’ 뮤직비디오는 강한 중독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홍보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펭수와 충주씨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젊은 세대를 겨냥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와 예술의 도시’를 표방하는 부천시는 어떨까. 

문화를 소비하는 주 연령층인 20대는 부천에서 어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알고 있다한들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왜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수업에 참여한 네명의 학생들이 나섰다.

‘문화도시’라는 팀으로 뭉친 박현우·정수연·정초빈·하누리 학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천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관련 사업들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대상은 20대로 한정했다. 박현우 학생은 “20대가 갖는 정보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명의 학생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20대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참여도를 추산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부천시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령별 참여도 데이터가 전혀 공시돼 있지 않았던 거다. 

차선책으로 부천 소재 A예술기관에 도움을 청했다. 그 결과,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20대만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 위주이기 때문에 20대 청년들의 참여도는 낮다”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문화도시는 두개의 가설을 세웠다. “프로그램이 20대가 참여하기엔 매력적이지 않다.” “20대의 참여도가 낮은 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은 부천시민과 부천 소재 대학에 다니는 20대 12명에게 물었다. “당신은 부천의 문화예술 활동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참여해봤나?” 인터뷰에 응한 20대 12명 중 7명은 “부천시가 문화도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청년은 모르는 문화도시의 면면

하지만 실제 부천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20대는 단 한명뿐이었다. 문화도시팀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왜 부천시의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가?” 돌아온 대답은 그들이 세운 가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관심사와 맞지 않는다.”

두개의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문화도시는 20대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홍보해보기로 했다. 부천시에 거주하거나 부천 소재 대학에 다니는 20대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은 직접적인 참여보다는 관람 형태를 가장 선호하고, 공연(32.0%), 음악(32.0%), 영상(28.0 %) 순으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도시는 이를 바탕으로 토크콘서트·인디밴드 공연 등 복합문화 콘텐트를 경험할 수 있는 ‘청춘, Fantasia’, 힐링을 테마로 진행하는 대형 문화 전시 프로젝트 ‘Cul-flower’, 가톨릭대 학생들이 부천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Clooming’ 등을 기획했다.

‘Cul-flower’를 기획한 정초빈 학생은 “고등학교 땐 대학에 가야 하고, 대학 땐 취업해야 한다는 억압을 받다 보니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대학생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Cul-flower를 기획해봤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기획은 기획으로 그쳤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아 A예술기관 차원에서 기획했던 프로그램들마저도 축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천 A예술기관 관계자는 “당장 도입하긴 어렵겠지만 추후 협업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넘기 어려운 공공기관의 벽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화도시는 새로운 홍보 방법을 A예술기관에 제안해보기로 했다. 이 기관은 홍보 플랫폼으로 공식홈페이지·네이버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엔 하루 평균 1.33개의 글이 게시되고 7.25개의 좋아요, 0.375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답글은 없었다. 페이스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현우 학생은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홍보에 가까웠다”며 “A예술기관이 공공기관이라 그런지 정보전달의 목적이 커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일까. 문화도시는 공공기관의 SNS 우수사례를 찾아 비교해보기로 했다.

충주시 농정과의 유튜브 계정 ‘충주씨’와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트위터 계정 ‘아스파라거스 파는 도지사(최문순)’를 대상으로 5월 7일~5월 14일 기준 업로드 게시물 수, 조회 수, 댓글 수, 좋아요 수 등을 분석해봤다. 충주씨 유튜브엔 평균 일주일에 한개의 영상이 올라오고, 조회 수는 1만3450회를 기록했다. 댓글은 190개가 달렸고, 좋아요 클릭은 389개였다. 충주씨 유튜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댓글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같은 기간 아스파라거스 파는 도지사 트위터엔 하루 평균 0.75개의 글이 게시됐다. 리트윗 수는 568.5회, 답글 수는 34.5개, 마음에 들어요는 705개로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화도시도 2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직접 부천 문화프로그램을 홍보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제안은 불발됐다. 하누리 학생은 “공공기관이다 보니 제약이 많았다”며 “직접 SNS 계정을 운영해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고, 절차가 복잡해서인지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20대의 활기를 불어넣으려던 문화도시의 도전은 미완에 그쳤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의미만은 가슴에 또렷하게 남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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