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화도시팀

20대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만약 그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재미가 없어서? 아니면 알려주는 곳이 없어서?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 소셜리빙랩’에 참여한 ‘문화도시’는 그 질문에 해답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문화도시팀은 부천시에 20대를 문화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사진은 박현우·하누리 학생.[사진=천막사진관]
문화도시팀은 부천시에 20대를 문화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사진은 박현우·하누리 학생.[사진=천막사진관]

✚ 부천의 문화, 그것도 20대의 문화를 들여다본 이유가 있나요?
박현우 학생(이하 박현우) : “부천에서 살고 있고, 부천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부천시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있다 해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 벚꽃축제 정도였어요.”
하누리 학생(이하 하누리) : “맞아요. 우리 나이대가 참여할 행사는 대형영화제 정도밖에 없어요.”

✚ 들여다보니 어떻던가요?
박현우 : “부천 소재 A예술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봤는데 아동이나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것들은 많은데 2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건 없더라고요. 부천시민 인구 비율을 보면 50대가 가장 많고 20·30·40·60대 비율이 비슷하거든요. 전 연령층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선 20대가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누리 : “부천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거죠. 게다가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참여해본 사람만 다시 참여하는 식이더라고요. 새로운 유입이 사실상 어려운 거죠.”
정초빈 학생(이하 정초빈) :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주거나 그들을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은 있는데 정작 평범한 20대들이 즐길 만한 콘텐트가 부족했어요. 하지만 콘텐트보다 홍보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 무슨 문제죠?
정초빈: “주변 20대에게 물어보면 부천에서 무슨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부천이 문화도시로 지정된 것도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있었고요.”
정수연 학생(이하 정수연) : “시민 인터뷰를 해봐도 부천의 문화예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A예술기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참여율도 낮을 수밖에 없고요.”

✚ 프로그램 구성과 홍보, 둘 다 문제가 있다는 거네요?
박현우 : “네. 그래서 두가지 가설을 세워봤어요.”

✚ 어떤 가설이죠?
박현우 : “A예술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20대 참여율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두 가지로 좁혀지더라고요. 첫째, 프로그램 구성이 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기존 홍보 방법의 문제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 가설은 맞았나요?
정수연 : “네.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20대는 어떤 문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나요?
정초빈 : “예전에 명상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간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 깊었어요. 죽음을 고찰해보고, 맨발로 흙을 밟아보기도 했죠. 20대들이 사실 인생을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이런 시간이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힐링을 테마로 한 대형 문화 전시 프로그램(Cul-flower)을 제안해봤어요.”
박현우 : “설문조사를 해보니 직접 체험하는 형태보다는 관람 형태를 더 선호하더라고요. 2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 그런 점도 많이 반영했어요.”

✚ 홍보 방법도 지적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한 건가요?
박현우 : “A예술기관 홈페이지를 보면 약간 공지사항 같은 느낌이에요. 소통한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어요. 흥미를 유발할 만한 요소도 부족해 보였고요.”
정초빈: “A예술기관의 경우 홈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것들 안 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많이 하죠.”
하누리 : “A예술기관은 SNS를 활용한 홍보가 열악하더라고요.”

✚ 직접 홍보해보는 기획을 세웠던데…
정수연 : “A예술기관이 진행할 프로그램 중에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홍보를 맡아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20대만을 위한 프로그램 자체가 없더라고요.”
하누리 : “SNS 계정을 새롭게 만들어서 20대의 감성으로 홍보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A예술기관이 공공기관이어서 그랬을까요. 제약이 많더라고요.”

✚ 어떤 제약이죠?
하누리 : “SNS를 운영해볼 권한을 받지 못했고, 새로운 계정 생성도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직접 리빙랩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얻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의의를 갖는 수업이었는데, 그런 차원까지 전혀 나가보질 못한 거죠. 설문조사와 가기획은 리빙랩이 아니더라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어요.”
정수연 : “승인 과정이 복잡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뭐하나 하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 민간기업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다 보니 더 그랬겠네요.
하누리 : “내가 살고 있는 시의 문제를 시민이자 대학생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던 건 무척 의미 있었어요.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건 좀 불편했어요.”

✚ 무슨 얘기죠?
하누리 : “우리팀 과제가 엄밀히 따지면 부천시가 홍보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꼬집는 거잖아요. 시에서 추진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고 그 혜택도 가급적 시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하고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결국 세금과 인력이 낭비된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그걸 직접 꼬집는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부천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20대 참여율이 낮다. 사진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사진=연합뉴스]
부천에서 열리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20대 참여율이 낮다. 사진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활동을 거의 못 했는데 아쉽지 않나요?
정수연 : “서로 다른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얘길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오기 어렵더라고요.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서로 피드백도 주면서 여러 의견이 나올 거 같은데, 주로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다 보니, 그러질 못했어요.”
하누리 :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활동이 전면 금지돼 선택지가 너무 좁았어요. 이럴 수업이 아닌데 이래도 되나 싶었죠.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한시간짜리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직접 만들어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정초빈: “자주 만나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론 남는 게 많은 수업이었어요.”

✚ 어떤 점이요?
정초빈 :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번 수업을 계기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해야겠다는 꿈이 더 확실해졌어요.”
박현우 : “오프라인 활동을 거의 못해서 아쉽지만 의견을 교환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정수연 :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없고,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다양한 방향에서 시작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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