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재무설계

돈을 많이 벌수록 돈 모으기가 수월해진다. 여유자금이 많으니 당연한 이치다. 반면 200만원 남짓을 버는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매달 100만원씩 저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중소기업 직장인 한동영(가명ㆍ36)씨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길러온 알뜰한 씀씀이 덕분이다. 한씨는 1억원을 모아 작은 아파트도 마련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30대 직장인의 경우 연금 등 장기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건 좋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30대 직장인의 경우 연금 등 장기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건 좋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은 나름의 계획을 짠다. ‘한달에 얼마씩 저축해서 몇년 후엔 얼마를 모아야지….’ 하지만 막상 목돈을 모으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저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2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저축을 했다”고 답한 직장인의 비중은 전체의 64.7%에 그쳤다. “저축했다”고 응답한 이들의 연평균 저축액은 852만8000원이었다. 

가장 저축을 많이 하는 연령대는 30대였다. 20대보다 소득은 늘었지만 지출이 많은 기혼자 비중이 40대보다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대 직장인은 연평균 906만8000원(월 75만여원), 40대 직장인은 818만1000원(월 68만여원), 20대 직장인은 776만9000원(월 64만여원)을 저축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지방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동영(가명·36)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중소기업 직장인에겐 말처럼 쉽지 않은 ‘한달에 100만원씩 모으기’를 성공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한씨는 지출 규모에 관계없이 매달 100만원을 저축해왔다. 첫 월급 180만원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도 100만원을 저축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한씨는 9년 만에 76㎡(약 23평) 아파트를 대출 없이 1억원대에 구입했다. 한씨의 거주지가 지방인 데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한씨는 뿌듯했다. 이제부턴 좀 더 효율적으로 돈 관리를 하고 싶다는 한씨. 그는 여러 재무목표에 대비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지출구조를 살펴보기에 앞서 한씨의 재무목표를 알아봤다. 그는 “1순위는 노후자금 마련이다”면서 “그밖에 결혼자금 1000만원, 미래 자녀교육비 2억원, 자동차 구입비 2000만원 등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한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월급은 240만원이다. 

여기서 소비성지출은 통신비 5만원, 관리비·공과금 8만원, 식비 20만원, 교통비 11만원, 문화생활비 5만원, 부모님 지원비 50만원 등으로 99만원을 쓰고 있다. 부모님용돈
쇼핑비경조사비명절비휴가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은 연간 202만원(월 17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보장성보험 11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적금 10만원, 펀드 10만원, 주식 20만원, 개인연금 30만원, 세액공제연금펀드 33만원 등 총 116만원이었다. 

이렇게 한씨의 지출은 매달 232만원으로 잉여자금 8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가계부에서 보듯 한씨의 씀씀이는 또래에 비해 알뜰한 편이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수년 내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재무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있었다. 


Q2 문제점

한씨의 비소비성지출(116만원) 중 보장성보험(11만원)을 제외한 105만원은 모두 목돈 모으기의 일환이었다. 문제는 그중 63만원(개인연금세액공제연금펀드)이 장기 연금상품이라는 점이었다. 한씨의 가장 큰 재무목표가 ‘노후대비’라곤 하지만 장기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다. 

특히 수년 내 결혼·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예기치 못한 목돈 지출이 발생할 공산이 컸다. 장기상품 비중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소비성지출 중에선 부모님 지원비(월 50만원)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비정기지출의 일부를 부모님용돈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복지출’에 해당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결혼 후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양가 부모님을 공평하게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지출이 더 늘어날 공산도 컸다. 

마지막으로 비상금을 전혀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한씨의 경우 규칙적인 소비패턴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결혼을 계획하는 만큼 다양한 지출 변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Q3 해결점

과소비를 전혀 하지 않는 만큼 소비성지출은 크게 손볼 게 없었다. 소비성지출 중 부담이 가장 큰 부모님 지원비(50만원)는 당분간 유지하도록 했다. 한씨에게 물어보니 ‘부모님 병원 진료비’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치료가 마무리되면 50만원을 각각 결혼자금, 자녀교육자금에 투자할 계획이다. 

비소비성지출 중에선 매달 63만원에 달하는 장기연금 납입금을 조정하도록 했다. 개인연금(30만원)은 남겨두고 세액공제연금펀드(33만원)를 해지했다. 한씨가 아직 30대 중반인 만큼 부족한 노후자금은 추후에 대비하도록 했다. 이렇게 절약한 33만원과 잉여자금 8만원을 더한 41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먼저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적금 납입금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15만원 늘렸다. 이는 적금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좀 더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펀드 납입금은 10만원(10만원→20만원) 늘렸고, 비상금 통장을 만들어 매달 10만원씩 붓도록 했다. 결혼 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이벤트’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끝으로 주식 투자(20만원)는 당분간 유지하도록 했다. 투자적립금 500만원을 모으면 납입을 중단하고, 적립금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남은 잉여자금 6만원은 통장에 모아 두도록 했다. 이렇게 한씨는 결혼 준비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글=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