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쿠팡이츠 … 야식집 꼼수가 ‘배달앱’으로 들어왔다
배민, 쿠팡이츠 … 야식집 꼼수가 ‘배달앱’으로 들어왔다
  • 심지영 기자
  • 호수 407
  • 승인 2020.09.25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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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샵인샵’ 논란

족발과 피자를 다른 가게에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가게다. 이른바 ‘야식집 꼼수’다. 전문점 간판을 내걸었지만 맛과 서비스가 나쁜 데다 위생까지 형편없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던 영업방식이다. 이런 야식집 꼼수가 배달앱으로 넘어왔다. 배달앱 안에서 호프집이 떡볶이 전문점으로, 파스타 가게가 국밥집으로 둔갑하는 이유다. 배달앱은 왜 말 많은 야식집 영업방식을 별다른 규제 없이 받아들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달앱 샵인샵 논란을 취재했다. 

배달시장서 한 업체가 여러 품목을 만드는 샵인샵 창업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달시장서 한 업체가 여러 품목을 만드는 샵인샵 창업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울시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민영(가명·27)씨는 주말을 맞아 밤새 영화를 보며 먹을 야식을 시키기 위해 배달앱을 켰다. 새벽 2시가 넘어서인지 영업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김씨는 족발·떡볶이 등 4개 업체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천천히 후기를 살피던 김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맛없다’ ‘배달이 늦다’ 등 숱한 혹평 아래 달린 사장님 댓글이 4개 업체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사업자 정보를 확인하니 4곳 모두 동일한 업체였다. 지도로 확인한 업체는 홀 없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고민 끝에 김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가게에 주문했다. 김씨는 “후기가 너무 안 좋기도 했지만, 한곳에서 어떻게 그 많은 음식을 만드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맛이나 위생을 믿을 수 없어 주문하기 꺼려졌다”고 털어놨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샵인샵’ 창업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매출을 손쉽게 늘리기 위해서다. 샵인샵이란 다른 아이템을 가진 각각의 사업자가 한 매장에서 영업하는 것을 뜻한다. 미용실 안에 네일샵을 운영하거나 맥줏집에서 점심 뷔페를 파는 식이다. 

배달업계에서 샵인샵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아이템마다 다른 사업자가 있는 게 아니라 한 사업자가 한식·일식·중식 등 다양한 업종을 운영하는 의미로 쓰인다. 예컨대 파스타 파는 음식점이 샵인샵으로 배달 전문 국밥집을 창업하는 경우다. 사장은 1명이지만 가게는 두개다. 다만, 국밥집은 매장도 간판도 없다. 배달앱 안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이런 영업 방식이 최근 들어 생긴 건 아니다. 하나의 업체가 여러개 상호를 걸고 치킨·피자·족발 등을 파는 ‘야식집 영업방식’이 앱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속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

요식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소위 야식집들은 매장 안에 전화기를 여러 대 두고 각각 다른 가게인 양 영업해왔다. 상호와 전화번호만 보고 주문하는 소비자들은 한 집인지 알 길이 없다. 배달앱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업체가 카테고리별로 입점해 각각 다른 상호로 영업한다. 앱 안에서 보면 간판도 메뉴도 다르니 사업자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업체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물론 한 사업자가 다른 상호로 여러 업종을 운영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사업자 등록에 부업종을 추가하면 끝이다. 별도의 신고 절차도 없다. 문제는 배달앱 내 샵인샵 업체 대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김씨의 사례처럼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건 기본이다. 너무 많은 메뉴를 취급하는 탓에 배달이 늦는 경우도 숱하다. 위생이나 서비스 면에서 지적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전문점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전단지·나무젓가락 포장 등을 보고 ‘속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 

사실 이는 ‘예고된 문제’였다. 예전부터 여러 상호를 내걸었지만 결국은 한 가게인 야식집에도 비슷한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종 배달앱에서 ‘야식집 영업방식’이 가능했던 건 별다른 규제가 없어서다. 배달의민족은 최소 2개 이상 대표 메뉴를 등록하면 한 가게가 여러 카테고리에 등록할 수 있다.

위메프오와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사업자 정보 확인, 메뉴 판매 여부 등 기초적 심사절차를 거친 업체라면 여러 카테고리에 등록할 수 있다. 주요 배달앱 중 1개 사업자당 1개 상호만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요기요뿐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상호가 많으면 음식의 품질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배달앱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 2월부터 규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업체도 수익성 떨어져

배달앱이 샵인샵 영업방식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의 품질이 떨어지든, 주인이 한명이든 여럿이든 일단 등록 업체 수가 늘어나면 배달앱에 유리해서다. 무엇보다 앱 내 등록된 업체가 많을수록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수월하다. 자연히 광고수익도 늘어난다. 일부 업주들이 카테고리마다 등록한 상호를 리스트 상단에 노출하기 위해 별도로 광고료를 지불하기도 해서다.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재하지 않는 배경에는 배달앱 업체의 수익구조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등록 업체가 늘어나면 광고료나 건당 수수료도 늘어나지 않나”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샵인샵 업주들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외식프랜차이즈 MBA) 교수는 “샵인샵은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늘어나지 않는 비효율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장사를 정말 잘하는 곳은 한 품목만 취급한다. 사업에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품목의 품질을 높이는 게 먼저다. 무턱대고 메뉴만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져 수익성도 낮아진다는 얘기다.” 재주를 부린 업체들은 손해만 보고 배달앱만 돈을 끌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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