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활용법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맥주시장에서도 통용되는 말일까. 조선맥주(하이트진로의 전신)가 1933년 출시한 크라운 맥주는 1993년 하이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27년여, 이번엔 ‘올드해진’ 하이트가 신제품 테라에 ‘주력제품’의 자리를 내줬다. 테라가 1년여 만에 9억병이 판매되며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노병老甁(오래된 병)’ 하이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활용법을 취재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출시 1년여 만에 9억병이 판매됐지만 하이트의 입지는 좁아졌다.[사진=뉴시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출시 1년여 만에 9억병이 판매됐지만 하이트의 입지는 좁아졌다.[사진=뉴시스]

‘2019년생’ 테라가 ‘1993년생’ 하이트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맥주 신제품 테라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다. 테라는 출시 1년 3개월여 만인 올해 상반기 9억병 판매고를 돌파했다. 오비맥주의 카스가 출시 2년 만에 10억병을 판매한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매출 성적표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최장 장마라는 ‘악재’에도 테라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테라가 유흥시장뿐만 아니라 가정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테라의 가정시장 점유율은 2019년 2분기 19.8%에서 올해 1분기 25.0%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 부문 상반기 매출액은 3946억원으로 전년 동기(3296억원) 대비 19.7% 증가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 만년 적자’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는 데도 성공했다. [※참고: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문은 2014년 이후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맥주사업 부문은 상반기 총 2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40%대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통의 하이트’다. 테라가 하이트와 같은 ‘레귤러 맥주’인 탓에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ㆍ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태현 애널리스트는 “테라가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대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한때 하이트진로의 매출을 이끌던 하이트가 그만큼 힘을 잃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마케팅의 초점을 테라에 집중하고 있다. 송중기ㆍ현빈ㆍ강다니엘 등 당대 톱스타가 맡아온 하이트 모델이 어느새 공석이 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회사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테라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하이트를 찾는 소비자가 많고,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도 꾸준히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테라 열풍에 한발짝 밀려난 ‘노병老甁’ 하이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내다봤다. “테라와 하이트가 같은 맥주 카테고리에서 경쟁하는 만큼 ‘고객 이전’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이트와 같은 공전의 히트상품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테라와 함께 빅2 브랜드로 자리잡게 하는 전략이 펼쳐질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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