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고치면 소 잃지 않으려나 … 단통법 ‘6년의 논란’
외양간 고치면 소 잃지 않으려나 … 단통법 ‘6년의 논란’
  • 이혁기 기자
  • 호수 407
  • 승인 2020.09.24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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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OP? STORY!
단통법 개정안의 문제점

‘단통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시행한 지 6년이 흘렀지만 단통법에 만족한다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전히 불법보조금은 음지에서 횡행하고 있고,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외양간을 고쳤음에도 소가 번번이 사라지는 꼴입니다. 그러자 정부에서도 단통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이통3사가 합법적으로 경쟁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요. 글쎄요, 생각처럼 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단통법의 수없이 많은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단통법이 지난 6년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뉴시스]
단통법이 지난 6년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사진=뉴시스]

얼마 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6주년을 맞았습니다. ‘휴대전화를 누구나 제값에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통법은 2014년 1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죠. 6년이 지나면서 세부내용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단통법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이통3사는 자체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을 의무적으로 공표해야 하며, 이를 일주일간 유지해야 합니다. 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상관없이 공시지원금은 똑같이 지급되죠. 판매점도 재량으로 ‘추가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이통사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만 지원 가능합니다. 이통사·제조사·판매점이 앞서 말한 사항을 어길 경우,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단통법 통과 당시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푼이라도 더 싸게 휴대전화를 사겠다고 새벽부터 줄서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단통법의 최종 목표는 전국민 가계통신비를 내리는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통법은 지금까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을까요. 여론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2017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8.2%가 ‘(단통법 이후)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놀랍게도 ‘통신비가 이전보다 늘었다’는 답변은 30.9%에 달했죠. ‘통신비가 줄었다’는 응답률은 11.0%에 그쳤습니다. 물론 몇몇 통계는 단통법의 성과를 인정하게 만듭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5만350원이었던 가계통신비가 지난해 12만3000원으로 꽤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8%에서 5.0%로 0.8%포인트 감소하긴 했죠.

문제는 이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2017년부터 1인 가구까지 통계대상에 포함하면서 2인 이상 가구만 집계하던 예전 자료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참고: 실제로 2014~2019년의 소비지출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을 예전 기준으로 집계해 보면, 5.8%에서 5.5%로 불과 0.3%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부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단통법도 6년 동안 꾸준히 개선작업을 거치긴 했습니다. 2017년 9월 선택약정할인제도(공시지원금 대신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제도)의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였죠. 10월엔 공시지원금의 상한액(최대 33만원)을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경쟁을 부추겨 가계통신비를 떨어뜨리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개정안이었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렀습니다. 개정 이후 그해 공시지원금이 33만원 이상 책정된 휴대전화는 ‘갤럭시J7(34만5000원)’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개선했지만…

이런 와중에도 불법보조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습니다. 일부 판매점이 커뮤니티 사이트나 자체 앱 등을 통해 불법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건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소문입니다. 조금만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폰으로 지급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중엔 “갤럭시S20, 아이폰11, LG 벨벳 등을 10만원대에 구매했다”는 글이 적지 않았고, 이렇게 판매한 대리점은 ‘성지’로 불리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보가 공유될 정도입니다. 최근엔 그 비싸다던 5G폰도 공짜폰 목록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통3사들이 5G폰의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리면서 불법 보조금까지 지원할 경우 100만원이 넘는 휴대전화 가격을 ‘0원’으로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이른바 ‘호갱’ 취급을 당하고 바가지를 쓰는 소비자도 더러 생긴다는 점입니다.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불법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이통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란 걸 잊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리베이트 금액은 소비자가 고가의 요금제를 오래 유지할수록 커집니다. 결국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싸게 사기 위해 8만~10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가입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의 판매법은 단통법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음지에서 공공연하게 명맥을 이어왔다는 게 문제죠. 지난 7년간 폰파라치(불법보조금 등 불공정행위 신고자)가 적발한 이통사 불공정행위가 2만6835건에 달했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단통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그러자 자연히 단통법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갔습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 단통법이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공공복리 증진이란 2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전면폐지하는 게 타당하다”며 단통법 폐지론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모양인지 7월 10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를 열고 단통법의 향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통3사·이통유통협회·학계전문가가 참석한 이번 협의회에선 단통법 개정안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입 유형에 따라 공시지원금을 차등 지원 ▲추가지원금 액수(공시지원금 15%) 확대 ▲공시지원금 유지기간 7일에서 3~4일로 단축 등입니다.
 
골머리 앓는 정부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번호이동 시 공시지원금을 더 주거나 추가지원금 액수를 늘리는 식으로 단통법이 개정되면 이통3사 간의 경쟁이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통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불법보조금이란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안을 두고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불법보조금을 근절하는 강력한 법안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단통법을 개정해도 도돌이표처럼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번호이동 시 공시지원금을 더 주는 게 이통3사 모두 가능하다면 판매점 입장에서 무슨 메리트가 있겠나. 결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점들은 또다시 불법보조금에 손을 댈 거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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