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경제학❷] 월급 오른 만큼 지출도 쑥쑥 늘었구나
[장바구니 경제학❷] 월급 오른 만큼 지출도 쑥쑥 늘었구나
  • 이지원 기자
  • 호수 408
  • 승인 2020.09.2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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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vs 2020년 나경씨 가계부

잔인한 9월이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태풍 탓에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례없는 ‘언택트 추석’을 보내게 된 사람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헛헛하기만 하다. 10년 전 2010년 9월도 그랬다. 코로나19란 몹쓸 바이러스는 없었지만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 분위기는 썰렁했다. 똑 닮은 두해 우리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임금근로자의 급여는 10년 새 35.3% 올랐지만 장바구니 물가도 따라 올랐다.[사진=뉴시스]
임금근로자의 급여는 10년 새 35.3% 올랐지만 장바구니 물가도 따라 올랐다.[사진=뉴시스]

2010년 9월 셋째주 주말, 모처럼 친구 부부를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기로 한 전업주부 채나경(가명ㆍ33)씨. 어찌 된 영문인지 친정엄마가 ‘세살배기 아이’를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안 그래도 음식 장만을 위해 ‘엄마 찬스’를 쓰고 싶었던 나경씨는 기분 좋게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가 사는 당산동에서 친정이 있는 사당동까지는 지하철로 30분 거리. 출근시간이 지나서인지 지하철은 한산했다. 오랜만에 엄마와 밖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맛있는 걸 사겠다”는 나경씨에게 엄마는 “짜장면 한 그릇이면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결국 모녀는 자주 가던 중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내일 늦게까지 아이를 봐줄 테니 영화라도 한편 보라”는 엄마의 말에 나경씨는 잠시 울컥했다. 음식점을 나와 엄마와 커피도 한잔했다. 직장생활 할 때 자주 가던 스타벅스에 들렀다. 막상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려니 발길이 무거웠다. 

장을 보기 전 나경씨는 친구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물어보기로 했다. 얼마 전 첫 스마트폰을 구입한 나경씨는 요즘 ‘대세’라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었다. “카톡” 삼겹살에 소주면 된다는 친구 부부. 나경씨는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명이 먹기 적당하게 삼겹살 한 근과 상추 한 봉지를 샀다. 오징어도 한 마리 사서 매콤하게 볶을 생각이다. 시원한 맥주 한묶음과 친구가 ‘요청’한 소주 두 병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남편이 좋아하지만 평소엔 마시지 못하게 하는 콜라도 오늘은 특별히 샀다. 출출할 때 먹을 초코파이 한 상자와 바닥을 보여가는 샴푸도 한 통 구입했다.

과일을 사고 싶었지만 가격표를 보곤 내려놨다. ‘장마에 태풍까지 와서 물가가 올랐다더니 정말 비싸네….’ 나경씨는 과일값을 아낀 대신 오늘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로 했다. 집까지 장바구니를 들고 가기엔 먼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나경씨가 쓴 돈은 총 5만8730원. 지하철 요금은 1800원(편도 900원), 엄마와 함께 먹은 짜장면은 8000원(2인분)이었다. 모처럼 마신 스타벅스 톨사이즈 아메리카노는 7200원(2잔)이었다. 

커피도 짜장면도 하나같이…

마트에 들러 산 삼겹살 한 근(600g·1만600원), 상추(100g·1000원), 맥주 한묶음(6캔·7500원), 소주 두 병(2030원), 콜라 한 병(1800mL·1800원), 초코파이 한 상자(18개입·3800원), 오징어 한 마리(2400원), 샴푸 한 통(780mL·8800원)의 가격은 총 3만7930원이었다. 택시비는 기본요금(2400원)보다 1400원 더 나온 3800원이었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토로하는 주부들이 많다.[사진=뉴시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안 오른 게 없다”고 토로하는 주부들이 많다.[사진=뉴시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0년 9월, 나경씨가 똑같은 하루를 살기 위해선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물가는 또 얼마나 올랐을까. 먼저 ‘서민의 발’ 지하철 요금이 껑충 뛰었다. 서울시 지하철 요금(10㎞)은 2010년 900원에서 1250원으로 38.8% 올랐다.

문제는 지하철 요금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2015년 이후 동결 중인 지하철 요금을 200~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추가요금 기준을 5㎞당 100원에서 2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택시비는 그보다 더 올랐다. 택시 기본요금은 10년 새 2400원에서 3800원으로 53. 5% 인상됐다. 추가요금도 비싸졌다. 100원당 주행거리가 144m에서 132m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출퇴근만 해도 돈이 ‘줄줄’ 나간다”고 토로하는 직장인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하루 한 잔’은 필수가 된 커피 가격도 비싸졌다. 스타벅스 톨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은 3600원에서 4100원으로 13.8% 인상됐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서민음식 짜장면 한 그릇 가격도 37.5%(4000원→5500원)나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상승률은 더 가팔랐다. 나경씨의 장바구니에 담겼던 품목들을 살펴보자.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업황이 나빠진 탓에 ‘금金징어’가 된 오징어(116.6%ㆍ2400원→5200원)였다. 이어 가공식품이 가장 많이 올랐다. 초코파이 한 상자 52.6% (3800원→5800원), 콜라 한 병 55.5%(1800원→2800원), 맥주 한묶음 30.6% (7500원→9800원)씩 비싸졌다.

대표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삼겹살과 소주도 40% 이상 올랐다. 삼겹살 한 근 47.1%(1만600원→1만5600원), 소주 두 병 42.8% (2030원→2900원)씩 올랐다. 공산품인 샴푸 한 통 가격도 23.8%(8800원→1만900원) 인상됐다. 나경씨가 구입한 모든 품목의 가격 상승률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5.5%)을 웃돈 셈이다. 

1만원 한장 가치 ‘뚝뚝’ 

그렇다면 2020년 나경씨가 하루 동안 쓴 돈은 얼마일까. 그의 총 지출은 8만1300원. 10년 전과 똑같은 하루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이 38.4%(2만2570원) 늘어난 셈이다. 그 기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하 8월 기준)이 35.3%(2010년 195만원→2019년 264만3000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이 오른 만큼 물가가 오르고 그만큼 지출도 증가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이 늘었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한탄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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