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임대료의 논리적 모순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부담을 느끼는 비용은 임대료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으로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은 더 그렇다. 정부가 문을 닫으라고 했든 그러지 않든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할 임대료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비틀어져 있는 임대료 문제, 해결책은 없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자 임대료에 숨은 논리적 모순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다. 영업을 못해도 임대료는 그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다. 영업을 못해도 임대료는 그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분기 전국 집합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3.3㎡(약 1평)당 9만1740원이었다(한국감정원 통계). 범위를 더 좁혀보자. 서울은 16만9950원, 도심은 27만8850원이었다. 평균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은 남대문이었다. 3.3㎡당 65만9340원에 달했다. 99㎡(약 30평) 규모의 가게를 열면 적게는 275만원(전국 평균)에서 많게는 1978만원(남대문)의 임대료를 매월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통계를 기반으로 한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 현실은 통계보다 아플 때가 더 많다. 

지난 9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 이른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곳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그중 소상공인에겐 3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50만원,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에겐 100만원, 집합제한명령을 받은 업종은 150만원, 집합금지명령을 받은 업종은 200만원을 준다는 게 지원금 지급안의 골자다.

하지만 자영업계에선 “정부 지원금은 환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쉬운 수준의 금액”이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8월 31일~9월 3일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9.9%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을 ‘임대료’로 꼽았다.

지난 4월 조사에서 ‘임대료’라고 대답한 비율이 38.6%에 그쳤다는 걸 감안하면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임대료 부담이 부쩍 높아진 셈이다. [※참고 : 같은 기간 인건비가 가장 부담스럽다고 대답한 소상공인의 비율은 25.9%에서 8.0%로 줄었다.]

통상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와 인건비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임대료 부담만 유독 높아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자. “인건비는 문을 닫는 동안 무급으로 하거나, 급여를 낮추는 걸로 노동자와 협의하고 있고 실제로 협조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100% 임대인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어 부담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인건비뿐만이 아니다. 장사를 못하면 영업에 필요한 식재료비ㆍ자재비와 전기세 등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임대료는 영업을 했든 못했든 전부 지불해야 한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는 최소 생계유지비용은커녕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숱할 거란 얘기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모든 피해액을 보전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장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을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편성된 추경만으로도 국가채무는 역대 최고액인 847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현금성 지원이 어렵다면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ㆍ정책적 방안이라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 방안➊ 착한 임대인과 선심 = 그럼 임대료를 낮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착한 임대인 세제혜택’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에게 인하액의 50%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지난 상반기 시행했다가 6월부로 기간이 종료됐는데, 지난 9월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에는 논란거리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이 결국 임대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에도 임대인 세제혜택을 둘러싸고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다.

위평량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장은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왜 건물주를 지원하느냔 비난도 많다”면서 “이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하거나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 대안은 비난을 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에게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임대인의 선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 방안➋ 차임증감청구권 = 또다른 주장도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차임증감청구권’을 인정해주면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거다. 차임증감청구권은 ‘임대물과 관련한 조세ㆍ공과 부담이 늘거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약정한 차임(임대료)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임대료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 명시돼 있다. 

문제는 법원에서 차임증감청구권을 인정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동주 변호사(법무법인 젠)는 “차임증감청구권이 인정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 중 일방이 희생해야 한다”면서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통상 법원에선 이런 권리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특수한 상황인 건 맞지만 판례가 없기 때문에 당장 판단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면서 “자영업자들이 차임증감청구권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코로나19 사태를 ‘경제사정의 변동’사항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참고 :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9월 23일 재난 상황에서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통과하더라도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법원이 받아들일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이처럼 착한 임대인 세제혜택이든 차임증감청구권이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숨어 있다.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거나, 임대인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인이 선심을 베풀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를 왜 소상공인만 감당해야 하는지는 분명 따져봄 직한 문제다. 임대인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평량 센터장이 “이번 기회에 높은 임대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임대료는 사인 간 계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건 평상시에 부담 없는 임대료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놔야 위기 시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가령, 장기안심상가 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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