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급금 회계처리법

개인사업자는 회삿돈을 써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으로 옮긴 것뿐이라서다. 하지만 법인은 다르다. 대주주이자 대표라 하더라도 법인과는 ‘남남’이다. 이를 간과한 채 대표가 마음대로 쓴 회사 자금은 회계상 ‘가지급금’으로 남는다. 이게 쌓이면 악의성이 없어도 경우에 따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가지급금은 기업 재무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계정과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지급금은 기업 재무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계정과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쓴 뒤 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재무상태표상 ‘가지급금’으로 처리된다. 가지급금은 실제로 현금지출은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거래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을 때 임시로 만드는 가계정이다. 

회계 관리가 부실한 스타트업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 하나가 ‘가지급금 누적’인데, 이는 불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비용 증빙을 허술하게 관리하거나, 대표가 회삿돈을 사적으로 쓰면 쌓일 수밖에 없어서다. 경영에 필요한 급전을 사채업자로부터 빌렸을 경우 발생하는 이자 역시 가지급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채업자가 이자를 받으면서 원천징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지급금이 쌓였을 때의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법인에서 인정이자(매년 복리로 4.6%씩 발생)가 발생해 이자수익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가지급금에서 발생한 인정이자만큼의 금액을 상여(임직원)나 배당이익(주주)으로 간주해 소득세도 과세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지급금 금액이 늘면 과세당국의 주목을 받게 된다. 업무와 무관한 대여금으로 판단될 경우가 숱해서다. 경우에 따라선 대표이사가 배임ㆍ횡령으로 처벌될 수 있다. 

리스크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표가 돈을 상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가 현금을 넉넉하게 갖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이럴 경우 대표 개인이 보유한 특허권을 회사에 매각하고, 가지급금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대표가 특허권 양도를 통해 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셈이다. 다만, 특허권 평가액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 등이 적용돼 세금이 추가로 추징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자. 

대표가 보유한 회사주식을 회사에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때는 특정주주의 주식을 회사가 취득하는 게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해둬야 한다. 아울러 매매가격은 세법에 따른 주식평가가격을 중심으로 책정해야 나중에 세금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을 썼음에도 가지급금 잔액이 남을 경우, 회계담당자는 회사와 대표자 사이에 금전소비대차약정서를 작성해두는 게 좋다. 이율과 원리금 상환 스케줄을 명시하고 그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면 과세당국의 눈초리를 받을 일이 줄어든다. 

글 = 이종민 회계사 | 더스쿠프
account@account.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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