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로 본 10년 물가

“이러다 배추 한 포기에 1만원 넘겠다.” 괜한 우려가 아니다. 지루한 장마, 야속한 태풍, 뒤늦은 폭염이 끝난 지금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0년 전 이맘때도 그랬다. 기상이변에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추석을 앞둔 민심이 흉흉했다. 그렇다면 고물가이던 2010년 9월과 비교하면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인포그래픽을 통해 2010년 9월 물가와 2020년 9월 물가를 비교해 봤다. 

농산물부터 가공식품까지 10년 새 두자릿수 가격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이 숱하다.[사진=뉴시스]
농산물부터 가공식품까지 10년 새 두자릿수 가격상승률을 기록한 품목이 숱하다.[사진=뉴시스]

“삼겹살로 상추를 싸먹는다” “시금치 없는 잡채는 처음이네요” “학교 급식에서 김치가 사라졌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9월 뉴스 헤드라인이다. 그해 8월 중순 시작한 가을장마가 9월까지 길게 이어진 데다, 역대급 태풍 ‘곤파스’가 내륙을 관통한 탓이었다. 한강 잠수교가 물에 잠기고 인천 문학경기장 지붕막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태풍이 할퀴고 간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100년 된 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의 강한 바람은 농경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결국 가을 장바구니 물가는 미친 듯 치솟았다. 채소값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등했다. 무 한 개 가격이 3000원을 훌쩍 넘고, 배추 한 포기 값이 7000원에 육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싼 채소를 길러 먹겠다며 ‘원예용품’을 구입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값비싼 배추 대신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만큼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을 찾기 어려웠다. ‘성난 물가’는 추석 이후에도 떨어질 줄 몰랐다. 

2020년 9월은 ‘10년 전 그때’와 똑 닮았다. 54일에 달한 역대 최장 장마(6월 24일~8월 16일ㆍ중부지방 기준)에 이어 태풍(마이삭)과 때늦은 폭염으로 농산물 값이 치솟았다. 장바구니 물가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는 건데, 그럼 올해 물가는 10년 전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평년보다 채소·과일 등이 훨씬 비쌌던 2010년과 비교해도 ‘손 떨리게’ 올랐다. 

첫번째 가늠자는 ‘배추’다. 작황이 나빴던 2010년 배추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7021원(이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ㆍ9월 기준)이었다. 당시 주부들 사이에선 “금金배추 대신 고구마순으로 김치를 담근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에도 이런 풍경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현재 배추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1만105원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 연도간 물가를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야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5%였다. 아래에 산출된 가격상승률이 15.5%보다 높다면 해당 품목의 가격상승률이 10년 새 상승률보다 높았다는 얘기다.]

배추뿐만이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건고추(600g) 가격(이하 소매가격)은 2010년 7905원에서 2020년 2만1601원으로 173.2% 올랐다. 같은 기간 오징어 1마리 가격은 118.7%(2375원→5196원), 시금치 1㎏당 33.6%(1만2732원→1만7017원), 삼겹살 100g당 29.9%(1789원→2324원), 무 1개당 21.9%(3024원→3688원)씩 올랐다. 6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70.2%에 이른다. 

|그렇다고 기상이변 직격탄을 맞은 농산물 가격만 오른 것도 아니다. 대표 가공식품(10종)의 10년 가격 추이를 살펴보니, 10년 새 60% 이상 오른 품목도 있었다. 물가상승의 진짜 주범은 가공식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 태양초고추장(1㎏) 가격(9월 기준)은 2010년 7257원에서 2020년 1만1890원으로 63.8% 올랐다.

코카콜라(1800mL)는 같은 기간 56.0% (1786원→2787원), 오리온 초코파이(18개입) 53.2%(3767원→5773원), 삼양사 큐원영양강화밀가루(1㎏)는 52.3%(1143원→1741원), 오뚜기 마요네즈(500g) 49.2%(2767원→ 4129원), 롯데 칠성사이다(100mL당 단위가격 기준) 29.6%(108원→140원)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 저소득층의 삶이 더 팍팍해진다는 점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료품(식품ㆍ비주류음료)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중 식료품(식품ㆍ비주류음료) 비중은 21.3%였다. 5분위 가구의 식료품지출 비중 12.5%보다 8.8%나 높았다. 저소득층의 비애悲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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