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누그로호 개인展

➊A Pot full of Peace Spells, Embroidered painting, 275×316㎝, 2018 ➋Unity in Hiding #1, Acrylic on canvas, 200×200㎝, 2018
➊A Pot full of Peace Spells, Embroidered painting, 275×316㎝, 2018 ➋Unity in Hiding #1, Acrylic on canvas, 200×200㎝, 2018

벽화·걸개그림 등으로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가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We Are Concern about Nothing’ 이후 한국에서 여는 두번째 전시 ‘Lost in Par ody’에선 신작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색감과 붓질이 특징인 누그로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유쾌한 만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눈만 내놓은 채 가면으로 가린 얼굴들은 하나같이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평화로운 듯싶으면서도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땐 그가 살아온 배경을 알면 한결 도움이 된다.

누그로호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시절, 인도네시아는 격변의 한가운데 있었다. 인도네시아를 장기집권한 수하르토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개혁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거리에서 시작된 시위는 점점 사회 전반으로 영향을 미쳤다. 예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팝아트와 만화 등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다. 누그로호는 당시 개혁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개인 의지와 집단 폭력성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의 작품에서 화합과 평화, 혼란이 모두 읽히는 이유다.

이번 전시회에선 그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그의 만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지하 전시장의 3.5m의 대형 자수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던 마을의 전통자수 사업을 살리기 위해 협업을 제안했다. 기술에 밀려 소외되는 수공업자들에게 예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거다. 그것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자수회화(Embroidered painting)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2층에선 그의 만화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울창한 정글 속에 얼굴을 가리고 잠복해 있는 피에로와 원숭이, 용과 싸우는 기사를 통해 작가는 민주주의와 평등, 평화의 이면에 가려진 폭력과 차별, 혼란을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이면이 더 흥미로운 누그로호의 전시는 오는 11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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