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빚을수록 편의점 본사는 커졌다
출혈경쟁 빚을수록 편의점 본사는 커졌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408
  • 승인 2020.10.02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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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왕국의 역설

우리나라는 ‘편의점 천국’을 넘은 ‘편의점 왕국’이다. 이 수식어를 가능케 한 편의점 본사는 30여년 성장세를 멈추지 않으며 두둑이 배를 불려왔다. 가맹점도 그랬을까. 아니다. 같은 브랜드든, 남의 브랜드든 편의점이 늘면 늘수록 가맹점주가 쥘 수 있는 열매는 줄었다. 둘이 나눠먹던 걸 셋, 넷이 나눠먹어야 해서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럼에도 떼칠 수 없는 편의점 왕국의 슬픈 비밀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 왕국의 역설을 취재했다. 

본사의 과당경쟁에 편의점 가맹점주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본사의 과당경쟁에 편의점 가맹점주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원시티 아파트. 총 2208세대로 조성된 이 아파트 단지에 최근까지 7개의 편의점이 들어섰다. 1세대당 4인 가족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도 1260명꼴로 편의점 1개가 존재하는 셈이다. 일본 편의점이 인구 2249명당 1개(2018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편의점 왕국’이란 수식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편의점 산업이 본격화한 건 1989년이다. 1982년 11월 서울 중구 신당동에 롯데세븐 1호점이 문을 열고 2·3호점도 연이어 오픈했지만 얼마 못 가서 폐점했다. 그러다 1989년 5월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오픈하며 편의점 산업이 본격 시작됐다. 이후 서클K·훼미리마트·미니스톱 등 외국계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잇달아 국내로 들어오며 시장이 커졌다.

2000년대 들어 편의점 산업은 급격하게 몸집을 키웠다. 365일 24시간,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근거리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은 편의점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공공요금 납부, ATM을 비롯한 생활서비스는 물론 택배 대행, 휴대전화 충전 등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났고, 편의점도 당연히 증가했다. 

사단법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1만6937개였던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지난해 4만672개로 두배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액 역시 8조3981억원에서 24조8283억원으로 훌쩍 증가했다. 

본사 매출 늘고, 가맹점 매출 줄었다 

이런 편의점은 경기침체기에도, 바이러스 국면에서도 성장일로를 걸었다.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백화점(-14.2%), 대형마트(-5.6%)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모두 꺾인 상황에서도 편의점(1.9%, GS25·CU·세븐일레븐 3사 기준)은 나홀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온라인 유통의 공세에도 끄떡없었다. 최근 4년간 편의점의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13.9%를 기록했는데, 이는 온라인 유통의 매출성장률과 큰 차이가 없다. 

편의점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뭘까. 정동섭 딜로이트 파트너는 ‘편의점의 진화: New Life Platform CVS’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유통업법으로 대형마트 출점이 제한된 데 따른 혜택을 편의점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형점포 증가세가 꺾이자 신규 출점에 제약이 없는 소형 유통 포맷이 사회적으로 붐업됐다. 특히 한국 편의점은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점포를 확장하기가 수월했다.”

편의점에 규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가맹점에서 25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 ‘중도해지 시 위약금은 계약금의 10% 이내’ 등을 골자로 한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가맹점 증가에 따라 점포당 평균 매출이 감소하고 불공정 거래가 속출하자 내놓은 대책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있으나 마나’였다는 점이다. 법적 효력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모범거래 기준이 나온 이후에도 고통에 몸부림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맹점주들이 끊이지 않았고, 점주들은 불공정행위 근절 운동을 벌이며 거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유명무실하게 존재하던 그 기준마저도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완화정책이 펼쳐지면서 폐지됐다. 다시 날개를 단 편의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자 너도나도 편의점을 하겠다며 뛰어든 결과다. 그러자 편의점 본사 매출도 신이 난 듯 춤췄다. 본사의 가맹수수료가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의 매출을 보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6조85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3. 5%(2018년 1921억원→2019년 2565억원) 늘어났다. CU를 운용하는 BGF리테일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7759억원에서 5조9461억원으로 2.9%, 영업이익은 1895억원에서 1966억원으로 3.7% 늘었다. 가맹점 덕에 본사가 신이 나게 지갑을 부풀리는 사이, 정작 가맹점주의 신음은 갈수록 커졌다.  

CU의 최근 가맹점 수 추이를 살펴보자. 지난해 CU의 가맹점 수는 1만3731개다. 2017년 1만2372개, 2018년 1만3040개에서 더 늘어났다. 하지만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반대로 흘렀다. 2017년 6억5079만원이던 CU의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2018년 6억원대가 무너져 5억9312만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5억8991만원으로 더 감소했다. 면적당(3.3㎡) 평균 매출액도 2017년 2725만원, 2018년 2695만원, 2019년 2652만원으로 감소세를 띠었다. 

규제 있으면 뭐하나

GS25는 어떨까. CU와 마찬가지로 가맹점은 2017년 1만2293개, 2018년 1만2973개로 계속 증가했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17년 6억5079만원에서 2018년 6억7206만원으로 증가했지만 2019년 6억6523만원으로 한풀 꺾였다. 면적당 매출액도 2017년 3057만원에서 2018년 3130만원으로 증가하는 듯했지만 2019년 3061만원으로 다시 줄었다. 

2018년 10월 편의점 살리기 전국네트워크·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최저임금연대 등 시민단체는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가 상생하기 위해선 과당출점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편의점 가맹점이 출점할 때마다 본사도 그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한 예로 일본의 ‘최저수익보장제’와 위약금 족쇄를 풀어주는 ‘희망폐업’을 제시했다. 그러자 그해 12월 편의점 업계는 자율규약을 만들면서 화답했다. 근접출점을 지양하고 가맹계약 해지 시 영업위약금을 감경·면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편의점 본사는 스스로 만든 이 약속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 답은 ‘하나 마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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