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가맹점 유지·관리앱 외식인 인기몰이 이유
조강훈 외식인 대표가 말하는 칠전팔기 창업학

슈퍼바이저(supervisor)는 프랜차이즈의 꽃이다. 관리 부실로 가맹점이 흐트러지면 프랜차이즈 본사의 ‘헤리티지’도 무너질 공산이 커서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비대면(언택트·untact)’ 상황에선 슈퍼바이저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비대면으로도 가맹점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외식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강훈(41) 외식인 대표를 만났다.

조강훈 대표의 목표는 사람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사진=천막사진관]
조강훈 대표의 목표는 사람지향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사진=천막사진관]

“물장사를 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이 한마디에 홀려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호프집에 퇴직금을 쏟아부었다. 한순간이었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 같았던 호프집은 한달에 수백만원씩 적자만 내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혹독한 첫 경험 앞에 아버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지켜보던 아들은 군 제대 후 복학 대신 빚을 떠안기로 결정했다. 낮엔 호프집 주방과 홀을 바삐 오갔고, 밤엔 눈에 불을 켜고 음식장사 좀 한다는 사람들이 쓴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몇개월 후 호프집이 정상궤도에 오르며 손에 조금씩 돈이 잡히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아들은 도전에 나섰다. 외식 인생의 뿌리나 마찬가지인 연신내 호프집을 운영하며, 커피·치킨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도 손을 뻗었다. 많을 땐 매장 3개까지도 운영했다. 그의 머릿속엔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관리는 어떻게 할까’란 생각이 떠다녔다. 부족한 부분은 대학원에서 외식산업학을 전공하며 목마름을 해소했고, 강단에도 섰다. 

단단하게 채워진 이론과 자신이 쓴맛 단맛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강단에서 풀어놨다. 대학교, 조리전문학교, 조리학원 가리지 않았다. 그러길 14년. 외식업계에 더 깊이 녹아들수록 그는 궁금해졌다. 산업은 변하고 정부에서 프랜차이즈에 지원도 많이 하는데 정작 업계는 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일까. 자영업자는 왜 비싼 돈 들여 설치한 포스(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돈통으로만 쓰고 있는 걸까. 그거 하나면 매출관리는 물론 재고관리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조강훈 외식인 대표가 가장 자신 있었던 ‘매장 운영’과 ‘강의’를 접고 2017년 모바일 기반의 프랜차이즈 서비스 품질관리 스타트업을 세운 이유다.

✚ 품질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내에 프랜차이즈 산업이 태동한 지 40년 됐지만 그동안 관행으로 성장해왔어요. 우후죽순 생겨난 프랜차이즈도 많고요. 그러다보니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될 리 없죠. 포스만 해도 그래요. 4~5년 전까지만 해도 매장에 포스를 놓을 때 리베이트를 받으면 받았지 사용료를 내지 않았거든요. 그마저도 제대로 사용하는 자영업자는 극히 드물고요.”

✚ 왜죠?
“그 기준대로 매일매일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200만원짜리 컴퓨터를 돈통으로 쓰는 거죠. 그걸 보면서 ‘자영업자들이 하는 산업엔 왜 필요한 기능만 들어 있는 테크(tech)가 존재하지 않을까’ 늘 생각해왔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뾰족한 기능을 만들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거기에 맞는 기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모바일 기반의 외식인이 탄생한 거죠.”

✚ 외식인엔 어떤 기능들이 있나요?
“처음엔 FQMS(Franchise Quality Mana gement System)란 품질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 왜 품질관리였나요?
“프랜차이즈 본사는 슈퍼바이저를 통해 가맹점 관리를 해요. 고객 클레임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맹점이 레시피를 준수하는지, 규정된 품질 이하의 식재료를 사용하진 않는지 관리하죠. 그러다보니 슈퍼바이저는 현장을 점검하고, 회사에 돌아와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어요. 쉽게 말해 FQMS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슈퍼바이저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앱이에요. 이를 통해 가맹점 점검 보고서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등 불필요한 노력을 줄일 수 있죠.”

✚ 낯선 서비스입니다.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말 그대로 한땀 한땀 성사시킨 계약들입니다. 업체들 입장에선 갑자기 변화를 줘야 하는 거니까 쉽지 않죠. 제가 미팅할 때 가장 듣기 좋은 말이 뭔 줄 아세요?”

✚ 뭐죠?
“‘참 하기 싫어하는 일 하시네요’라는 말이에요.”

✚ 무슨 말이죠?
“프랜차이즈 본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들은 매출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투자하고 싶어 하잖아요. 누가 관리에 돈을 쓰고 싶어 하겠어요. 그중에서도 품질관리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거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 보람을 느낍니다.”

팁스 선정되며 기술회사 인정받아

✚ 성과는 좀 있었나요?
“2017년에 법인을 설립하고, 2018년 2월에 첫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현재는 약 80개 업체의 1만2000개 매장에서 외식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요. 80개 고객사가 있다는 건 시장에서 ‘가치 있는 산업’이란 걸 검증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멀었지만요.”

✚ 중소벤처기업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됐습니다.
“네. 지난해 말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됐습니다. 사업 초기엔 외식산업에 기술이 뭐가 필요하냐며 무시를 좀 당했거든요. 팁스 선정을 계기로 기술회사라는 걸 인정받게 됐고, 이후 대우도 달라졌어요. 더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했고요.”

✚ FQMS 말고 다른 서비스도 있나요?
“품질을 관리하는 FQMS를 처음 만든 후 손익관리 시스템, 계약정보관리 시스템을 차례로 만들었어요. 최근엔 가맹점주와 소통하는 기능, 영업을 관리하는 기능도 추가했고요. 필요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쓸 수 있습니다. 처음엔 슈퍼바이저만 썼지만 이젠 가맹점주, 회사의 본사 직원도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됐죠.”

외식인의 FQMS는 슈퍼바이저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식인의 FQMS는 슈퍼바이저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외식인의 어떤 점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프랜차이즈는 매장을 운영하는 주체와 그걸 관리하는 주체(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외식인 서비스는 본사가 사용하는 시스템이 있고, 가맹점과 함께 쓰는 게 있어요. 보급이 쉽진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빨리 정착이 됐습니다.”

✚ 코로나19의 덕을 봤단 얘긴가요?
“본사는 본사대로 매장 방문을 최소화해야 하고, 가맹점주는 가맹점주대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진 거죠.”

✚ 그럼 모두 비대면으로 가능한 건가요?
“외식인 서비스가 ‘대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어요.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해줘야 할 것 중 하나가 ‘위로’거든요. 가서 고충도 들어주고  자식 속 썩이는 얘기도 들어주면서 심리적인 공감대를 쌓아야 관계가 지속될 수 있어요. 외식산업에서 기술은 사람을 도와주고, 귀찮은 걸 덜어주고, 잊을 만한 걸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기술과 감성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목표가 있다면?
“첫번째 목표는 고객사를 1500개까지 확보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시장에 본사가 약 5000개 있거든요. 그중에서 유명무실한 걸 제외하면 정상 운영되는 건 3000개 정도입니다.”

✚ 그중 절반을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얘기군요.
“네. 그렇게 되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단 얘기죠. 다른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저 같은 사람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 어떤 의미죠?
“아버지가 외식업에 뛰어드셨을 때 정보가 투명했더라면 권리금 장사 같은 게 횡행하지 않았겠죠. 프랜차이즈 시장이 한걸음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데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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