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읽을 만한 책 14選, 가을향기 맡으며 첫장을…
추석에 읽을 만한 책 14選, 가을향기 맡으며 첫장을…
  • 김미란 기자
  • 호수 408
  • 승인 2020.09.30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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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부터
삶의 의미 생각해볼 만한 에세이까지

추석이 다가왔다. 하지만 올 추석엔 예년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고향 방문은 물론 여행도 쉽지 않아서다. 이참에 조용히 나만의 독서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부터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에세이까지 14권의 책을 준비했다. 창문 틈 사이로 솔솔 들어오는 가을향기 맡으며 첫 장을 넘겨보자.

독서는 잊고 있던 나와 만나는 행위이기도 하다.[사진=뉴시스]
독서는 잊고 있던 나와 만나는 행위이기도 하다.[사진=뉴시스]

「길」 
박노해│느린걸음│136쪽│에세이


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이 멈췄다. 78억 지구 인간은 길을 잃었다. 만나고 모이고 나누며 해내던 인간의 길은 일제히 끊겨버렸다. 누군가는 “이 또한 지나간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지만 더 독한 바이러스는 또 찾아올 것이다.  

역사의 순간마다 길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은 지난 20여년 지구시대의 유랑자로 살았다.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곳을 걸으며 길 위의 풍경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류 최초의 문명길인 차마고도를 걸었고, 끝없는 사막길과 마주했다. 지상 낙원에서 지옥의 땅이 돼버린 카슈미르에선 나무돌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의 세번째 사진에세이인 「길」엔 인도·파키스탄·수단·팔레스타인·페루 등 14개 나라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이 흑백으로 펼쳐진다. 한글과 나란히 수록된 영문도 눈에 띈다. 외국인들이 “원래 영어로 쓰인 글이냐”고 물을 정도로 번역 수준이 높다. 모두가 길을 잃은 지금, 그래도 걸어야 한다며 저마다의 다른 길로 안내하는 박노해 시인의 길 속으로 따라 들어가 보자.  

「행복과 삶의 해석학」
신승환 | 커뮤니케이션북스 | 120쪽 | 인문


불필요한 외출이나 외식은 하지 않는다. 모임 약속은 없고, 식재료는 배달시키고, 도시락을 싸서 집과 회사를 오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갇힌 요즘 우리의 삶은 불행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일부러 불행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더 행복하고, 더 재밌게 살길 원한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답을 내놓는 건 어렵다. 그만큼 행복은 복잡다단한 개념이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는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고심했다. 

추석 연휴를 틈타 ‘나만의 행복 찾기’에 나서는 건 어떨까. 내가 행복한 때가 언제인지, 더 행복해지고 더 재밌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는 거다. 그 물음을 구체화하다 보면 새로운 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여정에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숨은 비결을 제시하진 않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포착된 행복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는 많은 선택지를 두고도 눈을 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김영사|252쪽|에세이


특수청소사는 고독사·자살·범죄현장의 시신을 처리하고 주변을 청소하는 직업이다. 때론 죽은 동물의 흔적을 지우는 일도 한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수청소 전문가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청소를 하는 작가의 경험담을 엮은 에세이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수많은 죽음의 현장을 소개한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부터 시신이 있는 방안의 풍경, 청소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때로는 작가가 전하는 생생한 묘사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얘기하는 건 단순한 죽음과 그 죽음을 처리하는 과정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고인의 마지막을 유추하면서 힘들고 외로웠을 고인의 삶과 죽음을 앞두고 느꼈을 두려움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이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연도 다르고 이유도 다른 죽은 자가 전하는 삶의 소중함을 느껴보길 권한다.   

「내일 세상을 떠나도 오늘 꽃에 물을 주세요」
히노 오키오│인플루엔셜│235쪽│인문


“암입니다.” 암의 진행 시기와 상관없이 의사의 이 한마디에 환자는 ‘죽음’을 떠올린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허무해지는 것은 물론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일본의 병리학자 히노 오키오는 40년간 죽음과 마주했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시신에 칼을 대고, 삶을 미처 피우지 못한 청년을 해부하며 죽음의 원인을 찾아냈다.

그때마다 그는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제 그는 ‘암철학 외래’라는 낯선 진료실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그의 가족과 마주 앉아 60분간 대화를 나눈다. 

청진기와 차트 대신 차茶와 쿠키가 놓인 진료실에서 그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는 ‘언어처방’을 내린다. 흔한 문장 같지만 그것이 때때로 자신의 본질과 마주하는 계기가 되고 다시 살고 싶어지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간결하지만 묵직한 그의 언어처방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내리는 따끔한 예방주사다.

「예술가의 편지」
마이클 버드│미술문화│224쪽│에세이


편지는 가장 은밀한 기록물이다. 연인 사이의 사랑 고백,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안부, 고마운 마음을 담은 감사 말. 보내는 이와 받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편지 한통엔 진실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신디 셔먼에 이르기까지 유명 예술가들의 내면 깊숙한 이야기가 담긴 90여편의 편지를 한데 묶었다. 조각가 로댕이 그의 조수 카미유를 유혹하기 위해 보낸 러브레터, 그림을 팔고 돈을 받지 못해 조바심이 난 렘브란트의 서신, 앤디 워홀의 ‘세상 쿨한’ 이력서 등 예술사에는 실리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유명 예술가들의 친근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흐가 고갱에게 보낸 편지에 그린 ‘침실’ 스케치 등 예술가들의 필체와 드로잉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즐겁다. 이 책은 단순히 편지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술가들이 왜 그런 편지를 보냈는지 배경을 해설하고, 편지 안에 숨어 있는 실마리를 통해 더 풍부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딱딱한 예술사가 어느새 다채로운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문학동네│248쪽│소설


시인 백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반가울 것이다.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한국전쟁 이후 북北에 남은 백석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으로 복원했다. 1957년부터 백석이 시쓰기를 멈췄던 1963년까지의 이야기다. 

전쟁 이후 백석은 어떤 이유로 시를 쓰기보다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는 데 치중했을까. 그가 절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백석의 전후 행보를 둘러싸고 숱한 의문을 가졌다. 이 소설은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시한다. 소설 곳곳에 쓰인 백석의 시구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백석을 잘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과 희망이 좌절된 채 방황하는 한 개인이 고뇌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매료될 테니 말이다. 그동안 백석을 잘 몰랐다면 분명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백석의 시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 시공사 | 284쪽 | 소설


유주, 상미, 진영. 세 사람의 불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점이다. 죽은 동생의 그림자에 갇혀 무채색의 삶을 사는 유주와 사랑 대신 무관심 속에서 자라난 상미는 ‘더운 여름날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도서관을 찾는다.

30대 후반의 여성 진영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두 아이 앞에 나타나 밥을 사주겠다고 한다. 한여름 내내 식사가 이어지면서 세 사람은 가까워진다. 어느날 이들에게 발생한 사고로 진영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분열되기 시작한다.

성장은 청소년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음이 크지 못한 어른에게도 성장은 필요하다. 책은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아이들의 상처뿐만 아니라,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른까지 보듬는다. 성장담이지만 밝고 희망차기보단 씁쓸하고 현실적이다. 불행을 묘사할 땐 냉정하고 날카롭다. 그렇지만 사회로부터 배제된 인물들이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에서 독자는 어느샌가 위로받는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오찬호|북트리거|228쪽|사회과학


한때 ‘수저계급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가르며 사람들은 불평등을 극복할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고 능력을 키워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계급사회’가 됐다는 거다. 그렇다면 계급만이 문제일까. 환경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질까. 예컨대 공기가 특정인이 사유할 수 없는 공공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나쁜 공기를 똑같이 마시진 않는다. 워싱턴대(2019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백인들은 초미세먼지를 그들이 배출한 양보다 17% 적게 들이마셨고, 흑인은 56% 더 들이마셨다. ‘자연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조차 틀린 세상이 됐다는 거다. 

이 책은 지역 격차, 소득 불평등, 교육, 부동산, 노동자, 난민 등 사회를 관통하는 14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진단한다. 지금까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것들을 의심하고 고민한다. 차별에 찬성하고 불평등에 눈감는 사회를 ‘제대로 의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민음사|172쪽|소설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이태원씨의 노래 ‘솔개’에 나오는 첫 구절처럼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지만 정작 소통을 잘하진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거나 자신이 정작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인터넷 댓글들만 봐도 소통이 되지 않아 감정을 다치기 일쑤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생각을 입 밖으로 원활하게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14살의 말더듬이 소년이 언어교정원에 다니면서 언어적·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소년이 온갖 벽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말더듬이 소년이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소통이 힘든 걸까. 아니면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소통이 힘든 걸까. 말만 더듬어도 사람을 바보 취급해 버리는 사람들과 과연 소통을 할 수는 있을까. 모두가 말더듬이라고 생각하면 소통이 좀 더 쉬워지지는 않을까.  

「노랑이 잠수함을 타고」
윤여림·소복이|위즈덤하우스|40쪽|그림책


모든 아버지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어색해진다. 성인이 되면 말 몇마디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그렇다. 「노랑이 잠수함을 타고」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왜 맨날 싸우냐”는 손녀의 말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아빠가 단짝이었던 모습이 담긴 옛 사진첩을 꺼내든다. 

손녀는 할아버지와 아빠가 노랑 잠수함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종이상자로 노랑 잠수함을 만든다. 손녀의 등쌀에 노랑 잠수함에 탄 할아버지와 아빠는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하나씩 떠오르는 옛 추억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아빠와 아이의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던 추억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표현했다. 짧은 그림책이지만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나의 아이에게 어떤 아빠가 돼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빠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면 이 책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수상한 유튜버, 호기심을 팝니다」
박기복|행복한나무|193쪽|소설


“재미있게 보셨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주세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유튜브로 정보를 얻는 세상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서 유튜버가 운동선수와 교사 다음으로 높았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유튜브가 갖는 특성은 꽤 무섭다. 유튜브 안에서는 좋아요와 구독자 수가 모든 걸 대변하기 때문이다.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은 인기를 끌지 못한다. 파격적이고 비일상적이며, 충격적인 것이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늘 무리수가 따르고, 때론 윤리적인 문제까지 불러온다. 작가는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학생들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외톨이 진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싶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진태는 점점 더 ‘강한’ 영상을 올리기 위해 점점 무리수를 둔다. 혐오와 가학성이 더해지고, 이는 광기로 이어진다. 영상을 클릭하는 아이들이 광기를 떠받친다. 이 광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청소년의 삶을 담은 작품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차별은 원숭이도 화나게 한다」
복대원·선보라 | 바다출판사 | 188쪽 | 인문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1항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차이가 차별로 둔갑하기 일쑤다. 장애인, 여성,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등은 물론 세월호 참사 피해자까지도 혐오와 조롱의 타깃이 된다.

사회에서 정한 ‘주류’ 밖에 선 이들이 대체로 이런 차별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차별이 되거나 편견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때로는 무지가 의도보다 잔인하다. 

이 책은 감수성이 왕성한 청소년의 ‘차별 감수성 지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차별 감수성은 차별을 경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힘이다. 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건 인권을 도덕이나 사회시간에서만 배운 어른들에게도 시급한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할퀴고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일이 없게끔,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맛있다, 과학 때문에」
박용기|곰출판|232쪽|과학


가을은 식욕이 왕성해지는 계절이다. 추석 명절 음식까지 더해지면 ‘천고마비’ 신세를 피할 수 없다. 사랑받는 명절 음식 중 하나인 ‘고구마튀김’을 생각해보자. 기름에 빠지자마자 튀김옷은 물이 끓는 온도에 가깝게 뜨거워진다. 높은 온도의 기름은 고구마의 표면을 가열하고 속까지 폭신하게 익힌다.

기름이 끓으며 만들어지는 수증기는 고구마의 속으로 기름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만든다. 튀김이 만들어지는 짧은 시간에도 공기, 온도, 열이 만드는 과학적 원리가 바쁘게 적용된다. 

30년 넘게 재료공학을 전공한 저자는 우리와 친숙한 부엌으로 들어가 튀김뿐만 아니라 과일, 고등어, 커피, 아이스크림처럼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의 과학을 소개한다. 저자는 커피의 탄생 이야기처럼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로 가볍게 시작해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분쇄 원두의 크기, 적절한 온도와 추출 시간 등에 숨은 과학적 원리까지 소개한다. 과학 원리에서 찾아낼 수 있는 요리 팁도 빼놓지 않는다.

「브랜드, 디자인, 혁신」
에릭 로스캠 애빙|싱긋|228쪽|마케팅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브랜드를 접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브랜드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브랜드는 영혼을 만들고, 그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만들며, 이 용기가 소통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사업 중심에 브랜드가 있고 브랜드를 통해 혁신이 일어난다는 거다.

 하지만 브랜딩 혁신이 단순히 기술·마케팅 부서의 아이디어 싸움에 국한되던 시대는 지났다. 브랜딩 혁신이 기업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가치가 됐다는 거다. 디자인 매니지먼트 전문가인 저자는 브랜드를 혁신하는 데 디자인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브랜드가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디자인은 브랜드를 독창적이고 시각적으로 구체화해준다는 거다. 다시 말해 디자인은 경험할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상품 자체다. 브랜드, 디자인, 혁신이라는 세가지 개념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는 브랜드를 일구려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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