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까지 노리는 아마존

▲ 아마존닷컴의 물줄기는 거칠 것 없이 흐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강 아마존을 닮은 베조스의 원대한 야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왜 기업이름을 아마존으로 지었을까. 베조스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강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아마존이 되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실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아직 아마존을 모르고 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기업이다. 그래서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 아마존이 IT업계의 왕좌를 노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애플을 긴장하게 했던 태블릿PC의 출시는 베조스의 ‘워밍업’뿐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아마존은 한때 ‘월마존’으로 불렸다. 인터넷 상거래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는 모습이 마치 유통혁명을 일으킨 월마트를 연상시켜서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미 아마존 판이다. 북미에서 인터넷 상거래를 하는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을 합쳐도(474억 달러) 아마존(481억 달러)을 넘지 못한다.[2011년 매출액 기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도 성공적이다. 전자상거래로 축적된 IT자산을 활용해 초기 투자금이 얼마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무려 7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동종업계 경쟁자인 구글은 2억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국내시장은 2015년이 돼서야 4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마존의 거센 물줄기는 잡스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사라진 IT업계가 아마존의 주요 무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의 패권이 소프트웨어로 이전된 시대상황이 아마존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아마존의 단말기 출하량은 4200만대다. 하지만 68억 달러가 넘는 콘텐트 매출은 2억6000만대가 넘는 단말기를 찍어낸 애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마존의 디지털 콘텐트 보유량도 2000만건으로 애플과 비슷하다. 소프트웨어 기지가 단단하게 구축된 아마존에게 기기를 만드는 일은 시간문제다.

아마존은 2011년 하반기에만 태블릿PC를 390만대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의 400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태블릿PC는 아마존의 야망을 위한 몸풀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질주는 IT업계의 왕좌에 앉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아마존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로이터 통신은 10월 15일 “아마존이 세계 3위의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모바일칩 부문(OMAP)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언론은 아마존이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대서특필했다.

OMAP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같은 스마트폰의 핵심반도체를 생산하는 부서다. 아마존이 모바일칩 사업부를 인수하면 기존의 소프트웨어 인프라와 함께 폭발적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혜경 TI코리아 이사는 “TI의 주력 사업군이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이전돼 OMAP 사업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OMAP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베조스의 속내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아마존의 진화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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