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미 대선 등
시장 흔들 변수 어떻게 움직일까

3월 이후 국내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투자자의 주가 회복 기대감과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의 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미 대선 등 시장을 흔들 악재가 숱해서다. 그럼 추석 이후 국내 증시는 어떻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명에게 추석 이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물어봤다.

추석 이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2020년 국내 증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3월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으로 폭락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1월 2일 2175.17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3월 19일 1457.64포인트로 32.9%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36.4%(674.02포인트→428.35포인트) 폭락했다.

이후부턴 빠른 회복세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코스피지수는 5월 2000포인트를 회복한 뒤 6월 2100포인트, 7월 2200포인트를 넘어섰고, 8월에는 2400포인트를 찍었다. 코스피지수가 24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18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6일 장중 900포인트(905.56)를 터치하며 저점(3월 19일) 대비 11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가 올해 갈아치운 기록은 한두개가 아니다. 8월에는 하루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이 사상 처음으로 31조원을 돌파했다. 3월 평균인 18조4922억원보다 67.6%나 증가한 수치였다. 증시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8월 31일 60조5269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이 60조원을 돌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가 빌려준 돈으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7조원(9월 9일 17조645억원)을 넘어선 것도 올해가 최초다.

증시를 떠받친 유동성의 힘은 강했다. 코로나19 침체를 겪고 있는 실물경제와 주가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펄펄 끓는 증시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계속된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부진, 성장주의 상승세 둔화 등으로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쉼 없이 달려 온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맞는 닷새간(9월 30일~10월 4일)의 휴식 뒤 어떤 흐름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도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명에게 추석 이후 증시 전망을 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유동성은 추석 이후에도 국내 증시를 이끌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주식시장을 빼곤 저금리시기에 대응할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여서다. 리서치센터장들은 9월 이전과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긴 어렵지만 증시의 방향성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세운 진기록

은성민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짧은 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에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면서도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환율 부담에 국내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K-뉴딜로 불리는 정부정책 역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혔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정부의 산업정책이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방향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조정기간을 거치면 주식시장의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살펴야 할 변수도 많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추석 이후에도 증시를 흔들 변수로 꼽혔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봉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잇단 변이를 보이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사진=뉴시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반구가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개발이나 보급과 관련한 시장의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면서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유동성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런 이슈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다”며 “코로나19와 백신은 계속해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끈 유동성의 약효가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유동성을 줄이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유동성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추석 이후 주식시장을 괴롭힐 수 있는 변수로 꼽은 이슈는 또 있다. 미 대선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미 대선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 대선의 불확실성은 이미 시작됐다”며 말을 이었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미 대선은 가장 큰 이슈다. 미 정치권이 연방대법관 인사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명이 공석인 미 대법관 8명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5명과 진보 3명이다. 11월 대선에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면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대선 전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려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택 센터장은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치는 11월 이후에는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미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보호무역에 가깝다는 걸 감안하면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중 갈등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미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증시가 하락하는 걸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석원 센터장은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주식시장에 이런 불확실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증시까지 휘청이는 상황을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승리하더라도…

펄펄 날던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추석 이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증시를 괴롭힐 만한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장밋빛 낙관론만을 펼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히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치솟는 11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명이 모두 “추석 이후 조정 국면에 한번쯤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변수 하나하나를 허투루 생각해선 안 된다는 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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