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비약적 성장의 그림자

한국에서 편의점은 ‘생활 밀착 플랫폼’으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편의점은 코로나 쇼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의 비약적인 성장에도 점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많지 않다. 각종 비용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로열티 부담’에 등골이 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 공화국의 쓸쓸한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편의점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적게 받은 업종으로 꼽힌다.[사진=연합뉴스]
편의점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적게 받은 업종으로 꼽힌다.[사진=연합뉴스]

편의점은 매력 만점 창업 아이템이다. 진입장벽부터 낮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CU의 정보공개서(2019년 기준)를 보자. 가맹사업자 부담금은 7279만원. 이중 보증금(5000만원)은 계약 만료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으니, 실제 드는 비용은 2000만원 수준이다. 3.3㎡(1평)당 141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은 대부분 ‘본사 지원’이다. GS25ㆍ이마트24 등도 비슷한 구조다.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운영이 쉽고 제도적 지원이 탄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유통산업의 무게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편의점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인다. 단순한 소매점이 아닌 생필품과 일상용품은 물론 식당, 카페, 주점을 대신하는 ‘멀티스토어’가 됐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드는 O2O 서비스 사업을 확장, 택배와 금융 등 각종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미래 활용폭도 넓다. 

이 때문인지 편의점은 코로나 쇼크는커녕 오히려 특수를 누렸다. 업계 맞수 GS리테일(GS25)과 BGF리테일(CU)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바로 집 앞에서 감염 걱정 없이 편하게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예비 편의점주’를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요즘의 고용시장이 ‘코로나 격랑’에 휘말린 영향도 크다.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청년, 인적 구조조정의 타깃이 된 중장년층이 눈을 돌릴 데가 마땅치 않다. 초기 창업비용이 적고 코로나 특수를 누릴 조짐이 보이는 편의점 창업이 솔깃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편의점 시장에 먼저 뛰어든 점주들의 설명은 다르다. 보기보다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는 사장님이 아니고, 기업인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높은 임대료, 수익을 내기 어려운 가맹계약 등 애로사항에 발이 묶인 소상공인일 뿐이다.” 이런 주장은 단순히 신규 시장 참여자를 막아서겠다는 취지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몇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1골목 多편의점 시대 = 편의점이 자영업의 대명사가 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외환위기가 한국경제를 강타한 이듬해인 1998년 목돈을 손에 쥔 퇴직자에게도 편의점은 유망한 창업 아이템이었다. 2000년대 들어 편의점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고, 해마다 편의점 수가 1000~2000개씩 늘어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5대 프랜차이즈 가맹점 편의점(GS25ㆍCU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ㆍ씨스페이스)만 4만672개(2019년 기준)에 이른다. 여기에 4488개에 달하는 이마트24의 점포를 더하고 개인 편의점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5만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3450개)은 물론 주유소(1만1502개)를 압도하는 숫자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는 후유증을 낳았다. 시장에 상인이 많아지자 상점당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거다. 가맹본사가 ‘출점 경쟁’을 벌이는 사이 점주 간 ‘출혈 경쟁’이 악화한 탓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편의점주

인구당 편의점 수가 원조 ‘편의점 왕국’인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편의점 포화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가맹본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3년 말 유통 대기업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럼 점포당 매출은 얼마나 줄었을까. GS25의 가맹점당 연매출은 지난해 6억6523만원으로 2018년(6억7206만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CU는 3년 연속 감소세다. 2017년 6억308만원에서 2018년 5억9312억원으로 6억원대가 깨졌고, 지난해 5억8991만원으로 더 줄었다.

그럼에도 편의점 본사가 점포 확장에 목을 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전국 4만여개의 가맹점 매출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받는다. 가맹점의 실적 향상보다 로열티 계약을 맺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커진다. 실제로 가맹점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사이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지난해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GS리테일(2조4832억원)과 BGF리테일(2조49억원ㆍ9월 22일 기준)의 시가총액은 종합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2조2009억원)과 신세계(2조557억원)와 맞먹거나 앞서는 수준이다. 본부가 ‘내실 다지기’보단 ‘확장 전략’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배 판매의 딜레마 = “일 매출 160만~180만원을 달성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 편의점 가맹본사가 설명하는 ‘흑자 가이드라인’이다. 월 기준으론 5000만원 수준인데, 출혈경쟁이 심각한 곳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선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본사 설명대로 매출 5000만원을 달성해도 항상 흑자를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주의 순이익을 결정하는 건 ‘제품을 팔아서 남긴 돈(매출이익)’이다. 매출이익을 두고 비율대로 가맹본부와 나눈 뒤, 인건비ㆍ임대료ㆍ영업비 등을 빼고 나면 점주의 최종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매출이익이 커야 점주 지갑도 두꺼워지는 구조다.” 

본부가 유통하는 제품의 마진율(40~50 %)만 보면 ‘월 매출 5000만원’의 기준은 꽤 넉넉해 보인다. 매출 5000만원에서 2500만원의 마진이 남고, 여기에 본사에 7대3의 배분율로 로열티를 750만원 떼고 나면 점주의 손에 1750만원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손익계산서상 매출이익률은 20~30%에 불과하다. 상품 하나를 팔면 40~50%가 남는데 무슨 말일까. 이 간극을 만드는 상품은 ‘담배’다. 담배 원가가 1갑 4500원 기준으로 73.8%(33 23원)가 세금이고, 원가는 700여원이다. 판매마진은 477원 수준으로 마진율이 한자릿수를 넘기 어렵다. 

현재 업계에서 추론하는 편의점 전체 매출액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월 매출 5000만원인 점포가 전체 매출 45%(2250만원)를 담배로만 팔았다면, 202만원이 매출이익으로 남는다. 이중 1660만원은 실제 매출과 무관한 세금이다. 점주의 실제 매출이익률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의점이 담배 끊기 어려운 이유

그렇다고 점주 입장에선 담배를 안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담배 덕분에 구매가 다양한 상품으로 확산되는 효과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담배 딜레마’에 빠져있다. 담배 판매가 많을수록 점포 매출이 늘어나지만 전체 이익률을 저해하고 매출 착시를 일으킨다는 부작용도 있다. 이 문제는 창업상담을 하는 본부 관계자가 예비창업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리스크다.

■뜻밖의 비용들 = 창업 전엔 점치기 어려운 손실도 숱하다. 대표적인 게 ‘폐기손실 비용’이다. 요즘 편의점엔 도시락ㆍ과일 등 신선식품의 비중이 높다. 1인가구, 싱글세대의 취향에 걸맞은 상품 트렌드를 잘 짚어낸 결과다. 문제는 이들 상품군은 당일 팔아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못 팔고 남은 상품은 ‘폐기’ 처리된다. 손실 비용은 본부에서 일부 지원하지만, 결국은 점주의 몫이다. 

신선식품은 적정 발주 수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정 규모의 폐기는 꼭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폐기를 줄이기 위해 상품 발주를 적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들여오는 상품이 적으면 더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라서다. 

편의점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높다.[사진=뉴시스]
편의점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높다.[사진=뉴시스]

예비 편의점주가 간과하는 리스크는 또 있다. 각종 할인행사의 부담도 점주가 진다. 가령, 가맹본사가 국내 이동통신3사와 제휴를 맺고 벌이는 이벤트를 보자. 제휴를 맺은 이통사의 고객일 경우 ‘1000원당 100원’ ‘10% 일률 할인’ 등이 적용되는 방식인데, 고객이 200원을 할인받으면 이통사가 100원, 편의점이 100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편의점 부담분 100원은 매출이익 배분율에 따라 점주의 부담이 된다. 점주가 7, 본부가 3을 가져가는 구조라면 점주가 70원, 본부가 30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다른 할인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로 할인되는 만큼의 금액을 본부와 가맹점주가 배분율에 따라 부담한다. 

■가볍지 않은 로열티 = 예비 편의점주는 매출이익에 따라 나누는 본부 로열티를 얕잡아 보기 일쑤다. 배분율이 계약 형태에 따라 ‘7대3’ ‘6대4’ 등으로 나뉘는데, 점주가 가져가는 몫이 대체로 커서다. 매출에 연동되는 구조이다 보니 일정 금액을 꼭 로열티로 지불하는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 수도권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점주의 손익계산서를 보자. 이 편의점은 지난해 봄, 월 536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매출원가는 3847만원, 매출이익은 1519만원이었다. 담배 판매 비중이 적지 않은 탓에 마진율은 28.4%를 기록했지만, 어찌 됐든 1519만원의 현금이 남았으니 꽤 쏠쏠한 장사를 한 셈이었다. 

A점주는 이 매출이익을 두고 본부와 나눴다. 배분율은 7(점주)대 3(본부)이다. 본부에 410만원을 줬고 점주의 손에 1109만원이 쥐어졌다. 웬만한 대기업 고위 임원이 받는 월급과 맞먹는 큰돈이다. 

예비 점주들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점주의 몫으로 돌아가리라고 짐작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A점주의 매출이익 구성을 살펴보자. 인건비와 보험료(정직원 2명ㆍ파트타임 4명)로 635만원을 지출했고, 임대료로 121만원을 냈다. 전기세ㆍ수도광열비ㆍ세금 등 기타 영업비용에 194만원이 투입됐다. 

그 결과, 매출이익에서 점주가 가져가는 순이익은 159만원으로 줄었다. 5366만원의 총 매출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다. 반면 본부에 로열티로 준 410만원의 매출 대비 비중은 7.6%. 최초 수익 배분율은 7(점주)대 3(본부)이었는데, 뺄 것 빼고  나니 3(점주)대 7(본부)로 비율이 역전된 셈이다. 유동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본사 직원의 말을 믿고 계약한 점주가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다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점주는 적자가 나도 본부는 돈을 버는 수익 배분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서글픈 수익 배분 역전

이런 숱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편의점 시장 진출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 특수를 모든 편의점이 누리는 것도 아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의 소비 규모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충격이 일반 점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면서 “특히 유동인구가 급감한 대학가나 주요 도심 상권에 위치한 편의점은 가뜩이나 임대료가 비싼 탓에 파산 위기에 몰릴 정도”라고 호소했다.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폐업하면 실업자로,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난다. 편의점주도 예외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퇴로가 없어서 한계 상황을 버틸 수밖에 없는 점주들이다. 

남은 계약기간에 따라 물리는 ‘위약금의 덫’ 때문이다. 가령 계약기간이 5년인데 3년만 영업한 후 계약을 해지한다면, 지금까지 지불한 로열티 1년치 평균의 6개월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인테리어 등 본부가 입점 초기에 지원한 비용도 감가상각분을 제외한 후 돌려줘야 한다. 당장 적자가 쌓여 폐업을 결정한 마당에 이런 비용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진입장벽이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편의점 대박’을 꿈꾸는 예비 점주들이 명심해야 할 리스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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