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 더뉴히어로즈 대표

▲ 옥수수 섬유로 만든 콘삭스는 일반 면과 달리 100% 재생이 가능하다. 사진은 이태성 대표가 콘삭스의 기능을 설명하는 모습.
그는 마이너리티다.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가, 클래식보다는 인디음악이 좋다.
독립영화를 찍으며 쉬는 날이면 홍대 인디밴드 공연장을 찾을 것 같은 댄디보이가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천연 양말이다.

예스런 청바지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이태성(30) 더뉴히어로즈 대표가 카페에 들어섰다. 자리에 앉더니 가방에서 알록달록한 양말을 꺼냈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천연 양말이란다. 색이 참 곱다.

세계 최초로 옥수수 섬유 양말을 개발한 그는 “주변 사람들은 혁신제품이라고 말하지만 시장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작은 기업의 CEO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연기획사를 다녔다. 코엑스에서 전시부스를 기획하고 홍대 상상마당에서 프리마켓을 열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정신이 번뜩이는 캠페인을 접했다. ‘탐스슈즈’였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또 다른 신발 한 켤레를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바로 이거다!!” 느낌이 왔다.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아이템은 양말로 삼았다. 그냥 양말이 아니었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섬유를 원료로 양말을 만들었다. 브랜드를 ‘콘삭스’라고 지었다.

문제는 창업자금이었다. 그는 아이템만 좋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콘테스트에 도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아이템 공모전이 첫 무대였다. 다행이 당선됐고,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일이 술술 풀리는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곳곳에서 터졌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와 위탁기관, 창업자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위탁기관에 사업기안을 올리면 1~2주 후에나 지원금이 내려왔다.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거래처 사람들이 먼저 등을 돌렸다. “젊은 사람이 신용이 없다”는 이유였다. 창업멤버와의 불협화음도 잦았다. 창업 5개월 만에 혼자가 됐다.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옥수수섬유 양말의 가치가 언젠가는 빛날 것으로 믿었다. 각종 콘테스트에서도 옥수수 양말은 좋은 평을 받았다. 올해 5월 SK기업에서 주최한 ‘세상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는 본선에도 진출했다. 심사위원단은 콘삭스의 친환경에 주목했다. 옥수수섬유는 식물성 당분으로 합성수지 생산이 가능하다. 온실가스를 방출하지도 않는다. 일반 면과 달리 매년 100% 재생가능한 자원인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자신감이 생겼다. 콘삭스를 효과적으로 시장에 유통시킬 방법을 고민했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페이스북과 쇼핑몰이 연동돼 제품 접근성이 높았다.

문제는 오프라인 시장이었다. 이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의류 브랜드 ‘에이랜드’에 무작정 전화했다. 옥수수섬유로 만든 양말이라고 소개하니 “한 번 보자”는 반응이 나왔다. 미팅 후 3일 만에 답변이 왔다. 3개월 동안 판매실적과 방문객 반응을 보고 이후 입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콘삭스는 현재 에이랜드 3개 매장에 들어갔다.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과 1300K에도 입점이 성사됐다.

지금까지 판매된 콘삭스는 대략 1000켤레. 10월 3일 공식 판매를 시작한지 한 달만의 결과다. 괜찮은 출발이지만 이 대표는 벌써 다른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이다. 그는 “해외를 공략해 다시 국내로 역수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세계 양말업계의 ‘킹’을 꿈꾼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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