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속 시장 ‘치열한 눈치싸움’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7월 ‘임대차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이어 공급 방안을 총합한 8·4대책이 공개됐다. 부동산 시장은 새 정책과 법안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매매시장은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규제책으로 잠시 멈춘 듯하지만 임대시장은 청약대기 수요와 매물 감소로 불안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봤다. 

​​​​​​​추석 이후부터 내년 6월 종합부동산세 부과일까지 매매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추석 이후부터 내년 6월 종합부동산세 부과일까지 매매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은 계절을 탄다.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라서다. 임대차시장이나 매매시장이 이사 수요가 풍부한 봄·가을 학기 시작에 맞춰 움직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부동산 시장엔 또다른 변수도 있다. 코로나19와 정부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시장이 이전처럼 뜨겁진 않겠지만 전세시장은 수급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저가 주택시장의 향방도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을 품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추석 이후 집값은 어느 지점에서 형성될까.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가격 향방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실제 수요자가 당장 살 수 있는 재고주택 물량이 얼마나 풀리느냐를 확인해야 한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주택시장의 공급은 결국 신규주택 공급과 재고주택 공급  두가지로 나뉜다”며 “택지개발 등은 신규주택 공급이지만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재고주택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은 앞으로 금액과 관계없이 종부세 중과세율을 최대치로 적용받는다”며 “법인은 기본공제도, 세부담 상한선도 없어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 소장은 이 흐름대로라면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 역시 종합부동산세 부과일인 내년 6월 1일 이전에 시장에 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까진 재고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져 주택시장이 안정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거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매매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규제 방향에 큰 변화가 없고, 내년에 시작될 사전청약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 수석연구원은 “종부세가 부과되는 6월 1일 전까지 법인과 개인의 매물이 나오는 추세를 봐야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겨울철 이사 수요가 줄면서 가격의 하락 전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반대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7·10대책을 살펴보면 주택시장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 대우하는 집단도 있다. 중저가 주택을 사는 무주택자들이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매라면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수혜대상도 더 확대됐다. 신혼부부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연령,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수혜 범위에 해당하는 주택가격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이라면 취득세 100% 감면이지만 1억5000만원을 넘어 3억원 이하 주택까지는 50%를 감면해준다. 수도권이라면 4억원까지 감면범위가 넓어진다. 중저가 주택 대부분의 취득세가 면제된다는 거다. 

취득 이후의 재산세율도 낮아진다. 정확한 인하 수준은 10월 중 논의를 끝내고 올해 안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지역이라고 해도 소득 수준을 충족한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10%포인트씩 완화된다.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모두 무주택자의 주택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해 중저가 주택 위주로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책이 없다면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은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정책이지만 이후 시장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이 부족한 30대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은 한정적이고 수요 유입이 늘어나면 시장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의 향방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임차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6월 최고점을 찍었던 전세가격이 8월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고가 주택의 전세거래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9월에도 전세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 매물 부족이 실거래 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란 견해도 제시했다. “올해 서울에 남은 입주 물량은 1만호다. 내년 입주 물량이 2만5000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9년 입주물량 3만~4만호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세 매물은 부족할 공산이 크고, 실거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남아있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으로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로 유입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으로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로 유입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공급대책이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내년부터 정부가 공언한 3만호 사전 청약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청약을 할 때 우선 공급 대상자로 꼽히는 것은 해당 주택이 있는 지역 거주자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공급되는 공공택지 주택에 당첨되기 위해선 거주요건을 채워야 할 가능성이 높아 공공택지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

8월 4일 발표를 마지막으로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은 채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매매시장의 가격상승폭은 줄고 있지만 가격은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다. 반대로 전세시장의 불안정성을 시사하는 시그널은 뚜렷해지고 있다. 이렇게 전망엔 현재의 불안 요소가 담기게 마련이다. 이는 대응방안을 마련할 기회도 언제나 있다는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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