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건설산업노조 단톡방 내용 2000여건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가 건설사에 생떼를 부린다. 건설사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아무런 항변도 못한 채 일감을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노조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노조가 건설사의 위법행위들을 볼모로 이권을 탐하고 있다는 거다. 그럴 리가 있겠냐고. 더스쿠프(The SCOOP)가 노조 단톡방에서 오간 ‘이상한 말’들을 단독 입수했다. 노조 측은 사실관계를 묻는 더스쿠프 취재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는 건설사들의 위법행위 덕에 힘을 얻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는 건설사들의 위법행위 덕에 힘을 얻고 있다.[사진=뉴시스]

“부천 A건설, 혼합폐기물 관리 미흡 과태료 300만원, 신호수 미배치, 포클레인 작업 전도 위험, 소화기 미배치, 비산먼지 관리 미흡, 항타기(기초공사 시 말뚝을 박는 대형 건설기계) 상부 가림막 미설치 등 계도.”

“대치동 B건설, 신호수 미배치, 안전모 미착용, 폭발위험물 보관 미흡 등 계도.”

“서초동 C건설, 추락방지시설과 안전난간 미흡, 혼합폐기물 과태료 1차 부과, 이번 경고받으면 삼진아웃으로 공사정지.”


이게 도대체 뭘까. 한눈에 봐도 건설사들이 각종 안전규정을 어긴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로 민원이나 고발이 들어간 탓에 과태료를 물었다는 내용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하 건설산업노조) 소속 간부와 조합원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2000여건의 메시지를 단독 입수했는데, 그중 일부를 발췌한 거다. [※참고 : ‘메시지 1건’은 2~3일 분량의 대화 내용을 캡처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제 내용은 훨씬 더 방대하다.]

내용을 얼핏 보면, 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이 넣은 민원의 결과를 열거한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내용이 아니다. 건설산업노조가 건설사를 협박하기 위한 민원(고발) 내용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단톡방에 등장하는 또다른 내용들을 살펴보자. 

“D건설 담당자와 만나 협의. 우리 쪽 크레인 3대 쓰기로 함.”

“E건설 현장, 담당자가 이미 ○○사와 계약했다고 ○○사와 얘기하라 함.”

“그럼 ○○사에 기계 빼라 하고, 말 안 들으면 크레인 점거하고 공사 막아.”

“F건설 현장, 협의 안 됐으니 펌프카(고층건물에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건설기계) 못 세우게 상시 대기.”

“G건설 현장, 오물 처리 제대로 안 된 거 담당공무원 오면 물고 늘어져서 과태료 2000만원 때리라고 해.”

“H건설 현장, 타 노조로 이미 배정됐고, 근로계약서도 썼다 함. 빼 달라고(기존 계약을 파기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면 현장 찾아가겠다(현장 시위) 경고했음.” 

 

건설사로부터 일감을 받기 위해 건설현장을 고발하고 협박한 내용들이다. 심지어 해당 건설사와 이미 계약을 맺고 있던 건설기계 임대사를 쫓아내라는 말까지 나온다. 당연히 불법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걸까. 
 

우선 단톡방 내용을 토대로 과정을 재구성해서 살펴보자. 전국 각지에 흩어진 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은 신규 건설현장을 찾아 건설사명, 규모,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해 단톡방에 공유한다. 지역별로 흩어진 조합원들은 현장 담당자들을 만나 “우리 노조 소속 조합원과 건설기계 등을 쓰라”면서 “안 그러면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화가 순조로우면 현장에 조합원과 건설기계가 투입된다. 덤프ㆍ굴삭기ㆍ항타기 등 각종 건설기계는 물론 목수나 일용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요구가 통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는데, 크게 두가지 사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다른 노조(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이 현장에 투입돼 있을 때, 둘째,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이들이 먼저 일을 하고 있을 때다. 

전자의 경우 노조끼리 타협점을 찾을 때도 있지만, 공사 규모가 커서 일감을 반드시 따야 하는 상황이라면 벌건 대낮에 노조끼리 패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참고 : 싸움이 벌어지면 경찰이 투입되지만,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할 뿐이다. 단톡방엔 이런 동영상도 등장한다.] 

후자의 경우 비노조원을 몰아내고 현장 일감을 빼앗는다. 때로는 협박도 한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면 비노조원들이 다른 현장에서도 일하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펴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노조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다. 건설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고발과 집회, 협박 등이 병행된다. 과정은 일사불란하고, 조직적이다. 단톡방에선 언제, 어느 현장에서, 어느 건설사의 누구를 만났고, 어떤 협의를 했는지도 공유된다. 

이쯤 되면 한가지 의문이 든다. 왜 건설사는 이런 노조의 불법행위에 당하고만 있느냐는 거다. 답은 간단하다.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건설사가 단 1곳도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어기는 안전규정 종류는 다양했다. 비산먼지 방출, 폐기물 관리부실, 신호수 미배치, 안전난간 미설치, 비계 고소작업 시 안전고리 미체결, 로프 미사용, 낙하물 방지망 미설치, 불법 가설물 설치 등이다.

건설산업노조 단톡방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건설사들이 모두 등장한다. 노조의 압박을 받은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을 현장에 채용하고, 노조 소속의 건설기계들을 들였다. ‘건설사들의 안전규정 무시→이를 빌미로 건설사에 취업 압박하는 노조→노조 세력 확장→고발과 압박을 통한 취업행위 고착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건설사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일부 건설사는 노조에 아예 큰소리도 못 친다. 일례로 최근 한 건설사가 노조에 속하지 않은 건설기계 임대사업자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가관이다. ‘임대사업자의 타워크레인이 노조원들에게 점령당해 공사를 못하면 임대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들어가 있어서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는 꼴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노조 사이에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 탓에 애먼 건설 노동자만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참고 : 노조에는 노동자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의 경우 건설기계를 임대하는 사업주들이 노조를 장악하고 있다. 이 문제는 후속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건설 노동자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노총에 속한 노조에 들어가야 일감을 받는 게 쉽다. 안 그랬다간 일감을 받지 못하는 건 물론 일감을 받는다 해도 쫓겨날 수 있다. 노조와 조합원 사이엔 돈이 오간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는 조합원에게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심지어 산하 노조 중엔 가입비, 투쟁비, 피복비, 현장투입비 등의 명목으로 360만원을 내라고 요구하는 곳도 있다. [※참고 : 본조회비(총연맹회비ㆍ5만원)와 지부회비는 매월 별도(15만원)다. 실제 총연맹이 매월 걷는 본조회비는 1만원도 안 된다.] 

물론 돈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삼기 힘들다. 노조 대의원대회 등을 열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구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건설산업노조 조합원으로 있다가 탈퇴한 이들은 “그런 동의를 구한 적 없다”며 입을 모았다. 가입비를 받는 노조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노조 간부가 건설 일용직들의 임금을 대신 받아 수수료를 떼고 전달하는 경우까지 있다.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다는 건데, 명백한 근로기준법(제9조) 위반이다. 

 

건설기계 가격 담합도 이뤄진다. 건설기계를 가진 노조가 건설사와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어느 건설기계를 쓰건 같은 가격이 매겨진다. 해당 현장에 누굴 투입할 건지도 노조가 정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힘들다”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입찰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정해져 있거나 ▲수량을 제한하거나 ▲설비증설을 방해하거나 ▲특정인하고만 거래한다거나 ▲거래 지역을 나누거나 ▲낙찰을 대가로 금품이 오간다면 이는 담합으로 볼 여지가 매우 높다. 이런 일이 있다면 담합으로 본다.” 실제로 노조 내에선 공정거래위 관계자가 말한 이런 행위들이 공공연히 이뤄진다. 

문제는 또 있다. 노조에 가입할 때 조합원들에게 2000만원짜리 차용증을 받기도 한다. 노조에 가입했다가 다른 노조로 옮겨가면 이 차용증에 근거로 돈을 받는다. 이런 일에 불복한 전직 조합원이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참고 : 이 문제는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게도 고발 주체는 건설산업노조의 일부 조합원이다. 내부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피해자는 누구일까. 어느 쪽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진짜 노동자들이 피해자다. 한 건설기계 임대사 관계자는 “건설산업노조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정작 임대사에 소속돼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진짜 노동자들은 소외돼 있다”면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대변한다는 노조가 버젓이 진짜 노동자들의 일감을 빼앗아가는 황당한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일감을 빼앗기 위해 큰소리로 집회를 하고 싸움을 벌이니 지역 주민들도 피해자다. 뒷돈들이 오가는 건설현장에서 건물이 제대로 지어질 리 없으니 입주자들이 피해자다. 건설사와 노조, 과연 이대로 둬도 될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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