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의 불편한 진실
누가 편의점 알바를 울리는가

온종일 서서 계산도 하고 제품 진열도 하고 치킨도 튀긴다. 유통기한 지난 김밥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 정산에서 ‘마이너스’가 뜨면 개인 지갑을 열기도 한다. ‘편돌이’의 서글픈 일상이다. 이런 부당 대우의 근원으로 편의점 점주가 지목된다. 하지만 이들이 무슨 죄랴. 임대료, 본사 로열티 등을 빼면 점주의 몫도 신통치 않다. 누가 편의점 노동자를 울리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편의점 업무를 얕잡아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사진=연합뉴스]
편의점 업무를 얕잡아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우리 사회는 편의점 노동자를 ‘편돌이ㆍ편순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만 한다는 다소 얕잡아 보는 시선이 담긴 별칭이다. 실제로 매대 정리와 청결 유지, 계산이 주 업무란 점을 보면 틀린 말 같지는 않다. 그 때문인지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 덕을 톡톡히 보는 게 아니냐는 질시까지 받을 때가 숱하다. 타당한 지적일까. 왜 이들은 이리도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할까. 

남현영 노무사(노무법인 공명)의 말을 들어보자. “마치 편의점 노동자가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시선의 근거인 법정 최저임금도 일부 편의점 알바에겐 딴 나라 얘기다. 편의점은 최저임금법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위반되는 현장이다.”

지방광역시의 한 대형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민혁(가명ㆍ24)씨는 “작은 도시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주는 매장이 적지 않다”면서 “업무강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점주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불법을 감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이 속한 매장관리 업종의 경우 평균 최저임금이 8272원으로, 법정 최저임금(2019년 기준 8350원)에도 못 미쳤다. 

최저임금 미달 업장에서 일했던 대학생 배은진(가명ㆍ23)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는 방학 때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최저임금이라도 챙겨주는 사업장이 늘어난 건 최근의 일이다. 3년 전만 해도 최저임금보다 500원 적은 돈으로 일을 했다. 나중에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점장의 처지도 안타까워 그만뒀다. 가맹본사에 내는 로열티와 임대료가 장난 아니더라. 하지만 그 부담이 아래로 내려와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건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고,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등 가산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가능하다.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상시근로자 기준이 실제 고용한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총 근로자 수에서 영업일 수로 나눈 수치여서 대부분의 편의점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된다”면서 “직원 4명과는 근로계약을 맺고 나머지는 프리랜서ㆍ아르바이트로 돌리는 사업장도 있다”고 꼬집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도 적용되는 주휴수당(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주 1회 이상 휴일을 주면서 함께 지급하는 수당)도 제외되기 일쑤다. 주말 노동자의 주간 근무시간을 15시간 미만(일 7시간 근무)으로 책정하는 꼼수다. 

그들이 편돌이로 불리는 이유

식대는 언감생심이다. 배은진씨는 “그간 5명의 점주 밑에서 일했지만 식대를 준 점주는 없었고 대신 유통기한이 경과한 폐기상품을 먹었다”면서 “하지만 폐기발생 빈도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만약 점장이 깐깐하거나 알뜰한 경우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곤란한 상황은 ‘시재時在’를 점검할 때다. 부족한 차액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산금액이 부족할 때의 대처로 ‘사비로 충당한다(52.5%)’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월급에서 차감(16.3%)’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돈 벌러 출근했다가 돈 내고 퇴근하는 셈이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에만 별도로 손실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노동 강도가 낮은데 어떻게 챙길 것 다 챙기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요즘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다. 택배, 튀김, 금융, 세탁, 항공권 발권 등으로 생활밀착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웬만한 편의점에 다 있는 커피 머신도 따로 관리해야 한다. 아예 빵을 굽는 매장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 인근에서 평일 야간 근무를 서는 서현훈(가명ㆍ24)씨는 “여럿이서 나눠서 하면 힘든 일이 아니지만 혼자서 한꺼번에 챙겨야 하다 보니 강도가 만만치 않다”면서 “틈이 날 땐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계산하면서 동시에 치킨을 튀김기에 넣다 보니 불가능한 일이란 걸 느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올랐다지만 …

특히 힘겨운 순간은 밑도 끝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 ‘진상 고객’을 상대할 때다. 서씨는 “반말과 욕설은 일상이고, 냉장고에 갑작스레 구토를 하고 가는 취객도 다반사”라면서 “쉽게 쓰고 구한다고 생각하니 손님들도 편의점 알바를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랐을 땐 ‘네가 나보다 많이 버는 거 아니냐’라며 시비를 트는 고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씨가 한달 동안 밤새 일한 뒤 손에 쥐는 돈은 137만원 남짓이다. 최저임금에 하루 8시간, 20일을 곱한 무미건조한 숫자다. 야간에 일을 하지만 추가로 붙는 수당은 없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기 전과 후가 바뀐 게 있냐는 물음에 편의점 노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임금만 소폭 올랐을 뿐, 처우나 대우는 그대로란 거다. 오히려 불편한 심정만 늘었다.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주의 인건비 부담의 고충을 다룰 때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잘못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답을 내보자. 편의점 노동자는 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임금이 너무 높은 것 같다”는 오해를 받고 있을까.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마치 대단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부풀려진 걸까. 

이는 편의점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편의점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점주의 삶이 팍팍하다. 전체 매출에서 상품 마진이 30% 남짓이고, 이 마진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 지급한다. 이밖에도 임대료, 영업비 등을 제하고 나면 매출 대비 점주의 이익률은 5%를 넘기 어려운 구조다. 

그 얼마 안 되는 몫을 두고 점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아웅다웅하는 형국이다. 반면 한발짝 물러난 자리에서 본사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인다. 지난해 편의점 빅2인 GS25와 CU 본사가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편돌이, 편순이 논란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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