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채용절차법의 혼란스러운 성과들

개정된 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 사례❶. 공무원 채용 면접장에 온 A씨. 평정표에 오로지 수험번호와 이름만 기록하는 것까진 좋았다. “그래, 블라인드 채용 시대 아니던가.” 그런데 면접 분위기는 달랐다. A씨의 사진이 붙은 원서를 들고 있던 면접관은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까지 스스럼없이 던졌다. “이게 블라인드 면접인가.” A씨의 머리에 의문이 스쳤다. 

# 사례❷.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장. 무사히 자기소개를 마친 B씨는 예상 질문을 속으로 생각하다 옆자리 지원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부모님 직업은 OO고요… 고향은 OO입니다….” “저런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 당황한 B씨와 달리 면접관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 사례❸. 금융권 사기업에 지원한 C씨. 최종면접 전, 회사는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서류 전형은 분명 블라인드 방식이었는데, 비수도권 대학을 나온 C씨는 괜히 불안감이 앞선다. 회사는 ‘블라인드 전형이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C씨는 찜찜하기만 하다. 

# 사례❹. D씨는 며칠째 한 언론사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머리가 아프다. 채워야 할 칸이 얼마나 많은지. 증명사진부터 거주지·학력·출신학교는 물론, 각종 어학점수·자격증의 취득 일자와 점수도 써야 한다. 줄곧 언론사 입사를 준비해온 D씨에게 온갖 개인정보를 쓰는 건 익숙한 일이다.

놀랍게도 4개 사례 모두 ‘합법적인’ 블라인드 채용의 예시다. 개정된 채용절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블라인드 채용과정을 밟아본 구직자들은 ‘내가 했던 게 진짜 블라인드 채용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엔 ‘정말 블라인드 채용 맞냐’는 의심 가득한 질문과 ‘카더라’ 답변들이 넘친다. ‘블라인드 채용’을 활성화하겠다면서 법까지 개정했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블라인드 채용법 1년의 기록을 남겨봤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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