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왜 번번이 실패하나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올랐다. 집 가진 이들은 기뻐했고, 집 없는 이들은 좌절했다. 규제가 더해질수록 “현금부자만 신이 났다”는 말이 퍼지면서 무주택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추진한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필자는 ‘내집 마련’이란 목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독일식 공공임대정책과 부동산의 역설을 취재했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와 김정덕 기자가 함께 진행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생각들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생각들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23번.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투기를 막겠다면서 규제지역을 넓히는 한편 대출을 막았다. 분양가상한제로 가격을 묶었고,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늘릴 계획도 발표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책들이 추구한 목표는 하나다. 집값 안정화다(주로 인구가 집중된 서울과 수도권). 내집을 마련하는 게 쉬워져야 서민의 주택구입 자금이 줄어 소비가 늘고, 이를 발판으로 경제가 활성화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정부의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잡지 않고선 이 나라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어렵다. 집이 ‘살 곳’으로서의 가치보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월등히 크면 투기가 성행하게 마련이어서다. 더구나 투기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의 씨앗이 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건전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친 우리나라에선 주택의 공급량이 서울과 대도시로 쏠린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경제개발의 기간 내내 주택가격이 상승일로를 걸었고, 국민의 머릿속엔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자리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성장한 부동산 시장은 사회 인프라나 정보 불균형으로 이어져 계층 갈등의 요인이 되고 말았다. 삐뚤어진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응원해야 마땅한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노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풍선효과로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껑충껑충 뛰어오른다. 그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청년들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정말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인지, 그 반대인지 아리송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로선 난감할 노릇이다. 

뭐가 문제일까. 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이 ‘내집 마련’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모두가 ‘내집 마련’의 꿈을 좇다 보니 자신의 꿈과 희망, 가족과 함께하는 삶 등을 희생하며 산다. 하지만 집 한채가 노년을 책임져 줄 리 없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결국엔 은행에 집을 넘기는 노후상품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특히 ‘내집’을 갖겠다는 수요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집값은 상승하고, 그럴수록 다른 이들의 ‘내집 마련의 꿈’도 멀어진다. 비정상적 주택가격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계층간 갈등을 유발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거다. ‘내집 마련’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접으라면 좋게 받아들일 이가 거의 없을 거다.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집을 가진 이들이 이득을 볼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필자는 정부가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예컨대 저소득층 4인 가구가 있다고 치자. 현행 제도에서 이들이 살 집을 구할 방법은 뭘까. 우선 열심히 돈을 모은다. 청약제도를 활용한다. 쉽지 않다. 청약점수가 높은 데다 일정한 구매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당첨이 필수 요건이다. 

다른 방법은 전ㆍ월세를 활용하는 거다. 역시 일정한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임대료가 오르면 주기적으로 다른 곳을 찾아 떠돌아야 한다. 그나마 만만한 게 공공임대주택인데,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국가가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 

‘내집 마련’은 악순환의 시작

당연히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좁은 문을 뚫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방식은 당사자가 지역을 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특정지역에 저소득층을 몰아넣는 식이다. 이는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고,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가장 싸고 허름하면서도 작은 주택을 찾아야 한다. 이 주택이 4인 가구가 살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공간인지,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등을 고려하는 건 당연히 어렵다. 삶의 질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런 상황들을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보금자리가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주거복지의 목표가 온통 훼손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필자는 ‘주거보조금 지원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당사자가 시장에서 공급되는 주택을 직접 선택한다. 정부는 가구의 경제력, 가구원 수, 나이, 지역, 면적 등을 고려해 월세의 일부 혹은 전부를 지원한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 지원인 셈이다. 임대주택생활이 보편화돼 있는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제도인데, 전제가 있다. 세입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일단 주택의 개보수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임대인이 임차인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아동ㆍ장애인ㆍ환자 등이 있는 가정에 적용되는 특별보호규정도 있다. 

주택 매매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집을 살 유인도 없어진다.[사진=뉴시스]
주택 매매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집을 살 유인도 없어진다.[사진=뉴시스]

이런 임차인 보호관습 덕분에 임대차 기간을 법률이나 계약서에 별도로 명시할 필요도 없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임대차 계약은 유지되는 것으로 간주돼서다. 물론 집주인이 주택 임대를 꺼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땐 높은 세율의 세금을 매긴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굳이 빚을 내서 주택을 살 이유가 없다. 임대주택이면 충분하단 거다. [※참고 : 물론 우리나라도 현재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게 불가능하고, 임대료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규제는 훨씬 강력하다.] 

주거보조금 지원제도의 장점은 또 있다. 정부가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단 점이다. 국내 공공임대주택제도와 비교해도 이점이 적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지원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가구원이 줄면 좀 더 작은 규모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밟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거지원금 제도는 다르다. 가구별 가족 수나 소득수준이 바뀔 때 주거보조금을 조정하면 그만이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지역 일반임대주택과의 가격이 달라 시장을 왜곡할 위험이 있지만, 주거보조금 제도는 수혜자가 직접 보조금을 고려해 주택을 선택하므로 시장 기능을 해치지도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거보조금 제도에선 수혜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특정 지역에 몰려 있지 않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슬럼화나 주민 간 위화감도 방지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새로운 접근 필요

주거보조금 지원제도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이 제도 역시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구매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이에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보조금 액수가 객관적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거보조금 지원제도가 필요한 건 임대주택의 관념을 이젠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이란 절대가치가 사라지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혁신될 수도 있다. ‘내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이 그동안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시도할 만한 제도가 아닐까.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 교수
socwjwl@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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