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왕국의 점주와 알바는 행복할까
편의점 왕국의 점주와 알바는 행복할까
  • 김다린 기자
  • 호수 408
  • 승인 2020.10.06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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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 편의점주 3인의 토로

편의점은 불황에도 ‘나홀로’ 잘나가는 유통채널로 꼽힌다.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렇다면 편의점 점주들은 돈방석에 올랐거나 적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직장인 평균 월급보다 못한 수익을 거두는 점주가 적지 않다. 이유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을 운영 중인 3명의 점주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의점주들은 “영업할 수록 본사만 살찌는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주들은 “영업할 수록 본사만 살찌는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왜 편의점 점주가 됐나.
서울 B점주(이하 B점주) : “퇴직금으로 뛰어들 만한 업종이 편의점뿐이었다. 인테리어와 집기를 본사가 지원하는 구조여서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부담이 덜했다.”
수도권 A점주(이하 A점주) : “가맹비ㆍ상품준비금 등 초기자금이 2000만~2500만원 수준이다. 우리가 아는 대형 편의점 브랜드는 다 비슷하다. 아마 진입장벽만은 어떤 업종보다 낮을 거다.”
수도권 C점주(이하 C점주) : “원래 유통 대기업을 다녔다. 잘 아는 업종이기도 했고, 사장님이란 호칭을 들으면 어깨가 뿌듯해질 것처럼 보였다.”

✚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A점주 : “창업하기 전엔 월평균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다. 본사에선 예상 매출을 하루 160만원가량(월 5000만원 수준)으로 추정했고 실제로 대충 들어맞았다. 매출 구성은 상품원가와 유통마진이고, 그 마진을 본사와 나누는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도 꽤 큰 숫자가 나왔다. 마진의 배분율도 내 몫이 큰 쪽으로 계약했다. 내가 7을 취하면, 본사가 3을 가져갔다.” 
C점주 : “언뜻 보면 정말 괜찮다. 다들 처음엔 ‘매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뛰어든다. 대박까진 아니어도 먹고살 만큼은 될 거 라는 예상이다. 특히 본사가 대신 구해주는 상품원가의 마진율이 쏠쏠해 보였다. 가령 1000원에 파는 캔커피가 400~500원에 들어오는 식이다.”

✚ 그래서 얼마나 버나. 
B점주 : “지난해까진 월 수익이 280만원 수준이었다. 코로나가 불거진 지금은 들쑥날쑥하다.” 
A점주 :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이 있지만 한달에 250만원가량 남는다. 매장 규모가 100㎡(약 30평)보다 작은 편의점의 순익은 20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C점주 : “우리 점포가 그랬다. 지난해 겨울 건강이 나빠져 아르바이트의 시간을 늘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져간 돈이 월 180만원이었다.”

✚ 직장인 월평균 소득의 중간값(220만원)과 엇비슷하다.
A점주 : “요즘 같은 시국에 형편 좋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365일 중 하루도 제대로 못 쉬고 12시간가량 일하는 데 따른 대가란 걸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매출이 고만고만한 편의점이 너무 많아졌고, 적자 운영을 감내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 지난해 거리제한 자율협약이 새로 생겼다.
A점주 : “담배소매인 지정권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50~100m의 거리를 두고 있다. 담배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지정권이 편의점 창업의 열쇠를 쥐고 있다.” 

✚ 이제 더 이상의 과밀은 없지 않을까.
B점주 : “이것도 웃긴 게, 직선거리가 아닌 도보거리가 기준이다. 코 닿을 거리에 다른 편의점이 입점해도 인도가 길게 이어졌으면 출점에 문제가 없다.”
C점주 : “기본적으로 본사가 공격적인 가맹점 확대 전략을 꾀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편의점 업계 1위가 뒤바뀌었다면서 난리치지 않았나. 자율협약은 그들의 전략에 브레이크를 살짝 대는 수준이다.”

✚ 본사에선 편의점 밀집 지역에 출점을 희망하는 예비 점주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B점주 : “밀집 지역에 편의점을 만들어서 예비 점주의 형편이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입점을 말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파이를 우리끼리 나눠먹는 구조인데, 그렇게 되기 어렵다. 국내 편의점 수가 5만개에 육박한다. 대충 따져 봐도 인구 1000여명당 1개꼴이다.”
A점주 : “막대한 매출을 거둬도 문제다. 점주 입장에선 실속이 없다.”

‘실속이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너무 적어서다. 세 점주 모두 월 매출 수준은 5000만원 이상으로 괜찮지만 실제 지갑에 꽂히는 돈은 200만~280만원에 불과하다. 순이익률로 따지면 4% 수준이란 얘기다. 이는 앞서 상품 하나를 팔았을 때의 마진이 40~50%는 될 것이라는 본사의 설명과는 크게 어긋난다. 각종 비용 등을 뺀다고 해도 지나치게 큰 차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낮은 진입장벽, 달콤한 유혹

✚ 순이익률이 본사가 주장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C점주 : “일단 매출이익부터 처음 계산과 어긋난다. 편의점 본사에서 받는 상품의 매출 대비 이익은 실제로 40~50%로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데 담배의 경우 10% 미만이고,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매출이라도 담배 판매 여부에 따라 이익률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종적으론 매출총이익률이 20~30%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B점주 : “이 매출이익에서 배분율에 따라 본사 로열티가 빠져나간다. 폐기 금액, 상품 로스(loss) 금액, 소모품 구입 금액, 장비 수리비 등의 영업비용을 공제한 후에 순수익이 남는다. 내 경우를 빗대보면, 7000만원을 팔면 남는 돈이 13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보험료, 임대료 등 고정비를 지출하고 나면 막상 손에 남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다. 본사에서 주는 영업장려금을 더한 값이 내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다.”

✚ 영업장려금이 뭔가. 
B점주 : “발주 사이트에 들어가면 장려금 행사 메뉴가 있다. 특정 제품을 발주하거나 판매하는 데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 이 장려금을 통해 먹고살 만큼은 기막히게 남겨주는 것 같다.”
A점주 : “이 장려금이 본사와 점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괜히 본사에 찍혔다가 먹고살 만큼의 수익도 가져가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C점주 : “뺄 거 다 빼고 나면 결국 본사에 주는 로열티의 비중이 커진다. 본사가 가맹점 확장 정책을 펼치는 이유다.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점주는 힘들어지고, 본사는 살이 찐다. 편의점 업체들이 해마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두는 이유다.”

✚ 그래도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장사도 잘 되고, 전망도 밝다.
A점주 : “맞다. 아예 손님 발길이 끊긴 곳보단 낫다. 그런데도 주변에선 장사를 하면 할수록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쌓여가다 관두는 편의점주의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위기의 신호일지 모른다.”
B점주 : “인적 드문 골목에 편의점을 열었다고 가정해보자. 점주는 손익계산서를 플러스로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하겠지만, 꼬박꼬박 로열티를 받는 본부는 손해가 날 리스크가 적다.” 

✚ 본부와 공동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본부에 내는 로열티 비율을 낮추는 건 어려워 보인다.
A점주 : “GS25 옆에 CU와 세븐일레븐, 그 맞은편엔 이마트24가 들어서는 황당한 일만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한정된 파이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살벌한 시장으로 변하다 보니 점주들의 매출이 줄고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C점주 : “이 때문에 언론에선 괜히 점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 간의 갈등만 부추긴다. 아르바이트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순수익이 적어 일을 한 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는 점주도 많다. 본사와 점주의 관계를 다루는 목소리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

월 매출 5000만원 넘어도 …

✚ 그럼에도 예비 편의점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점주 : “낮은 진입장벽과 수시로 손님이 들락날락하는 편의점 출입구를 보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인건비라도 줄일 심정으로 혼자 일하면 몸만 상할 수도 있다. 위약금 때문에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C점주 : “편의점 사장님이란 말을 들으면 잠깐 어깨가 뿌듯할지 모르겠지만 그뿐이다. 매달 정산서를 받아드는 심정은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다. ‘먹고살 만큼’이라는 소박한 바람도 이루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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