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의 후유증 ‘빈익빈 부익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취약계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정정책이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가파르게 증가한 유동성 탓에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부동산·주식 등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코로나19 이후 더더욱 깊어질 빈부격차의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지출의 후유증을 짚어봤다. 

부동산‧주식 등 실물자산 가격 상승의 과실은 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부유층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종교집회금지, 식당영업시간 단축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9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좀처럼 위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180도 바꿔놨다. 이젠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게 이상한 일이 돼버렸다. 술자리도 해선 안 될 일이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다행히 기업과 노동자는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69개 기업 중 61곳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하기 어려운 게 있다. 경기침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전히 휘청이고 있다. 4월 이후 빠르게 둔화하던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7월 마이너스(-6.0%)로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업체의 3분기 경기전망지수(BIS)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경영이 펼쳐질 리 없다. 기업은 투자 규모를 바짝 줄이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7월 올해 국내 기업이 계획하고 있는 설비투자 규모가 153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12조4000억원이나 줄어든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올해에만 네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한 해에 4번의 추경을 단행한 건 1961년 이후 59년 만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이 그만큼 신통치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면 재정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재정의 주요 수입원인 세금은 덜 걷히는데 지출은 늘어날 게 뻔해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7월까지의 총수입은 28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조5000억원 감소했다. 반대로 정부 지출은 356조원으로 같은 기간 37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 결과, 통합재정지수는 75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22조5000억원의 사회보장성기금수지(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기금)를 제외한 관리재정지수는 98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54조4000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7개월 만에 재정적자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정부 지출과 재정적자 리스크

문제는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정부의 재정지출을 향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케인스학파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수적 시장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은 효과가 없다”고 맞받아친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는 게 논리적 근거다. 이를 경제용어로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라고 부른다. 정부의 개입이 경기 부양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두 주장 중 누구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 개입만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반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한다고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그리란 법도 없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그렇다. 주요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그럼에도 정부 지출을 이야기할 땐 반드시 꼬집어야 할 게 있다. 유동성을 풀어 만들어낸 경기부양은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이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자.

최근 경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유동성’이다. 저금리와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량은 지난 7월 3094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811조원보다 283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돈이 넘쳐나면서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부동산·주식·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저점을 찍었던 3월 19일 대비 63.9%(9월 22일 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102.4%에 이른다. 3월 18일 트로이온스당 1477.3달러까지 하락했던 금 가격도 지난 9월 21일 1952.1달러로 32.1% 올랐다.

혹자는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누가 수혜를 입는지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돈을 푸는 동안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앉은자리’에서 재산이 늘었을 것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주요 기업의 오너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는 소식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월급에 의존하는 서민들은 화폐가치 하락이란 부작용을 더 많이 겪었을 것이다.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정부 정책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재정확대 정책의 부작용

우리나라는 빈부 격차가 큰 국가 중 하나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43.3%에 이른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이는 주요국 9위로 선진국 중에선 미국(47.02%) 다음으로 높다. 급격한 빈부격차가 경기부양의 한축인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또다른 문제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