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톨릭대 LINC+사업단 특약
아파트 갈등 해결책

많은 이들이 주거지로 ‘아파트’를 선호한다. 재산상 가치도 있지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하지만 층간소음·층간흡연 등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골칫거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웃이란 개념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지금 문제해결 방안을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파트 문제’ 해결사로 나선 가톨릭대 학생 4명은 “커뮤니티보다 중요한 건 이웃간 관심”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케이션팀 학생들은 주거 형태의 변화로 발생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은 소통이라고 얘기했다.[사진=뉴시스] 

아파트가 주택의 대명사가 된 건 오래전 일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부를 정도니까.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정된 땅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는 2000년 548만호에서 지난해 1128만7000호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주택(1812만7000호)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2.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00년 36.6%였던 아파트 거주가구 비중은 지난해 51.1%로 증가했다.

문제는 달라진 주거형태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층간소음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0년 341건에서 지난해 2만6230건으로 77배 가까이 증가했다.

환경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립한 2012년(6104건)을 기준으로 삼아도 4배 이상 늘어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층간흡연, 반려견 물림 사고 등 아파트에선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가톨릭대 성원형·권우영·신주현·정성훈 학생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이유다.

이들은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이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한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에서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팀명으로 활동했다. ‘소셜리빙랩’은 강의실 대신 현장에 마주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학생들 스스로 모색하는 수업이다. 부천시·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부천문화재단 등이 활동에 힘을 보탰다.

4명의 학생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입주민 간 ‘소통 부재’에 있다고 판단했다. 권우영 학생은 “이웃 간 폭력사태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 문제가 엘리베이터 벽에 남긴 ‘손편지’로 해소됐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며 “공동주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주택 입주민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팀원들의 의견이 모였다”며 “주거형태에 맞는 커뮤니티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스테이케이션이 선정한 아파트의 문제점은 ▲층간소음 ▲개 물림 등 반려견 문제 ▲층간흡연 ▲입주민과 아파트 관리자의 갈등 ▲주차공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불법주차 문제 ▲분리수거 등 6가지다. [※참고: 스케이케이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도움을 받았다. LH는 입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월부터 LH형 중간지원조직인 ‘LH 마을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멘토는 조성희 LH 마을 코디네이터(돌봄세상 대표)가 맡았다.]

스테이케이션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치밀했다. 아파트 구성원을 세대별로 구분하고 각 세대에 필요한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학생들이 주목한 타깃은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였다. 성원형 학생은 “ 아이가 있는 3040세대 커뮤니티 활성화 타깃으로 결정했다”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는 ‘아이 돌봄’이라는 공통적인 니즈가 있고 커뮤니티 활동에 거부감이 적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아파트를 선정할 땐 부천사회적경제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부천사회적경제센터는 부천시 중동 아파트의 구성원을 분석해 30~40대 부부의 비중이 높은 6곳을 추려줬다. 물론 사전 답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파트 커뮤니티의 유무, 운영 중인 커뮤니티 시설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스테이케이션이 찾은 곳은 센터가 추천한 6곳의 아파트 중 1곳이다.

1013세대가 사는 적지 않은 규모에 30~40대의 젊은 부부가 많은 곳이었지만 커뮤니티는 활성화돼 있지 않았다. 스테이케이션이 인터뷰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입주 초기 커뮤니티 활동이 있었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며 “각자 생활이 바빠 커뮤니티를 운영할 대표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5곳의 아파트 측도 “단지 내 커뮤니티가 없다”고 답했다.

스테이케이션팀은 사전조사를 통해 ‘커뮤니티’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민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등 대면활동은 어려웠지만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커뮤니티의 효용성’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사회적 문제가 된 층간소음

그렇게 찾아낸 사례가 김해 국밥데이(김해 월산 부영아파트), 인천 마을 품앗이 육아(인천 서구 청라푸르지오아파트) 등이다. 세대간 갈등이 극심했던 김해 아파트에선 저녁을 함께 먹는 국밥데이가 활성화한 후 층간소음·주차문제 등의 민원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입주민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시작한 인천의 공동육아는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후 유관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입주민 스스로 아파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스테이케이션은 아파트 커뮤니티의 시설 수준이 ‘소통의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커뮤티니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건 맞지만 좋은 시설이 있다고 아파트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학생들은 “막대한 시설 운용비와 부실한 관리가 되레 입주민간 갈등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며 “주민을 위한 적당한 공간과 주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이웃끼리의 관심이 커뮤니티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테이케이션의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끝났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적한 ‘이웃을 향한 관심’이란 화두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관심 없는 소통은 불가능해서다. 어떤가. 오늘 아침 만난 이웃과 ‘눈인사’ 정도는 했는가. 아파트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은 어쩌면 가까운 데 있을지 모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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