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구의 稅務와 世務
사모펀드가 위험한 이유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모펀드 시장은 수난을 겪었다. 자고 일어나면 줄줄이 환매 중단 소식이 이어졌다. 자본시장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뚜렷했지만, 막상 투자는 위험천만했다. 펀드 매니저마저 부실운용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볼 정도로 말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팝펀딩을 금융 혁신 사례로 꼽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사진은 지난해 팝펀딩 물류창고를 방문한 은성수 위원장.[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팝펀딩을 금융 혁신 사례로 꼽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사진은 지난해 팝펀딩 물류창고를 방문한 은성수 위원장.[사진=뉴시스]

2020년 상반기,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이슈가 겹쳐 떠들썩했다. 여기에 여름철 기나긴 장마와 폭우가 들이닥쳤다. 이렇게 굵직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어느덧 국민들 뇌리에서 사라진 문제가 있다. 바로 ‘사모펀드 쇼크’다. 

쇼크의 발단은 지난해 7월 불거진 사모펀드 업계 1위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각종 부실 의혹이었다. 라임자산운용은 특정 펀드의 손실을 막기 위해 다른 펀드 자금으로 부실 자산을 인수하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미국 운용사(IIG)의 폰지 사기에 연루됐고 부실 메자닌(CBㆍBW 등에 투자)에도 투자했다. 그 결과, 1조6700억원 규모의 펀드가 환매를 중단했다. 

사고는 잇달아 터졌다. 지난해 하반기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 약 1조2000억원이 판매됐던 ‘옵티머스 펀드’도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투자 대상이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란 이유로 기관ㆍ개인까지 몰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상장 기업의 사모채권에 돈을 넣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 혁신 사례로 극찬했던 ‘팝펀딩’이 업계에 남긴 상처도 컸다. 팝펀딩은 ‘홈쇼핑 동산 담보 대출’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상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서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돌려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운용 과정에서 자금 돌려막기, 자금 유용 등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구속됐고 회사는 폐업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부실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금감원에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만 1300건을 넘어섰다. 이들 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5조2105억원에 달한다. 

자그만치 5조원에 달하는 돈이 부실에 연루된 까닭은 뭘까. 과거 사모펀드 운용역(펀드 매니저)을 업으로 삼았던 필자의 시선에서 설명해보겠다. 일단 사모펀드가 뭔지 알아보자. 사모펀드란 50인 미만의 투자자로 구성된 펀드를 말한다. 반대 개념은 50인 이상이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사모펀드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다. 

잇달아 터진 사모펀드 쇼크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다. PEF의 목적은 대부분 ‘엑시트(투자금 회수)’다.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회사를 다시 매각해 수익을 얻는 유형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던 곳도 PEF 시장이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결이 다르다. 주식ㆍ채권을 비롯해 다양한 대체투자를 벌여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문제가 터진 건 대부분 전문투자형이었다. 부실을 야기한 배경으론 ‘규제 완화’가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부터 모험자본을 공급해 금융혁신을 일으키겠다며 대대적인 사모펀드 육성책을 펴왔다.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범위도 펀드 순자산의 400%까지 늘렸다. 최소 투자금액은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2015년 200조원을 밑돌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2019년 416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다. 

불완전판매와 각종 불법 행위는 이런 압축성장의 후유증이었다. 양적 성장만 이뤄냈을 뿐, 질적 성장을 도모하진 못했던 셈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특성상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기대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다. 

다행스러운 건 부실을 방지할 해결책이 있다는 점이다. 운용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책임은 확실히 물어야 한다. 판매사나 운용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를 둬야 하고, 금융당국의 감독ㆍ검사 기능도 촘촘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2월 금감원은 이런 방향을 중점에 두고 제도를 손질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어찌 됐든 다행인 일이다. 

팝펀딩에 투자했다가 …


하지만 제도의 맹점을 고친다고 해서 자본의 탐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는 그만큼 위험천만하다. 이를 잘 드러내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한때 펀드 매니저였던 필자는 팝펀딩 연계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

팝펀딩은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기관투자자 비율이 92.9%에 달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팝펀딩의 사기 행태 때문에 상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을 걸러낼 운용사의 검증 장치는 전혀 없었다. 판매사는 방관했다. 

이들은 필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운용사는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타깃을 둘러싼 꼼꼼한 검토를 선행할 것이다. 대출 담보는 확실히 점유하고 있고, 이를 회계법인의 주기적인 실사를 통해 확인받을 것이다.” 

판매사의 말만 지켰어도 금융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했을 거다. 하지만 필자는 운용사ㆍ판매사로부터 운용 상황을 두고 정기적인 통지를 받은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환매 중단 이후에도 형식적인 답변만 얻을 수 있었다. 반년 넘게 운용사의 회수 노력을 믿고 기다렸지만, 더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투자에는 책임이 따르고, 원금손실도 감내해야 한다. 한때 펀드 매니저였던 필자가 모르는 사실은 아니다. 다만 이런 믿음은 있었다. “판매사는 투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운용사는 그 정보에 부합하게 투자금을 운용했을 것이다.” 

믿음의 결과는 결국 참혹한 손실이었지만, 대부분의 금융인이 고객 돈을 내 돈처럼 여기며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소수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자본시장 전체가 불신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간절히 소망한다. 

홍석구 정율 세무회계 대표 | 더스쿠프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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