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조 간부 A씨의 작심 인터뷰
노조 측 반론도 반박도 하지 않아

“노조가 건설사를 압박해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받게 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간부를 지낸 전직 조합원 A씨의 얘기다. 건설사의 위법행위를 볼모로 일감을 따내고, 이를 수익원으로 삼았다는 거다. 이 노조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A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SNS 단톡방에서 건설사를 압박할 카드와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진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련 두번째 보도다. 

건설산업노조의 주된 업무는 건설현장에서 일감을 가져오고, 조합원들로부터 발전기금을 걷는 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산업노조의 주된 업무는 건설현장에서 일감을 가져오고, 조합원들로부터 발전기금을 걷는 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례 하나를 보자. 노조 조합원 A씨는 건설기계 2대를 가진 임대사업자다. 1대는 기사를 고용해 임대했다. 다른 1대는 자신이 직접 운전한다. 일감은 노조가 건설사를 압박해 챙겨줬다. 그 대가로 A씨는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발전기금(수수료) 명목으로 노조 간부 B씨에게 건넸다. 노조 규칙에 따른 납부였다.

수수료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A씨는 해당 노조를 탈퇴한 뒤 B씨에게 부당하게 가져간 돈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노조 간부 B씨가 거절하자, A씨는 B씨의 계좌에 가압류를 걸었다. A씨는 이 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같은 노조 다른 분과 조합원 C씨의 사례다. C씨는 노조에 가입한 후 2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써서 제출했다. 차용증 내용은 이랬다. ‘대여원금 2000만원, 변제기일 이후부터 연 25%의 지연이자를 지급한다.’ 차용증을 받은 노조 간부 D씨는 “다른 노조로 옮겨가면 이 차용증에 적힌 내용대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훗날 C씨는 노조를 옮겼고, D씨는 법무법인을 통해 “차용증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도록 해달라”면서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을 냈다. C씨는 반소했고, 맞소송 중이다. 

여기 등장하는 ‘노조’는 더스쿠프 통권 408호에 실린 기사(건설사가 말 안 들으면 크레인 점거해라)에 등장하는 한국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이하 건설산업노조)이다. 이 노조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노총 건설산업노조에서 간부까지 맡았던 A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2014년 건설산업노조에 가입해 핵심 간부를 맡았다. 2019년 5월 탈퇴했다.” 

✚ 어떻게 가입했나.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사업을 해보자 해서 ‘스카이(고가사다리차)’를 운영했다. 한번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데, 노조가 떼로 몰려와 나를 쫓아내더라. 그래서 싸웠는데, 똘똘하게 잘 싸운다고 노조 측이 스카우트했다. 노조의 막강한 힘을 경험하고서는 소속돼 일하는 게 좋겠다 싶어 가입했다.” 

✚ 노조에서는 주로 무슨 일을 했나.
“건설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그걸 빌미로 일감을 받는 게 가장 주된 업무다.”

✚ 건설사의 위법행위를 볼모로 수익을 챙겼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들이 어긴 안전규정들을 적발해 건설사를 압박하는 거다. 건설사는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노조에 손을 드는 거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나 노동자들은 쫓아내기도 했다.” 

✚ 문제가 있는 행위 아닌가. 
“처음엔 잘 몰랐다. 원래 노조가 이런가보다 했다. 노조 덕에 일감도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노조가 이래도 되나 싶은 행위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건설사를 압박해 알짜수익을 얻는 건 조합원이 아니라 노조더라.”

✚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돈 문제가 가장 컸다. 수수료 자체가 이상했다. 노조의 압박으로 일감을 받으면, 매출의 10%를 노조발전기금(수수료)으로 내야 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20%가 수익인데 수익의 절반을 떼어가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참고 : 건설산업노조는 조합원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건설사와의 계약도 노조가 맺고 조합원들의 노임도 노조가 건설사로부터 총괄해서 받는다. 노조가 세금계산서도 끊는다. 조합원들에게는 발전기금을 떼고 준다.]

 

✚ 그래서 노조를 탈퇴했는가. 
“다른 이유도 물론 있었다.” 

✚ 뭔가 
“조직 운영이 상당히 비민주적이었다.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뭘 건의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일례로 노조는 일감을 받는 과정에서 다른 노조와 싸우거나 기존에 일하던 이들을 쫓아내기도 한다. 내가 대의원으로 있을 때 ‘우리가 건설사보다 업계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는 일이 더 많은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자 바로 대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 대의원은 보통 조합원 투표로 뽑는데 그게 가능한가.
“조합원들에게 투표권이 없다. 애초 대의원 자격을 줄 때 임명장도 없었다. 대의원 하라니까 그냥 했을 뿐이다. 투표는 대의원이 위원장을 뽑을 때만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선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각 분과의 본부장을 임명한다. 본부장은 다시 각 지역 지부장과 지회장을 임명한다. 조합원들이 단위노조 간부를 뽑는 시스템이 아니란 거다. 위원장은 분과별로 흩어진 대의원이 뽑는데, 그 대의원을 임명하는 이들이 또 본부장이다. ‘셀프 투표’인 셈이다.” 

✚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당연히 안 된다. 위원장의 뜻을 거스르면 제명되는 일이 빈번하다. 애초부터 임명하는 시스템이니까 제명도 가능한 거다. 제명 절차가 있긴 한데, 제명위원회 구성원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 혹시 노조 선거제도 외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가. 
“아무래도 돈 문제가 컸다. 사실 건설산업노조 조합원들은 조합비로 매달 3만원을 내고, 발전기금 명목으로 2만원을 별도로 더 낸다. 물론 이는 매출에서 10%를 떼는 발전기금과는 별도다. 이래저래 자꾸 돈을 떼 간다. 회계자료도 비공개다. 과연 이 노조가 비영리단체인지 의문이다.” 

✚ 발전기금을 떼면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세금 정산 시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건설사는 줄 돈을 다 줬고, 우리도 받을 돈을 다 받은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종합소득세나 법인세 등은 매출 기준으로 잡히는데, 실제 받은 돈은 적으니까 임대사업자로선 이중부담이다. 반대로 노조는 서류상 받은 돈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처럼 돼 있으니 세금 낼 필요가 없는 현금이 생긴다. 신고 의무가 없는 수익이 노조에 들어가는 거다.”

✚ 발전기금은 모든 조합원이 똑같이 내나.
“아니다. 노조는 똑같이 적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위원장이나 본부장과의 친분관계에 따라서 안 내는 사람도 있다.”

노조에서 투표는 일반적이지만, 건설산업노조에선 조합원에게 투표권이 없다.[사진=뉴시스]
노조에서 투표는 일반적이지만, 건설산업노조에선 조합원에게 투표권이 없다.[사진=뉴시스]

✚ 노조가 걷어가는 돈이 그것 말고 또 있나. 
“노조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예컨대 건설사 측이 장비대금을 체불하거나 현장 내 건설기계에 사고가 났을 때, 노조가 대신 건설사 측을 압박해서 돈을 받아준다. 이때도 10~20%를 발전기금으로 떼인다. 실제 사례도 있다.”

✚ 뭔가. 
“지난해 4월 평택에 있는 한 크레인 임대업체가 100톤(t)짜리 크레인을 임대해 줬는데, 현장에서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 이때 건설산업노조 간부가 사고에 따른 보상을 임차업체로부터 받아주겠다고 했다. 결국 크레인 장비 수리, 수리하느라 임대를 못하는 기간만큼의 손해,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 약 1억원을 크레인 임차업체로부터 받아냈다. 그러자 노조가 발전기금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고, 1500만원에 합의했다. 노조와 계속 대립했다가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어 타협했던 거다. 노조는 이때도 별도의 사업자를 내세워서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 노조가 필요하다고 보나. 
“사실 이 노조가 없었다면 나는 그냥 개인적으로 일감을 따는 방식으로 일했을 거다. 그런데 노조가 일감을 받아주니 조합원들에겐 좋지 않겠나. 뒷배처럼 말이다. 물론 뒤탈은 있더라.”

✚ 건설산업노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노조에 오래 남아 있고 싶었다. 그래서 제대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고용노동부에서도 한국노총 총연맹에서도 문제 삼지 않는 노조를 누가 뜯어고칠 수 있겠는가.”

더스쿠프는 건설산업노조 측에 입장을 물었다. 노조 측은 “한쪽 입장만 들어서는 곤란하다”면서도 질문은 받지 않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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