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3년 동안 열심히 적금을 부어 1000만원을 만들었다. 아내는 안전하게 은행에 예치해두고 차근차근 돈을 모으길 원하고, 남편은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로 돈을 불려 보고 싶다. 적금 만기금 1000만원을 바라보는 최훈석(가명·39)·이주영(가명·36) 부부의 동상이몽을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들어봤다.

투자 성향이 다른 부부가 재무설계를 할 땐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 성향이 다른 부부가 재무설계를 할 땐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딸 지아(3)가 태어난 뒤 이주영씨는 아이 이름으로 적금통장 하나를 개설했다. 처음 몇개월은 ‘만기가 오긴 오는 걸까’ 싶었는데, 꼬박꼬박 넣다보니 어느새 3년 만기를 다 채웠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고민이다. 재무상담도 받아봤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추천받은 상품이 당초 자신의 목적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중도에 상담을 종료했다. 

이씨가 적금으로 목돈을 만든 목적은 명확하다. 훗날 지아가 대학에 들어가면 쓰기 위해서다. 4년제 대학을 다닌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돈은 1년에 1000만원씩, 대략 4000만원이다. 하지만 지아가 대학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꽤 남아 있다. 그래서 이씨가 생각한 건 다음과 같다. ‘이번에 모은 1000만원은 은행에 예치한다. 다시 새로운 적금을 시작해 1000만원을 모으고, 모은 건 다시 예치한다. 이런 식으로 4000만원을 쌓으면 된다.’ 문제는 그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돈을 모을 수 있느냐다. 정작 이씨도 급하면 목돈에 손을 댈 거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재무계획을 보면, 불안함을 느낄 법도 하다. 부부는 지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내집’을 장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현재 경기도 하남의 109㎡(33평형) 아파트에 전세(3억5000만원)로 살고 있는데 지역 개발 호재 때문인지 부동산 대책 발표 때문인지 전세시세가 전년 대비 약 1억원 올랐다. 4년 동안 가격 변동 없이 살아왔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내년 갱신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집주인 눈치 안보고 살고 싶어서 아이가 입학하기 전엔 어떻게든 내집을 마련해볼 작정이다.

나날이 비싸지는 사교육비도 불안 요소다. 맘카페나 주변 지인들은 “앞으로 돈 들어갈 데 많으니 지금부터라도 바짝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가 봐도 또래 아이들과 학습 환경을 맞추려면 한두푼 갖고는 어림도 없다.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모아놓은 돈에 눈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거다. 

만기금 1000만원을 오롯이 지아의 교육비로만 쓰고 싶은 이씨이기 때문에 더 확실하고 안전하게 돈을 굴릴 방법을 찾고 싶다. 아이 양육으로 당분간 직장을 다닐 수 없다는 점도 이씨의 이런 생각을 더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남편 최훈석씨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선 은행에 저축해봤자 겨우 원금만 유지할 뿐이다. 부동산투자든 주식투자든 자신에게 맡겨만 주면 돈을 불릴 자신이 있는데 아내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 

한번은 동창 추천으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고, 거기에 돈을 더 보태 지방의 저렴한 다세대 원룸을 매입해 보증금과 월세를 받으면 돈이 될 것’이라고 했다가 아내에게 타박만 들었다. 부동산 투자는 그렇다 쳐도 주식투자만은 마지막 희망으로 잡고 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 탓에 아내가 만류하고는 있지만 저축만으론 물가상승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이제 아내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최씨의 솔직한 마음이다.

경제적인 문제에서 최씨 부부는 줄곧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사람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하면서 ‘적금 만기금 굴리기’ ‘내집 장만’ ‘사교육비 준비 위한 저축’라는 세가지 재무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전에 부부의 재정상태를 한번 들여다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지아의 아동수당을 포함해 총 429만원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최근 부쩍 늘어난 식비 99만원을 포함해 관리비·공과금 18만원, 정수기 렌털 2만원, 유류·교통비 28만원, 통신비 23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육아용품·도서 23만원, 보험료 57만원, 공기청정기 할부 17만원, 의류·미용비 13만원, 의료비 3만원, 양가 모임 회비 15만원 등 총 338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명절 때마다 드리는 양가 부모님 용돈 80만원, 경조사비 40만원, 각종 세금·보험 90만원 등 총 210만원으로, 월 평균 18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청약저축 10만원, 연금보험 10만원, 개인형 퇴직연금(IRP) 2만원, 자녀적금 10만원으로 총 32만원이다. 소득 대비 적은 편이다. 이렇게 최씨 부부는 429만원 중 388만원을 쓰고 41만원이 남는다. 

전세 대출이 없는 데다 남편 최씨가 연 500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여유 있는 가계부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여유가 언제까지 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집을 장만할 계획을 갖고 있다. 


부부는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30평형대 아파트 규모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 그러려면 대출을 받든지 지금보다 조금 먼 외곽지역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내 이씨는 부채를 싫어한다. 더 늦기 전에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씨도 경제활동에 참여할 생각이지만 그마저도 시기를 특정할 수 없으니 현재 가계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조정해보기로 했다. 

적금 만기금 1000만원은 아내 이씨가 오롯이 아이 교육비로만 쓰기 원하기 때문에 가계부 다이어트에선 일단 배제했다. 후에 안정적으로 굴리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하고, 다음 시간에 본격적으로 가계부 조정에 나서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더스쿠프 전문기자
shn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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