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뉴노멀과 클라우드

스타트업과 클라우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디지털 경제를 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특장점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현명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도입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스타트업에 2020년은 악몽 같은 해로 남을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현금흐름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지독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투자를 받고 기술을 개발해 사업을 키워야 하는데, 경기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고 영업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계획했던 목표와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비즈니스 계획과 전망을 꿋꿋하게 재정비하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일상이 되는 ‘코로나 뉴노멀’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감염 바이러스의 위세가 여전하긴 하지만 봉쇄됐던 경제 생태계는 점차 풀리는 추세다.

몸집이 작은 기업일수록 이런 위기가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경제 생태계에서 가장 필요한 자질인 ‘비즈니스 민첩성’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특히 많은 스타트업이 널리 활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들의 민첩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무기로 꼽힌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거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 등 관련 인프라 장비를 직접 구매했다. 서비스를 확장할 때마다 일일이 서버를 늘려야 했기 때문에 장비 구매비용과 인건비 부담에 짓눌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가 간단히 해결됐다. 이제 스타트업은 클라우드에서 서버를 빌린 뒤, 그 위에 아이디어를 얹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가 성장하거나 사용자가 몰려 트래픽이 폭주해도 클릭 몇번이면 인프라를 손쉽게 확충할 수 있다. 

스타트업 CEO라면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덕분에 인프라 걱정 없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남들 다 하는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를 펼친다고,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가 확 바뀐다. 코로나 뉴노멀에서 살아남고 번창하는 기업은 클라우드도 남다르게 활용 중이다. 글로벌 대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활용해 코로나 뉴노멀에 정착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언택트의 기술 =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많은 기업이 대면 영업을 못 하게 됐다. 이제 고객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환경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길 희망한다.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엔 달갑지 않은 변화다. 오프라인 경험이 브랜드와 고객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선 비즈니스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했다. 이미 발 빠른 스타트업은 고객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채택했다. 

스타트업과 클라우드의 성장

일본의 헬스테크 기업인 ‘마이신’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현재 원격 의사 진료 예약과 문진, 수납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큐론’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의료기관 방문이 여의치 않자 원격의료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AWS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실행 중인 이 앱의 신규 환자 등록 수는 올해 1~4월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도의 헬스ㆍ피트니스 스타트업인 ‘큐어핏’ 역시 코로나19로 지독한 위기를 겪었다. 헬스장의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속하게 온라인 운동 수업을 진행하고, 개인 맞춤형 온라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회사 문을 닫는 일은 없었다. 피트니스 교육 프로그램은 금세 유명해졌고, AWS의 콘텐트 전송 서비스인 ‘아마존 클라우드 프런트’를 통해 전세계 고객에게도 퍼졌다. 

■스마트한 비용절감 = 스타트업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관리 실패’다. 기업 건전성과 재무계획은 경영의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효과적인 자금운용 스케줄을 수립하는 스타트업은 의외로 적다.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소홀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 구축 비용은 표면적으론 서버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보단 적게 든다. 하지만 기업 환경에 따라 민첩하게 구성을 변경할 수 있는 이 서비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미숙한 운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이 비일비재하다. 

현명한 스타트업이라면 클라우드 도입 후에도 운영 최적화와 비용 관리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고민 끝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가령, 싱가포르 핀테크 기업인 ‘머니스마트’는 AWS의 서비스 중 하나인 ‘스팟 인스턴스’를 적극 활용해 클라우드에 드는 비용 28% 이상을 절감했다. 

스팟 인스턴스는 쓰고 남은 컴퓨터 자원이나 현재 사용하지 않고 낭비되고 있는 컴퓨터 자원(유휴 자원)을 경매에 부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이나 개발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판매자 입장에선 남은 자원을 처분해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어서 좋고, 구매자 입장에선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클라우드 관리 비용 절감해야 

아울러 AWS는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요금 체계를 제공하고 있다. 기간이 아닌 비용을 정해놓고 서비스를 구성하는 ‘세이빙 플랜’이 대표적이다. ‘AWS 트러스티드 어드바이저’는 고객의 AWS 서비스 사용 현황을 자체적으로 체크한다. 고객이 AWS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비용을 아낄 만한 구석은 없는지 등을 파악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구름 속 탐구 = 민첩성 확보는 단순히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 조직은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움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현재 AWS는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클라우드를 처음 사용하는 경영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단계마다 열리는 온라인 교육 및 트레이닝 행사의 참여 열기도 뜨겁다. 

이처럼 남다른 클라우드 활용법을 익힌 스타트업은 지금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위기 속 기회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21년 사업 계획표에 더 담대한 목표를 적을 공산이 크다. 사실상 모든 스타트업이 ‘구름 위’에 올라탔다. 이젠 어떻게 날아오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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