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관련 법안 어떻게 사라졌나
예상대로 금배지는 일을 하지 않았다

국회가 12월 출소를 앞둔 조두순을 피해자에게서 격리하는 법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조두순의 출소가 피해자는 물론 지역사회에 공포를 안기고 있어서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조두순이 확정판결을 받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국회가 무엇을 했길래 ‘법적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느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두순 사건 이후 발의된 법안과 그 결과를 살펴봤다. 예상대로 금배지들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조두순 사건 이후 70여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적이다.[사진=뉴시스]

“피해를 받은 아동·청소년의 주거, 학교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 가해자 또는 가해자 대리인의 접근을 금지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1조 제3호의 내용이다. 성인 남성의 뜀박질로 20~30초면 닿을 수 있는 100m가 피해 아동·청소년과 가족의 삶을 보호하는 울타리인 셈이다. 이 법이 개정된 건 2010년 4월이다. 10년도 더 지난 법이 피해 아동·청소년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조두순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훌쩍 흘렀음에도 ‘법적 공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참고: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만취 상태의 조두순(당시 57세)이 등교하던 초등학교 여학생(당시 9세)을 끌고 가 잔혹하게 성폭행한 사건이다. 2009년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2020년 12월 13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답을 찾기 위해 ‘조두순 사건’ 발생 이후 발의된 각종 법안을 분석했다. 2009년 이후 국회·정부가 발의한 법안 중 조두순 사건과 관련성이 높은 법안은 70건이었다. 이중 국회의 문턱을 넘은 건 8건에 불과했다. 대안반영 폐기 24건을 포함하더라도 통과율은 50%를 밑돌았다. 8건 중 4건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한 법이었다. 남은 4건 중 2건은 성범죄자의 처벌을 강화는 법안, 나머지 2건은 성범죄자의 보호관찰제도 도입과 앞서 언급한 피해자보호 관련법이다.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통과 5건) = 조두순 관련 법안 중 가장 많이 발의된 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다. 2009년 3월 이후 33건이 발의됐다. 대부분 ‘음주 또는 약물을 한 성범죄자를 감경규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1심 법원이 ‘조두순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동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형량을 3년(15년→12년) 줄였고, 검찰이 항소조차 하지 않은 게 알려진 탓이었다.

하지만 33건 중 통과된 건 5건뿐이었다. 대안반영 폐기 14건을 포함해야 법안 통과율이 50%를 겨우 넘을 정도로 부진했다. 그다음으론 임기만료 폐기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폐기와 소관위 접수 법안이 각각 1건이었다. 가결된 5건의 법안 중 3건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자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2건은 13세 미만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법이었다. 안타깝게도 ‘음주 또는 약물상태에서 저지른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6년 신용현 전 의원(당시 국민의당)이 심신장애 상태 성폭력범죄 감경규정을 ‘아니할 수 있다’에서 ‘아니한다’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유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통과 3건)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도 조두순 사건 이후 26건이나 발의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이 역시 3개에 불과했다. 대안반영 폐기가 10개로 가장 많았고, 임기만료 폐기가 6개로 뒤를 이었다. 7개의 법안은 최근 발의돼 소관위에 접수(3건 입법예고)됐다.

입법예고된 3건의 골자는 성범죄자의 접근을 막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100m 접근금지법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두순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시기(2010년 3월 31일)가 조두순의 형이 확정판결(2009년)을 받은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9월 조두순처럼 출소한 성범죄자가 피해 아동·청소년에 접근하는 걸 막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다. 김정재(국민의힘) 의원은 성범죄자가 피해자 아동·청소년의 생활권역에 체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같은 시·군·구 거주 금지, 2㎞ 이내 접근 금지 법안을 내놓았고, 같은 당 정춘숙 의원도 가해자가 아동의 주거·학교·활동시설 등으로부터 1㎞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발의했다. 문제는 조두순이 출소하는 12월 전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국정감사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보호수용법안(통과 0건) = 살인과 성폭력 범죄 등을 저지른 흉악범을 일정기간 보호시설에 수용하는 보호수용법안도 4건이 발의됐다. 2015년 법무부가 정부안으로 발의한 보호수용법은 ▲살인범죄 2회 ▲성폭력 범죄 3회 ▲13세 미만 미성년 대상 성폭력 범죄자 등을 1~7년 보호시설에 수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격화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고: 보호수용법 찬반논란은 파트1에 자세히 썼다. 요약하면 보호수용법은 이중처벌 논란과 예산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2018년에는 윤상직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수용 기간을 1~10년으로 늘린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9월 윤화섭 안산시장이 ‘조두순 격리법’으로 보호수용법 입법을 요청한 이후 2건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통과 0건) = 이 법은 성폭력특별법으로 불렸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1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각각 제정되면서 생겨났다.[※참고: 2010년 이전의 주요 법안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포함했다.]

이 법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총 4건이 발의됐다. 20대 국회에선 피해자의 이사비용 등을 지원하는 법안과 성폭력 범죄자가 피해자 주거지에 접근하는 걸 막는 법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이 각각 8월과 9월 발의돼 소관위에 접수됐다.

■나머지 법안들(통과 0건) =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의 종신형 선고에 관한 특별법’ ‘성범죄 재범방지를 위한 우범자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살펴봐야 한다. 전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죄자에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특별법으로 발의됐고, 소관위에 머물러 있다. ‘성범죄 재범방지를 위한 우범자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성범죄 우범자의 선정과 관리 사항을 규정하려는 목적으로 2010년과 2012년 두차례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처럼 수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조두순이 피해자가 살고 있는 안산시로 돌아가는 걸 막을 수 없다. 의미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은 임기만료로 인한 폐기였다. 국회가 입법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단 거다. 2020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5188만원이다.

2009년 1억1843만원에서 28%나 올랐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의 연봉을 평균으로 계산하면 연평균 1억3000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다. 조두순이 감옥에 갇힌 2009년부터 12년 동안 4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국회의원에게 건넨 셈이다. 그들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었던 걸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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